一. 세상 사람들은 모양을 보면 그 모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모양과 소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二. 이미 소리와 모양에서 벗어났으면 반드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그 바른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三. 이미 공부를 시작했으면 그 공부를 익혀야 하는데 공부가 익은 때는 어떤가.
 
   四. 공부가 익었으면 나아가 자취(鼻軫)를 없애야 한다. 자취를 없앤 때는 어떤가.
 
   五. 자취가 없어지면 담담하고 냉랭하여 아무 맛도 없고 기력도 전혀 없다. 의식이 닿지 않고 마음이 활동하지 않으며 또 그때에는 허깨비몸이 인간세상에 있는 줄을 모른다. 이쯤 되면 그것은 어떤 경계인가.
 
   六. 공부가 지극해지면 동정(動靜)에 틈이 없고 자고 깸이 한결같아서, 부딪쳐도 흩어지지 않고 움직여도 잃어지지 않는다. 마치 개가 기름이 끓는 솥을 보고 핥으려 해도 핥을 수 없고 포기하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나니, 그때에는 어떻게 해버려야 하겠는가.
 
   七. 갑자기 120근 되는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서 단박 꺾이고 단박 끊긴다. 그때는 어떤 것이 그대의 자성(自性)인가.
 
   八. 이미 자성을 깨쳤으면 자성의 본래 작용은 인연을 따라 맞게 쓰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본래의 작용이 맞게 쓰이는 것인가.
 
   九. 이미 자성의 작용을 알았으면 생사를 벗어나야 하는데, 안광 (眼光)이 땅에 떨어질 때에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十. 이미 생사를 벗어났으면 가는 곳을 알아야 한다. 4대는 각각 흩어져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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