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5 ~ 7

선어록/나옹록 2010. 7. 8. 20:00

5. 내원당에서 보설(入內普說)

   "부처의 참법신(眞法身)은 마치 허공과 같아, 물 속의 달처럼 물건에 따라 형상을 나타낸다."
   불자를 세우고는 말씀하셨다.
   "석가께서 여기 이 산승의 불자 꼭대기에 와서 묘한 색신(色身) 을 나타내고 큰 지혜광명을 놓으며 큰 해탈문을 여는 것은 오로지 우리 성상 폐하의 만만세를 위해서이니 백천의 법문과 한량없는 묘한 이치와 세간, 출세간의 모든 법이 다 이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보십니까? 만일 환히 볼 수 있으면 산하대지와 삼라만상, 초목총림과 사성육범, 모든 유정무정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얼음처럼 녹고 기왓장처럼 부숴지는 것을 볼 것입니다.
   그 경지에 이르러서는 선(禪)도 없고 도(道)도 없으며, 마음도 없고 성품도 없으며, 현(玄)도 없고 묘(妙)도 없어서 적나라하고 적쇄쇄(赤  ) 하여 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해 나간다면 다시 짚신을 사 신고 30년 동안을 행각하여도 납승의 기미는 꿈에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말해 보십시오. 납승의 기미가 무엇이 대단한지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밤이 고요하매 두견새는 이 뜻을 알아, 그 한 소리가 취미(翠微:산허리. 또는 먼 산에 엷게 낀 푸른 빛깔의 기운)속에 있구나."

6. 소참(小參)

   "한 걸음 나아가면 천지가 가라앉고 한 걸음 물러서면 허공이 무너지며,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으면 숨기운은 있으나 죽은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떻게도 할 수 없으며 결국 어찌해야 하는가. 말할 사람이 있는가. 있거든 나와 보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어름어름하는 사이에 10만 8천리가 될 것이다"
   하시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내리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7. 제야(除夜)에 소참하다

   "텅 비고 밝은 것(虛明)이 활짝 드러나 상대도 끊고 반연도 끊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영산회상에서는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셨고, 소림(少林)에서는 밤중에 눈에 섰다가 마음이 편해졌던 것이니, 겁외(劫外)의 광명을 꺼내서 본래면목을 비추어 보라."
   불자를 세우고 "이것이 본래면목이라면 어느 것이 불자인가?" 하시고는 또 세우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불자라면 어느 것이 본래면목인가? 여러분은 아는가. 여기서 당장 의심이 없어지면 섣달 그믐날에 허둥거리지 않을 것이나, 만일 의심이 있으면 지금이 바로 그 섣달 그믐날이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낙찰을 보는 것인가."
   불자를 들고는, "한 가닥 끄나풀(絡索)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며 현재에도 그렇다. 오늘밤은 묵은해는 가지 않았고 새해는 오지 않았으니, 바로 이런 때 말해 보라. 묵은것, 새것에 관계없는 그 한마디는 무엇인가" 하시고, 불자를 던진 뒤에 말씀하셨다.
   "묵은해는 오늘밤에 끝나고 새해는 내일 온다. 몸조심들 하시오."

   그리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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