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1 ~ 2

선어록/나옹록 2010. 7. 8. 19:58

상당법어

   시자 각련(覺璉)이 짓고, 광통보제사(廣通普濟寺)에 주석하는 환암(幻艤)이 교정하다.

1. 광제선사(廣濟禪寺) 개당

   스님께서는 강남에서의 행각을 마치고 대도(大都)에 돌아와 연대(燕代)의 산천을 두루 돌아다니셨다. 그 도행(道行)이 궁중에 들려 을미년(1355) 가을에 황제의 명을 받들고 광제사(廣濟寺) 주지가 되어 丙申년(1356) 10월 보름날에 개당법회를 열었는데, 황제는 금란가사와 상아불자를 내리셨다.
   이 날에 여러 산의 장로들과 강호의 납자들과 또 여러 문무관리들이 모두 모였다. 스님께서는 가사를 받아 들고 황제의 사자에게 물었다.
   "산하대지와 초목총림이 다 하나의 법왕신인데 이것을 어디다 입혀야 합니까?"
   황제의 사자가 "모르겠습니다" 하니 스님께서는 자기 왼쪽 어깨를 가리키면서 "여기다 입혀야 합니다" 하셨다.
 
   또 대중에게 물었다.
   "맑고 텅 비고 고요하여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찬란한 이 가사는 어디서 나왔는가?"
   대중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는 "구중 궁궐의 금구(金口)에서 나왔다" 하셨다.
   이에 가사를 입고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가 주장자를 가로 잡고 말씀하셨다.
   "날카로운 칼을 온통 들어 바른 명령을 행할 것이니, 어름어름하면 목숨을 잃는다. 이 칼날에 맞설 이가 있는가, 있는가, 있는가. 돛대 하나에 바람을 타고 바다를 지나가노니, 여기서는 배 탄 사람을 만나지 못하리라."
   다시 불자를 세우고 말씀하셨다.
   "3세 모든 부처님과 역대 조사님네와 천하의 노화상들이 모두 산승의 이 불자 꼭대기에 앉아 큰 광명을 놓으면서 다 같은 소리로 우리 황제를 봉축하는데, 대중은 보는가. 만일 보지 못한다 하면 눈은 있으나 장님과 같고, 본다 한다면 어떻게 보는가. 보고 보지 못하는 것이나 알고 모르는 것은 한 쪽에서만 하는 말이니,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는 불자를 던지면서 "털이 많은 소는 불자를 모르는구나" 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2. 신광사(神光寺) 주지가 되어

   스님은 절 문에 도착하자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온 대지가 다 해탈문인데 대중은 일찍이 그 문에 들어갔는가. 만일 들어가지 못했거든 나를 따라 앞으로 가자."
 
   또 보광명전(普光明殿)에 이르러 말씀하셨다.
   "비로자나(毘盧遮那)의 꼭대기를 밟는다 해도 그는 더러운 발을 가진 사람이다. 말해 보라. 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그리고는 손으로 불상을 가리키면서, "나 때문에 절을 받는 것이오" 하셨다.
 
   다음에는 거실(據室)에 이르러, "이 방은 부처를 삶고 조사를 삶는 큰 화로다" 하시고 주장자를 들고는,
   "이것은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날카로운 칼이다. 대중은 이 칼 밑에서 몸을 뒤칠 수 있는가. 그런 사람은 이리 나와도 좋다. 나와도 좋다" 하셨다.
   이어서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치고는, "우리 집의 적자(嫡子) 말고 누가 감히 이 속으로 가겠는가" 하고는 악! 하고 할을 한 번 한 뒤에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다음에 또 법당에 올라가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 말씀하셨다.
   "산승은 오대산(五臺山)을 떠나기 전에 이미 여러분을 위해 오늘의 일을 다 말하였다. 지금 손과 주인이 서로 만나 앉고 섬이 엄연하니 이미 많은 일을 이루었는데, 다시 산승에게 모래 흙을 흩뿌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만리에 흰구름 격이다. 그러나 관법(官法)으로는 바늘도 용납하지 않지만 사사로이는 거마(車馬)도 통하는 것이니 아는 이가 있는가?"
   문답을 마치고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티끌 같은 세계에 털끝 하나 없고 날마다 당당하게 살림살이를 드러낸다. 볼라치면 볼 수 없어 캄캄하더니, 쓸 때는 무궁무진 분명하도다. 삼세의 부처들도 그 바람 아래 섰고 역대의 조사들도 3천 리를 물러선다. 말해 보라. 이것이 무엇인데 그렇게도 대단한가. 확실히 알겠는가. 확실히 알기만 한다면 어디로 가나 이름과 형상을 떠나 삿됨을 무찌르고 바름을 드러낼 것이며, 가로 잡거나 거꾸로 쓰거나 죽이고 살림이 자재로울 것이다. 한 줄기 풀로 장육금신을 만들며 장육금신으로 한 줄기 풀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는 얼른 주장자를 들어 왼쪽으로 한 번 내리치고는, "이것이 한 줄기 풀이라면 어느 것이 장육금신인가?" 하시고 오른쪽으로 한 번 내리치고는 말씀하셨다.
   "이것이 장육금신이라면 어느 것이 한 줄기 풀인가? 만일 여기서 깨치면 임금의 은혜와 부처의 은혜를 한꺼번에 갚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거든 각기 승당으로 돌아가 자세히 살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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