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보살[佛菩薩]께 헌사[獻辭]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대보살님들께 머리 숙여 예배를 올립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제가 이 논(論)을 지었으나 부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을까 두려우니 부디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만약 부처님의 이치를 알았거든 일체 유정의 중생에게 모두 회향하여 내세(來世)에 다 함께 성불하기를 바라옵니다.

稽首和南十方諸佛 諸大菩薩衆 弟子今作此論 恐不會聖心 願
賜懺悔 若會聖理 盡將廻施一切有情 願於來世 盡得成佛

2. 돈오(頓悟)


   "어떤 법을 닦아야 곧 해탈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오직 돈오의 한 문[一門] 만이 곧 해탈을 얻을 수 있느니라."
   "어떤 것을 돈오(頓悟)라고 합니까?"
   "돈(頓)이란 단박에 망념(妄念)을 없앰이요, 오(悟)란 얻은 바 없음[無所得]을 깨치는 것이니라."
   "무엇부터 닦아야 합니까?"
   "근본(根本)부터 닦아야 하느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근본부터 닦는 것입니까?"
   "마음이 근본이니라."
   "마음이 근본임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능가경]에 이르기를 '마음이 나면 갖가지 법이 나고 마음이 없어지면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고 하였고, [유마경]에 이르기를 '정토(淨土)를 얻고저 하면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하나니 그 마음 깨끗함을 따라 불국토가 깨끗해진다' 하였고, [유교경]에 이르기를 '마음을 한 곳으로 통일하여 제어하면 성취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고 하였고, 어떤 경에서는 '성인은 마음을 구하나 부처를 구하지 아니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부처를 구하면서 마음을 구하지 아니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나 몸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몸은 다스리나 마음을 다스리지 아니한다'고 하였고, [불명경]에 이르기를 '죄는 마음에서 났다가 다시 마음을 좇아서 없어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선악과 일체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임을 알지니, 그런 까닭에 마음이 근본이니라. 만약 해탈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모름지기 근본을 알아야 한다. 만약 이런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고 쓸데 없이 노력을 허비하여 바깥 모양에서 구한다면 옳지 않느니라. [선문경]에 이르기를 '바깥 모양에서 구한다면 비록 몇 겁을 지난다 해도 마침내 이루지 못할 것이요, 안으로 마음을 관조하여 깨치면 한 생각 사이에 보리를 증득한다'고 하였느니라."

問 欲修何法 卽得解脫
答 唯有頓悟一門 卽得解脫
云何爲頓悟
答 頓者 頓除妄念 悟者 悟無所得
問 從何而修
答 從根本修
云何從根本修
答 心爲根本
云何知心爲根本
答 楞伽經云 心生卽種種法生 心滅卽種種法滅 維摩經云 欲得
淨土 當淨其心 隨其心淨 卽佛土淨 遺敎經云 但制心一處 無
事不辨 經云 聖人 求心不求佛 愚人 求佛不求心 智人 調心不
調身 愚人 調身不調心 佛名經云 罪從心生 還從心滅 故知善
惡一切 皆由自心 所以 心爲根本也 若求解脫者 先須識根本
若不達此理 虛費功勞 於外相 求 無有是處 禪門經云 於外相
求 雖經劫數 終不能成 於內覺觀 如一念頃 卽證菩提

3. 선정(禪定)


   "근본을 닦으려면 무슨 법으로써 닦아야 합니까?"
   "오직 좌선하여 선정을 하면 얻을 수 있느니라. [선문경]에 이르기를 '부처님의 성스러운 지혜인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할진댄 곧 선정(禪定)이 요긴한 것이니, 만약 선정이 없으면 망상이 시끄럽게 일어나서 그 선근(禪根)을 무너뜨린다' 고 하였느니라."
   "어떤 것을 선(禪)이라 하며 어떤 것을 정(定)이라 합니까?"
   "망념(妄念)이 일어나지 아니함이 선(禪)이요, 앉아서 본성(本性)을 보는 것이 정(定)이니라. 본성이란 너의 무생심(無生心)이요, 정이란 경계를 대(對)함에 무심하여 팔풍(八風)에 움직이지 아니함이니라. 팔풍이란, 이로움과 손실(利.衰), 헐뜯음과 높이 기림(毁.譽), 칭찬함과 비웃음(稱.譏), 괴로움과 즐거움(苦.樂)을 말하느니라. 만약 이와 같이 정(定)을 얻은 사람은 비록 범부(凡夫)라고 하더라도 부처님 지위(佛位)에 들어 가느니라.
   왜냐하면 [보살계경(菩薩戒經)]에 이르기를 '중생이 부처님계(佛戒)를 받으면 곧 모든 부처님 지위에 들어간다' 고 하였으니 이와 같이 얻은 것을 '해탈' 이라고 하며 또 '피안에 이르렀다'고 하느니라. 이는 육도(六度)를 뛰어넘고 삼계(三界)를 벗어난 대력보살(大力菩薩)이며 무량력존(無量力尊)이니 대장부(大丈夫)인 것이니라."

問 夫修根本 以何法修
答 惟坐禪禪定 卽得 禪門經云 求佛聖智 卽要禪定 若無禪定
念想 喧動 壞其善根
問 云何爲禪 云何爲定
答 妄念不生 爲禪 坐見本性 爲定 本性者 是汝無生心 定者
對境無心 八風不能動 八風者 利衰毁譽稱譏苦樂 是名八風 若
得如是定者 雖是凡夫 卽入佛位 何以故 菩薩戒經云 衆生 受
佛戒 卽入諸佛位 得如是者 卽名解脫 亦名達彼岸 超六度越三
界 大力菩薩 無量力尊 是大丈夫

4. 무주처(無住處)와 무주심(無住心)


   "마음이 어느 곳에 머물러야 곧 머무는 것입니까?"
   "머무는 곳이 없는데에 머무는 것이 곧 머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머무는 곳이 없는 것입니까?"
   "일체처(一切處)에 머물지 아니함이 곧 머무는 곳 없는데에 머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일체처(一切處)에 머물지 아니하는 것입니까?"
   "일체처에 머물지 아니한다 함은 선악(善惡).유무(有無).내외(內外).중간(中間)에 머물지 아니하며, 공(空)에도 머물지 아니하며, 공(空) 아님에도 머물지 아니하며, 선정(禪定)에도 머물지 아니하며, 선정 아님에도 머물지 아니함이 일체처에 머물지 아니함이니, 다만 일체처에 머물지 아니하는 것이 곧 머무는 곳이니라. 이와 같이 얻은 것을 머물음이 없는 마음(無住心) 이라 하는 것이니 머물음이 없는 마음이란 부처님의 마음이니라."
   "그 마음은 어떤 물건과 같습니까?"
   "그 마음은 푸르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으며, 붉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아니하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아니하며,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아니하여, 담연(湛然)하고 항상 고요한 이것이 본래 마음의 형상이며 또 본래 몸이니 본래의 몸이란 곧 부처님의 몸이니라."

問 心住何處卽住
答 住無住處卽住
問 云何是無住處
答 不住一切處 卽是住無住處
問 云何是不住一切處
答 不住一切處者 不住善惡有無內外中間 不住空 亦不住不空
不住定亦不住不定 卽是不住一切處 只箇不住一切處卽是住處
也 得如是者 卽名無住心也 無住心者 是佛心
問 其心似何物
答 其心 不靑不黃不赤不白 不長不短不法不來 非垢非淨 不生
不滅 湛然常寂 此是本心形相也 亦是本身 本身者 卽佛身也

5. 자성견(自性見)


   "몸과 마음은 무엇으로써 보는 것입니까? 눈으로 봅니까, 귀로 봅니까, 몸과 마음 등으로 봅니까?"
   "보는 것은 여러 가지로 보는 것이 없느니라."
   "이미 여러 가지로 보는 것이 없을진댄 다시 어떻게 보는 것입니까?"
   "이것은 자성(自性)으로 보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자성이 본래 청정하여 담연히 비고 고요하므로, 비고 고요한 본체(體) 가운데서 이 보는 것[見]이 능히 나느니라."
   "다만 청정의 본체 조차도 오히려 얻을 수 없는데 이 보는 것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비유하면 밝은 거울 가운데 비록 모양이 없으나 일체 모양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으니, 왜냐하면 밝은 거울이 무심이기 때문이니라. 배우는 사람이 만약 마음에 물든 바 없어 망심이 나지 아니하고 주관과 객관에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자연히 청정한 것이니, 청정한 까닭에 능히 이 보는 것이 생겨나느니라. [법구경]에 이르기를 '필경의 공 가운데서 불꽃 일듯 건립함이 선지식이다' 고 하였느니라.

問 身心 以何爲見 是眼見 耳見 鼻見 及 身心等見
答 見無如許種見
云 旣無如許種見 復何見
答 是自性見 何以故 爲自性 本來淸淨 湛然空寂 卽於空寂體
中 能生此見
問 只如淸淨體 尙不可得 此見 從何而有
答 喩如明鑑中 雖無像 能見一切像 何以故 爲明鑑無心故 學
人 若心無所染 妄心 不生 我所心 滅 自然淸淨 以淸淨故 能
生此見 法句經云 於 畢竟空中 熾然建立 是善知識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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