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증대제(曾待制)에게 드리는 글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조주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하여 천하 참학인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꿰뚫어 의지하지 않고 알음알이를 내지 않아야만 통렬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견해의 가시가 그저 털끝만큼이라도 있기만 하면 깜깜하게 됩니다.

  듣지 못하였습니까. 법안(法眼)스님이 각철취(覺鐵?)스님에게 묻기를 “조주스님께서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데, 그런가요?” 하자, 각철취스님이 “스님께서는 스승(先師)을 비방하지 마십시오. 스승께서 이런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던 것을. 이처럼 참구하기만 하면 바로 옛사람의 그대로 깨친 자리가 됩니다.

  엄양존자(嚴陽尊者)가 조주스님에게 물었습니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땐 어떻게 합니까?”
  “놓아버리게.”
  “한 물건도 가져오질 않았는데, 무엇을 놓아버리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아하니, 아직 놓아버리지 못하였군.”

  엄양존자는 마침내 크게 깨달았습니다.
  뒤에 혜남선사(慧南禪師)가 게송을 지어 말하였습니다.

한 물건도 가져오질 않았건만
양어깨에 걸머지고 일어나지 못 하네
말끝에 대뜸 잘못임을 아니
마음속의 기쁨은 한이 없어라

매서운 독이 가슴 속에 삭아지니
뱀과 호랑이도 친구가 되고
쓸쓸한 천백 년에
맑은 바람 그치지 않는구나.

一物不將來 兩扁擔不起
言下忽知非 心中無限喜
毒惡旣忘懷 蛇虎爲知已
寥寥千百年 淸風猶未已

  시험삼아 자주 이 화두를 들어 보십시오. “한 물건도 가져오질 않았을 땐 어떻게 합니까”하니 조주스님이 말하기를 “놓아버리라” 말했다. 이리하면 단박에 깨닫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었습니다.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았는데 허물이 있습니까?” 그러자 운문스님은 “수미산 만큼!”이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요점을 살핀 것입니다. 하릴 없이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고요히 하여 우둔한 듯이 공부하십시오. 다만 화두를 들어보십시오. 오래하다 보면 저절로 들어갈 곳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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