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황성숙(黃聲叔)에게 드리는 글


  서로 만나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생각을 드러내면 곧 있음을 알아차린다 해도, 자세히 점검해 보면 이미 진탕 속으로 끌어들이고 물에 띄운 격인데, 하물며 그 나머지 번다한 이론들이겠습니까.

  통달한 사람의 분상은 마땅히 초준하고 빼어나야 한데, 어찌 어지럽게 이끄는 것을 용납하겠습니까. 대개 이것은 유독 쇄쇄낙락한 것만을 인정할 뿐, 번개치고 별똥이 떨어지는 듯 하다 해도 빗나감을 면치 못합니다.

  그저 이렇게 말해줘서 깨우치게 함도 그 허물이 하늘에 넘칩니다. 서로 만나기 이전, 생각을 움직이기 이전의 상태에서 단박에 알아차렸다면, 그것을 그냥 그 사람에게 남겨둘 것이요, 다시 형상과 문채로써 알음알이를 지어서는 안됩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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