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윤상인(倫上人)에게 주는 글


  어느 것이라도 마음을 두기만 하며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뻔하다. 지금 관문을 뚫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마음에 집착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벗어나서 무심한 경지에 이르기만 하면 모든 망령된 생각과 더럽혀진 습기가 다 없어지고 지견과 알음알이의 장애가 모두 사라질 것인데,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남전(南泉)스님은 "평상시의 마음이 도"라고 하였다.

  그러나 생각을 일으켜 평상하기를 기다린다면 벌써 어긋나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아주 미세하여 어떻게 갖다대기가 어려운 곳이다. 도량을 헤아릴 수 없는 대인이라도 여기에 이르러선 주저하는데, 하물며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사람이야 어떠하겠느냐. 그저 죽기 살기로 물어뜯어 끊어버려야 한다. 마치 호흡이 끊어져 완전히 죽은 사람 같았다가 다시 살아나야만 비로소 허공같이 확 트인 줄을 알고 실다운 경지를 밟으리라.

  이 일을 깊이 깨쳐 훤하게 밝히고, 믿어 다달아서 무심하고 호호탕탕하여 모든 것에 알음알이가 없어서 척척 들어맞는 경지에 이르기만 하면, 대뜸 자유롭게 노닐면서 다시는 얽매이지 않으며, 다시는 일정한 방향과 처소가 없게 된다.

  쓰고 싶으면 쓰고 행하고 싶으면 행하는데, 다시 무슨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이 있으랴. 위로 통하고 아래로 사무쳐 일시에 거두어들이니, 이런 무심의 경계를 어찌 쉽사리 밟을 수 있으리오. 반드시 그만한 사람이라야만 비로소 되리라.

  만일 이러하지 못하다면 꼭 몸과 마음을 놓아버리고 그윽하게 하여 한 털끝만큼도 기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오래도록 항상 살피다 보면 자연히 천지를 덮는 기상으로 부딪히는 곳마다 그대로 완전함을 이루리라.

  태어날 때부터 석가모니이거나 저절로 이루어진 미륵은 없는 것이다. 누구라서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대뜸 알았으랴. 그러니 응당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단박에 한 번 물어뜯어 끊어버리면 그대를 어찌할 수 없으리라. 대장부라면 모름지기 자유자재한 경지에 도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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