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성품이 공하다(性空)(1)

  본래면목 자리는 비어 있어(空)요. 그 자리는 부처도 중생도 초월했고, 해탈과 구속, 번뇌와 반야 모든 것을 초월합니다. 종교, 민족, 인종, 이데올로기도 초월해 있는 자리, 그 자리가 성품입니다. 이데올로기니 인종이니 민족이니 종교니 전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양 극단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떤 존재도 형상이 있든 없든, 또 생명이 있든 없든, 모두 그 성품이 공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등합니다. 모든 대립 갈등하는 양 극단을 극복하여 하루 속히 평화를 이루어가야 합니다.
  부처님은 조건에 의하여 만들어진 존재를 《금강경》에서는 아홉 가지로 얘기했어요. 알에서 태어난 난생卵生·태로 난 태생胎生·습지에서 태어난 습생濕生·진화해서 난 화생化生 이렇게 해서 사생四生이라 하고, 여기에 형상이 있거나(有色)·형상이 없거나(無色)·생각이 있거나(有想)·생각이 없거나(無想)·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非有想非無想) 모두 아홉 가지를 말씀하셨어요.

四生 : 난생卵生, 태생胎生, 습생濕生, 화생化生
유색有色, 무색無色, 유상有想, 무상無想,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아홉 가지 존재가 전부 연기 현상이고, 그 자성自性은 모두 공해 있는 겁니다. 우리 인간만 그런 게 아니에요. 형상이 있거나 없거나, 생각이 있거나 없거나, 이런 것들이 모두 다 그 마음에서 나오는 거예요. 마음이라는 것이 생명이 있는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의미가 굉장히 깊은 거예요.
  기독교나 다른 종교에서는 이 만물을 하느님이 만들었다, 태극이 만들었다, 브라만이 만들었다, 알라신이 만들었다고 해서 그 생성과정을 굉장히 단순화해서 봅니다. 반면 부처님께서는 아홉 가지 종류로 구분하여 말씀하시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전부 조건에 의해서 만들어진 연기 현상이기 때문에 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개체의 연기 현상이 공한 것을 자성自性이라 하고, 전체의 연기 현상이 공한 것을 법성法性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 자성, 법성 자리가 굉장히 고귀한 자리이니 금덩어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금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어진 물건이 모양과 크기와 용도가 각각 다르더라도 본질, 즉 재료는 평등한 금입니다. 조금도 서로 대립 갈등하고 투쟁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교하고 우열을 따지고 차별하니까, 갈등하고 대립하고 투쟁하고 전쟁을 하는 겁니다. 이 우주 만물이 모두 평등한 줄 알면 그렇게 대립할 이유가 없어요. 종교도 대립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 마음이 평화롭고 또 그런 차별 경계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거기에 끄달리거나 지배를 받거나 하지 않고 자유자재합니다.
  사실은 이 얘기뿐입니다. 이거 하나 알면 《육조단경》 다 안 거예요. 그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미 스스로 삼보에게 귀의하여 모두 지극한 마음일 것이니, 선지식들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리라.
  선지식아, 비록 생각(念)은 하지만 알지 못하니 혜능이 설명하여 줄 것이다. 각자 잘 들어라.

  마하반야바라밀은 서쪽 나라(西國) 범어梵語이다. 당나라 말로는 ‘큰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른다’ 이다. 이 법은 모름지기 행할 것이지 입으로 외우는 데 있지 않다.
  입으로 외우고 행하지 않으면 꼭두각시와 같고 허깨비와 같으나, 닦고 실천하는 이(修行者)는 법신法身이나 부처와 같다.

  마하摩訶란 무엇인가?
  마하는 큰 것(大)이다. 마음의 크기가 광대해서 마치 허공과 같지만, 빈 마음으로 앉아 있지 말라. 곧 무기공無記空에 떨어진다.
  허공은 능히 해, 달, 별(日月星辰)과 대지, 산, 강과 모든 풀, 나무, 그리고 악인과 선인, 악법과 선법, 천당과 지옥을 그 안에 다 포용하고 있다. 세상 사람의 성품이 공空한 것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이 성품이 만법을 포함하여 큰 것(大)이니 만법이 모두 다 자성이다. 모든 사람과 사람 아닌 것, 악함과 착함, 악한 법과 착한 법을 보되, 모두 다 버리지 않으며 거기에 물들지도 않아 마치 허공과 같아 이를 이름하여 크다(大) 하니 이것이 대승행(摩訶)이다.
  미혹한 사람은 입으로 외우고,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으로 행한다. 또 미혹한 사람은 마음을 비워 생각하지 않는 것을 크다(大) 하나, 이것도 또한 옳지 않다.
  마음의 크기가 광대하여도, 행하지 않으면 작은 것이다. 입으로만 말하고 행하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아니다.

  이제 이미 스스로 삼보에게 귀의하여 모두 지극한 마음일 것이니, 선지식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리라.
  선지식아, 비록 생각(念)은 하지만 알지 못하니 혜능이 설명할 것이다. 각자 잘 들어라.
  마하반야바라밀에 대하여 생각은 하는데 알지 못하니까, 혜능 스님께서 대중에게 설명해주는 겁니다. 잘 보세요.

“마하반야바라밀”이란 무엇인가?

  마하반야바라밀은 서쪽 나라(西國) 범어梵語이다. 당나라 말로는 ‘큰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른다’ 이다. 이 법은 모름지기 행할 것이지 입으로 외우는데 있지 않다.
  마하반야바라밀이란 ‘큰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이 법은 실천하는 것이지, 입으로 외우고 기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입으로 외우고 행하지 않으면 꼭두각시와 같고 허깨비와 같으나,
입으로 아무리 마하반야바라밀을 외운다고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허깨비와 같고 꼭두각시와 같습니다. 그래서 언행일치해야 하는 겁니다. 실천해야 합니다. 그럼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양변을 여읜 그 자리는 실체가 없고 공이라는 것을 알고, 그 시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실천하는 겁니다.

  닦고 실천하는 이(修行者)는 법신法身이나 부처와 같다.
이것을 닦고 실천하는 자는 부처님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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