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초산기 선사 1) 해제 시중
여러 대덕들아, 90일 중에 증오(證悟)가 있느냐 없느냐?
만약 아직도 입처가 없다면 이 한 삼동을 또 헛되이 마쳤구나!
만약 본색도류(本色道流)일진댄 시방법계로 원각 기일을 삼고
장기 단기와 백일천일과 결제해제를 논하지 않고,
다만 화두를 드는 것으로 시작을 삼아서 1년이든 10년이든 20년이든 참구하되,
가사 평생을 다해서라도 만약 깨치지 못하면 결정코 뜻을 옮기지 말아야 한다.
기어코 진실한 구경처를 보도록 하여야 하니,
이때가 비로소 해제하는 날이다.
혹 아직도 앞에서 말한 뜻을 계합하지 못하거든,
다만 <아미타불> 일구를 깊이 생각에 두고 묵묵히 체구하여
항상 스스로 채찍질하여 의정을 이르키되,
"이 염불하는 놈이 무엇인가?" 하라.
생각생각 끊임이 없고 마음과 마음에 빈틈이 없으면 마치 사람이 길을 가는데,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한 곳에 이르면 몸을 뒤집는 도리가 있듯이
기어이 "왁!"한 소리치고 심체(心體)에 계합하여 들어갈 것이다.
《평》
화두 드는 것으로 결제를 삼고 진실을 구경(究竟)한 것으로 해제를 삼는다 하니
이 말을 명심해두라.
▒ 용어정리 ▒
[1] 초산소기(楚山紹琦) :
남악하 28세. 법을 동림(東林) 무제오(無際 悟)선사에 이었다.
9세에 출가하여 처음 현극(玄極)스님에게 의지하고 최후에 무제(無際)선사에 이르렀다. 묻기를
"나에게 '무' 자의 뜻을 가져 오너라" 하는데,
사 게송으로 답하기를
"저 중의 묻는 곳이 너무나 많았으나, 조주는 일찌기 한 생각인들 하였으랴,
있는대로 한마디에 남김없이 털어낸걸, 도리어 사람들은 이를 의심하는구나."
하니, 다시 묻기를,
"어떠한 것이 의심이 없는 곳인고?"
"산은 푸르고 물은 맑고, 제비는 조잘대고 꾀꼬리는 우짖어,
역역 분명커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까?"
무제는 인가하고 법을 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