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사자봉 천여칙선사 1) 시중
나(生)되 온 곳을 알지 못하니 생태(生胎)라 하는 것이요,
죽어가되 가는 곳을 알지 못하니 사대(死大)라 하는 것이라.
공(功)이 없이 납월 30일이 닥치면 오직 손발을 버둥거릴 뿐이며
더우기 앞길이 망망하여 업을 따라 보를 받게 되니
참으로 요긴한 일은 이 생사의 과보를 받는데 있느니라.
생사업의 근본을 말한다면, 지금의 한 생각 중에서 소리를 따르고
빛을 쫓아 허둥지둥하는 이것이다.
이 까닭에 불조가 대자비를 운용하시어 혹은 참선을 하라 하시고
혹은 염불하라 하심은, 너로 하여금 망념을 소제(消除)하고
본래 면목을 알게 하여 말끔하고 훤출한 대해탈인을 만들고저 하심인데,
그럼에도 아직 영험을 얻지 못한 자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 까닭이다.
첫째는 진정한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한 것이요,
둘째는 통절히 생사대사를 생각에 두지 아니하고 그럭저럭 지내어서
어느덧 일없는 집에 들어앉은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셋째는 세간의 명예나 이권이란 온전히 헛된 것임을 밝게 알지 못하여
아주 털어 버리지 못하고, 망연과 악습에 주저앉아 이것을 끊지도 못하여
경계에 부닥치면 불각중에 휩쓸려 송두리째 업해(業海)속에 빠져들어
동으로 서로 떠돌아 다님을 깨닫지 못함에 있나니,
진정한 도류(道流)일진대 어찌 이와 같으랴!
마땅히 믿을지라, 조사 이르심을
"분분히 이는 잡념, 어찌하여 소탕할까!
하나의 화두는 쇠(鐵)뭉치 빗자루니, 쓸으면 쓸을수록 더욱 일으나
더욱 일거던 더욱 쓸어라.
쓸어도 안 쓸리면 목숨을 걸고 죽을 힘 다하여서 쓸어 내어라
홀연히 허공마져 쓸어낼지면 천만 가지 갈래길 한 길로 통하리" 하신 것이다.
제 선덕아, 노력하라.
모름지기 금생에 분명히 요달하여 영원히 재앙을 받지 않도록 하라.
또한 염불과 참선이 같지 않다고 의심하는 자가 있으니,
이는 참선은 단지 마음을 알고 성품을 보려함이요,
염불은 자기 성품이 미타(彌陀)요 마음이 곧 정토(淨土)임을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니, 어찌 이치에 둘이 있으랴.
경에 말씀하시기를
"불을 생각하고 염불하면 현세나 당래에 반드시 불을 뵈오리라." 하셨으니,
이미 현세에서 불을 볼진대 어찌 참선하여 도를 깨치는 것과 다름이 있으랴!
어떤 사람의 물음에 답함 -
단지 "아미타불" 넉자를 가지고 화두를 삼아 26시 중에 분명히 들어
한 생각도 나지 않은 곳에 이르면
차서 2) 를 밟지 않고 불위(佛位)에 뛰어오르리라.
▒ 용어정리 ▒
[1] 천여우칙(天如惟則) :
남악하 24세, 법을 중봉본(中峰本)선사에 이었다.
[2] 차서 :
대개 범부가 성불하는 데는, 간혜지(乾慧地)에서 성불까지에 55 절차의 차례가 있다. 그러나 종문에서는 "마음을 잡아가는 한 법이 모든 행을 다 갖춘다" 고 하고 또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대번에 부처를 이룬다" 하여 하등의 차서를 두지 않는다. 그리하여 공안을 요달하면, 단번에 부처땅(佛地)에 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