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천목 중봉본 선사 1) 시중
선사(先師) 고봉화상은 항상 학인에게 이르시기를,
"오직 본참공안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다닐 때도 이러히 참구하고 앉을 때도 이러히 참구하라.
궁구하여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생각이 머무를 수 없는 곳에 이르러,
문득 타파하여 벗어나면 바야흐로 성불한지 이미 오래임을 알 것이다.
이 한 도리는 이것이 기왕의 모든 불조가 생을 요달하고
죽음에서 벗어남에 이미 시험하신 묘방이다.
오직 귀한 것은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 뿐이니
오래오래 퇴전하지만 않으면 상응(相應)을 얻지 못할자 없느니라." 하셨다.
화두를 들고 공부 지어감에 첫째 입각처가 온당하여야 깨침도 친절하니라.
설사 이생에 깨치지 못하더라도, 다만 신심만 퇴전하지 않으면
한생 두생을 넘지 않고 누구나 깨침을 얻을 것이다.
혹 20년 30년을 공부하여 깨치지 못하더라도, 부디 다른 방편을 구하지 마라.
다만 마음이 다른 인연에 끄달리지 않으며,
또한 모든 망념을 끊고 힘써 화두를 향하여 가부좌를 결하고,
살면 살고 죽으면 죽기로 작정하고 정진하면
누가 3생이나, 5생, 10생, 내지 백생이라도 괘의하랴.
만약 철저히 깨치지 못하거든 결코 쉬지 말지니, 이러한 정인(正因)만 있으면
대사(大事)를 마치지 못할 것을 걱정할 것 없느니라.
병중 공부에는 용맹정진도 필요없으며 눈을 부릅뜨고 억지 힘 쓸 것도 없으니
단지 너의 마음을 목석과 같게 하고 뜻을 찬재(寒炭)와 같이하여
이 사대환신(四大幻身)을 타방세계 밖으로 던져 버리고,
병들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
사람이 와서 돌보아 주어도 그만 돌보아 줄 사람이 없어도 그만
향기로워도 그만 추한 냄새가 나도 그만
병을 고쳐 건강히 되어 백20세를 살아도 그만
혹 죽어서 숙업에 끌려 화탕 노탕 속에 들어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경계 중에 도무지 동요함이 없이
다뭇 간절하게 저 아무 맛도 없는 화두를 가지고
병석에 누운 채 묵묵히 궁구하고 놓아 지내지 말아야 한다.
《평》
이 노인의 천만 마디 말이 단지 화두를 들고 진실하게 공부를 지어 바른 깨침을 이루기를 기약하니, 그 말씀이 간절하고 투철하여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치 귀를 잡고 눈 앞에서 이르심과 같구나! 자세한 것은 전서(全書)에 있으니 생각대로 두루 보라.
▒ 용어정리 ▒
[1] 중봉명본(中峰明本) :
(1263-1321) 남악하 23세. 법을 고봉 묘선사에 이었다. 사관(死關)에서 고봉화상을 뫼시고 각고정진하여 마침내 대오하였는데 사관에서 의정진담 일단이, 뒤의 제조고공절약 제21에 보인다.
고봉 화상 진찬에,
"내 모양은 부사의라 불조도 짐작 못하나,
오직 못난 우리 아이가 나의 코 반쪽은 본다"
我相不思議 佛祖莫能視 獨許不肖兒 見得半邊鼻
하고 있으니 가히 사의 기봉을 짐작하게 한다. 원 인종(仁宗)이 청하여도 가지 않으니, 인종은 금문(金紋)가사를 보내고 불자원조광혜(佛慈圓照廣惠)선사라 사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