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명 용강연선사 1) 선인에게 답함
공부를 지음에는 첫째 큰 의심을 발하여야 한다.
비록 너의 공부가 아직 한달이나 반달 동안도 한뭉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만약 진의(眞疑)만 현전하면 설사 흔들어도 동하지 아니하여
자연 혹란(惑亂) 중에서도 한결 같으리니
이런 때를 당하여 오직 용맹히 분심을 내어 한결같이 밀고 나가면
마치 종일 숙맥같이 되리니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공안 타파는 저 옹기 속에 잡아놓은 자라 2) 이리라.
▒ 용어정리 ▒
[1] 사명 용간연(四明用剛軟) :
남악하 28세. 법을 화암충(和庵忠)선사에게 이었다.
[2] 옹기 속 자라 :
"옹기 속에 잡아 놓은 자라가 다름질쳐도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인데, 옹기 속의 자라는 손만 넣으면 곧 잡히니 이와 같이 일념상응(一念相應)이 확실하다는 비유다.
종문무고(宗門武庫)에 이 말이 보이는데, 하루는 서사천(徐師川)이 원오극근(圓悟克勤)스님의 정상(頂上)을 보고
"이 노장이 아직도 발밑이 땅에 닿지 않는군!" 하자, 원오스님이
"옹기 속 자라를 어찌 놓치랴." 하였고, 이에 서사천이
"이 노장 발밑이 땅에 닿는 것이 기쁘다." 하자, 원오스님이
"남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