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몽산이 선사 1) 시중
내 나이 20에 이 일을 있음을 알고, 32세에 이르도록 십칠팔의 장로에게 참예하여 법문을 듣고 정진하였으나 도무지 적실한 뜻을 알지 못하였었다.
후에 완산(脘山)장로께 참예하니 "무" 자를 참구하라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12시중에 반드시 생생한 정신으로 지어가되,
마치 저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 하고
닭이 알을 품듯이 끊임이 없이 하라.
만약 투철히 깨치지 못하거든 취가 나무궤를 썰듯이
결코 화두를 바꾸지 말고 꾸준히 지어가라.
이와 같이 지어가면 결정코 발명할 시절이 있을 것이다." 하시더라.
그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궁구하였더니 18일이 지나서 한번은 차를 마시다가 문득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심에 가섭이 미소한 도리" 를 깨치고 환희를 이기지 못하여 34장로를 찾아 결택 2) 을 구하였으나 아무도 한 말씀 없으시더라.
어떤 스님이 이르시기를,
"다만 해인삼매 3) 일인으로 인정하고 다른 것은 모두 상관하지 마라."
하시기에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두 해를 지내갔다.
경정(景定) 4) 5년 6월에 사천의 중경(重慶)에서 이질병에 걸려 밤낮 백번 위극이 극심하여 곧 죽을 지경에 빠졌으나 아무 병거할 힘도 없으며 해인삼매도 아무 용맹없고, 종전에 좀 알았다는 것도 또한 아무 쓸데가 없어, 입도 달삭할 수 없고 몸도 꼼짝할 수 없으니 남은 길은 오직 죽음 뿐이라, 업연 경계가 일시에 나타나 두렵고 떨려 갈팡질팡 할 뿐 어찌할 도리없고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핍박하여 오더라.
그때에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가족에게 후사를 분부하고, 향로를 차려놓고 좌복을 높이 고이고, 서서히 일어나 좌정하고 삼보와 용천에게 묵도하기를,
"이제까지의 모든 불선업(不善業)을 지심회과 하옵나니
원하옵건데 이몸이 이제 수명이 다 하였거든
반야의 힘을 입어 정녕대로 태어나서 일찌기 출가 5) 하여 지오며,
혹 병이 낫게 되거든 곧 출가하여 중이 되어 속히 크게 깨쳐서
널리 후학을 제도하게 되어지이다."
이와같이 하고 저 "무" 자를 들어 마음을 돌이켜 6) 스스로를 비추고 있으니 얼마 아니하여 장부(贓腑)가 서너번 동하는 것을 그대로 버려두었더니 또 얼마 있다가는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으며, 다시 얼마 있다가는 몸이 없는 듯 보이지 아니하고 오직 화두만이 끊이지 아니하더라.
밤 늦게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니 병이 반은 물러갔기에 다시 앉아 3경 4경에 이르니 모든 병이 씻은 듯이 없어지고 심신이 편안하고 아주 가볍게 되었다.
그리하여 8월에 강릉에 가서 삭발하고 일년 동안 있은 후 행각을 나섰더니 도중에 밥을 짓다가 생각하기를, "공부는 모름지기 단숨에 해마칠 것이요, 단속(斷續)이 있으면 아니될 것이라" 깨닫고, 황룡에 이르러 당으로 돌아 갔었다.
첫번째 수마(睡摩)가 닥쳐 왔을 때는 자리에 앉은 채 정신을 바짝 차려서 힘 안들이고 물리쳤고 다음에도 역시 이와 같이 하여 물리쳤으며, 세번째에 수마가 심하게 닥쳐왔을 때는 자리에서 내려와 불전에 예배하여 떨쳐 버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니 규식이 이미 정한지라 그때그때 방편을 써서 수마를 물리치며 공부하였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목침을 베고 잠깐 잤고 뒤에는 팔을 베었고 나중에는 아주 눕지를 아니하였다. 이러히 하여 23일이 지나니 밤이고 낮이고 홀연 눈앞의 검은 구름이 활짝 열리는 듯하고 몸이 흡사 금방 목욕에서라도 나온 듯 심신이 청쾌하며 마음에는 의단(疑團)이 더욱 더욱 성하여 힘들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현전하며, 일체 바깥경계의 소리나 빛깔이나 오욕 팔풍(八風) 7) 이 모두 들어 오지 못하여 청정하기가 마치 은쟁반에 흰눈을 담뿍 담은 듯하고 청명한 가을 공기와도 같았다.
그때 돌이켜 생각하니 공부경계는 비록 좋으나 가히 결택할 길이 없어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승천(承天)의 고섬(孤蟾)화상 회상에 이르러 당에 돌아와 스스로 맹세하기를, "확연히 깨치지 못하면 내 결코 단(單)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고 배겨냈더니 월여에 다시 공부가 복구되었다.
그 당시 온몸에 부스럼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목숨을 떼어놓고 공부를 지어 자연히 득력하여 병중 공부를 지어 얻었으며, 재에 참여하려고 절에서 나와 화두를 들고 가다가 재가(齋家)를 지나치는 것도 알지 못하고 하니 이러히하여 다시 동중공부(動中工夫)를 지어 얻으니 이때의 경계는 마치 물에 비친 달과도 같아 급한 여울이나 거센 물결 속에서 부딛쳐도 흩어지지 아니하며 탕연히 놓아 지내도 또한 잊혀지지 아니하여 가히 활발한 경지였느니라.
3월 초6일 좌선중에 바로 "무" 자를 들고 있는데 수좌가 당에 들어와 향을 사르다가 향합을 건드려 소리가 나는데 "왁!" 한 소리 8) 치니 이윽고 자기 면목을 요달하여 조주를 착파하였던 것이다.
그때 게송을 짓기를
"어느덧 갈 길 다 하였네
밟아 뒤집으니 물결이 바로 물이로다.
천하를 뛰어 넘은 노조주(老趙州)
네 면목 다못 이뿐이런가" 하였다.
그해 가을 임안(臨安)에서 설암(雪巖) 퇴경(退耕) 석범(石帆) 허주(虛舟)등 여러 장로를 뵈었더니 주장로는 완상장로께 참청하기를 권하시기에 이윽고 산장로를 뵈오니 묻기를, "'광명이 고요히 9) 비춰 온 법계에 두루했네' 의 게송은 이것이 어찌 장졸수재(張拙秀才) 10) 가 지은 것이 아니냐?" 하시는데 내가 대답하려하자 벽력같은 "할" 11) 로 몰아치셨다.
이로부터 서나 앉으나 음식을 먹으나 아무 생각이 없더니,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다음해 봄, 하루는 성을 나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돌층계를 올라가다가 홀연 가슴 속에 뭉쳤던 의심 덩어리가 눈 녹듯하니, 이 몸이 길을 걷고 있는 줄도 알지 못하더라.
곧 산장로를 찾으니 또 먼저번 말을 하시는 것을 언하에 선상을 들어 엎었고 다시 종전부터 극히 까다로운 수칙의 공안을 들어대시는 것을 거침없이 확연히 요달하였느니라.
여러 인자들이어, 참선은 모름지기 자세히 하여야 한다. 산승이 만약 중경에서 병들지 않았던들 거의 평생을 헛되이 마쳤으리라. 참선에 요긴한 일을 말한다면 첫째 정지견인(正知見人)을 만나는데 있다 하겠다. 이 까닭에 고인은 조석으로 참청하여 심신을 결택하고 쉬임없이 다시 간절히 이 일을 구명하였던 것이다.
《평》
타인은 병으로 인하여 퇴타하나, 이 장로는 도리어 병을 가지고 더욱 정진하여 마침내 큰 그릇을 이뤘으니 어찌 이를 덤덤히 보아 지내랴. 참선인은 병이 있거든 마땅히 이를 거울삼아 간절히 힘써야 한다.
▒ 용어정리 ▒
[1] 몽산 :
남악하 21세. 완산정응(脘山正凝) 선사의 법을 이었다. 이름은 덕이(德異)인데, 때로는 고균비구(古鈞比丘) 또는 전산화상(殿山和尙), 휴휴암주(休休庵主)라고도 한다. 강서성(江西省) 여릉도(廬陵道) 시양(時陽)에서 출생.
사가 교화한 시기는 원나라 세조(世祖)때이며, 우리나라 고려 충렬왕 때로 우리나라 고승들과 문필거래가 많았고 특히 사의 저서 법어략록(法語略錄) 수심결(修心訣)등은 이조때에 와서 우리글로 번역되기까지 하였다.
[법어일단]
마땅히 조주의 면목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니,
저 "無" 자의 뜻이 무엇인가를 일러내어야 한다.
준동함령(蠢動含靈)이 모두가 불성이 있거늘
조주는 어째서 "없다" 하였는가?
필경에 저 "무" 자는 그 의미가 어느 곳에 있는 것일까? 본래로 밝은 이 도리를 아직 밝혀내지 못하였으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의심감일 것이니 참으로 큰 의정 하에서 큰 깨침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깨치기를 기다리는 생각이 있어서는 아니되며,
또 한 생각에 깨치기를 구하지 말며,
있는 것이나 없는 것으로 알지 말며,
텅 비어 아주 없는 것으로 알지 말며,
쇠 빗자루로 쓸듯이 짖지 말며,
나귀를 매는 말뚝같이 의정없이 화두에 매어있지 말고,
저 의단(疑團)을 26시중 사위의(四威儀) 내에 더욱더욱 성성하게 하여
다만 "無" 자 만을 들어서 빈틈없이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를 살펴,
가나 오나 서나 앉으나 의정으로 오고 의정으로 가면 온갖 재미가 없게 되리니
그때에 조금이라도 재미를 내면 이때에 도리어 번뇌가 생기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으면 화두에 의정이 커져서 화두를 들지 않아도 자연히 현전하게 될 것이니 이때를 당하면 환희한 마음을 내지 말고 좋고 나쁘고 괘의치 말고 마치 늙은 쥐가 나무를 썰듯이 한결같이 "無" 자를 들고 나아가야 한다.
좌선중에 묘하게 정력(定力)을 얻으면 공부에 도움이 되나 이런 때는 부디 정(定)의 묘한 것에 힘을 두지 말아야 하니, 만약 정력에 힘을 쓰면 오히려 정의 경계가 흩어지는 것이다.
혹 능히 마음을 잘 지어 정(定)에 들었다 하더라도, 정을 탐하여 화두를 잊으면 아니되니 만약 화두를 잊으면 공(空)에 떨어지고 묘오(妙悟)는 얻지 못한다.
정에서 일어날 때 또한 반드시 정력을 잘 간직하여 동정(動靜)중에 항상 한결같이 하여 혼침이나 산란심을 아주 끊어야하며 또한 환희한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니, 이중에 홀연 "왁!" 한소리(방地一聲) 쳐, 조주의 관문을 뚫고 지나가 낱낱 공안에 모두 밝고 조사기붕에 일일이 다 계합하여 조주를 감파하고 생각으로 이룰 수 없는 곳에 이르러 모든 법에 뚜렷이 통하여 가지가지 차별인연에 모두 밝으며, 깨달은 후 일용 생애가 또한 그러하지 않으면 어찌 법그릇을 이루었다 하랴.
마땅히 먼저 지나가신 성인들의 표준될 격도를 잘 살려서 부디 소홀하게 알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2] 결택(決擇) :
의심을 결단하여 이치를 분별하는 것인데, 이것이 종문에서는 극히 중요시 된다. 그것은 공부인의 안목을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개 공부를 지어 깨치는 정도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선지식이라야 그 정부(正否)와 심천(深淺)을 가려보고 판단하여 삐뚤어졌으면 올바르게 잡아주고 얕게 깨쳤으면 깊게 인도한다. 스승없이 혼자 깨친 것은 혹 없지 아니하나 이때에도 반드시 선지식을 찾아 인가를 받는 것이다.
[3] 해인삼매(海印三昧) :
해인정(海印定)이라고도 한다. 일체번뇌가 끊어져 맑은 마음이 현전하여 진여법이 명랑히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기신론(起信論)에는, "무량공덕을 갖춘 법성진여의 바다라, 소이로 해인삼매라 한다" 고 하고 있다.
[4] 경정(景定) :
송나라 제13대 이종(理宗)때의 년호, 5년은 서기 1264년.
[5] 출가(出家) :
수도를 위하여 가정을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중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출가(身出家)에는 반드시 정신적으로 번뇌망상 사견(邪見) 삼독(貪心,성냄, 어리석음)의 불집에서 뛰어 나오는 이른바 심출가(心出家)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출가를 진출가라 할 것이지만 이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부용개(芙蓉槪)선사 시중에 "무릇 출가라 하는것은 진로 망상을 멀리하고 생사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마음을 쉬고 생각을 식혀 모든 반연을 끊기 때문에 출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찌 한가한 것에 재미를 삼아 매몰할까 보냐" 하고 있다.
[6] 마음에 돌이켜 :
불법은 밖에서 구하여 얻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의 모든 공부 방식은 마음을 돌이켜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니 이것을 회광반조(廻光返照)라하여 공부의 기본 방식이 된다. 앞서의 경산 대혜선사의 법어에도 "항상 세간 육진망상 경계로 달려가는 자기의 심식을 잡아서 반야위로 돌이켜 놓아라" 하심을 본다. 이때의 반야는 정념(正念)을 말한다.
[7] 팔풍(八風) :
"여덟가지 바람" 이란 말이니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서 어지럽게 동하게 하는 여덟가지다.
1. 이(利) - 나에것 이익 되는 것,
2. 쇠(衰) - 세력이 줄어드는 것.
3. 훼(毁) - 나를 비난하는 것.
4. 예(譽) - 이름이 좋게 드러나는 것.
5. 칭(稱) - 마음에 맞는 것.
6. 기(기) - 비웃는 것.
7. 고(苦) - 고생되는 것.
8. 락(樂) - 즐거운 것 등이다.
[8] 왁! 한소리 (방地一聲):
의정이 타파되는 형용인데 칠통이 탁! 터질 때를 형용하는 말이다. 이말은 무거운 물건을 들때 얼결에 오!하는 소리에 서 취해온 것.
[9] 광명이 고요히 :
장졸수재(張拙秀才)의 게송이다.
"광명이 고요히 온 법계를 두루 비춰
성현 범부 중생으로 한 집을 이루었네
한 생각 잠잠하면 온 몸이 드러나나
한 생각 움직이자 구름 속에 파묻히네
번뇌망상 끊을지면 더욱 더욱 어긋나며
참 이치를 찾는다면 삿된 길에 빠짐이라
세상인연 수순하여 가나오나 걸림없고
성불이나 지옥고나 한가지 헛것일세"
[10] 장졸수재(張拙秀才) :
성은 "장", 이름은 "졸" 이다. 당시 선비를 뽑는데 효렴(孝廉) 수재(秀才)의 두칭이 있었는데, 졸은 이 수재에 뽑힌 것이다. 청원(靑原行思)하 6세로 석상경제(石霜慶諸)선사의 법을 이었다. 처음 석상에게 참예하니 묻기를
"네 이름이 무엇이냐?"
"성은 장이고 이름은 졸입니다."
"공교한 것도 오히려 얻을 수 없는데 졸이 어데서 왔느냐?" 하는데서 홀연히 깨치고 위의 게송을 지어 바쳤다.
[11] 할(喝) :
종문에서 법을 문답하는데 쓰는 한 법어인데 큰소리로 "엑!" 하고 꾸짖는 형세를 짓는 것. "할" 을 처음 쓴 것은 마조인데, 임제가 많이 써서 지금에 "임제할" 이라는 말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