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 제 7 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9. 정도와 사도[邪正品]
   
  이 때에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위에서 말한 네 종류 사람들에게 마땅히 의지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선남자야, 나의 말과 같이 의지하여야 하나니 왜냐 하면 네 가지 마군이 있는 연고니라. 무엇이 네 가지인가, 마군이 말한 경전과 계율을 받아 가지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마군과, 마군의 말한 것과 부처님의 말한 것을 저희들이 어떻게 분별하오며, 어떤 중생이 마군의 행을 따르는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지, 그런 무리를 어떻게 압니까?"
  "가섭이여, 내가 열반한 지 7백 년 뒤에 마왕 파순이 점점 나의 법을 혼란케 하리니, 마치 사냥꾼이 몸에 가사를 입듯이 마왕 파순도 그와 같이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모양을 가장하기도 하고, 또 수다원의 몸과 아라한의 몸과, 내지 부처님의 몸을 꾸미되 마왕의 유루한 형상으로 무루한 몸을 가장하고, 나의 바른 법을 파괴하며 파순이 바른 법을 파괴하면서 말하기를 '보살이 옛날에 도솔천에서 없어지고 이 가비라성의 정반왕궁에 올 적에 부모의 애욕으로 접촉함을 의지하여 이 몸을 낳아 기른 것이니, 만일 어떤 사람이 인간에 나서 모든 세간의 인천 대중에게 공경을 받는다고 말한다면 있을 수 없다'고 하며, 또 말하기를 '옛적에 고행할 때에 머리와 눈과 골수와 나라와 처자까지 여러 가지로 보시한 까닭으로 지금에 불도를 이루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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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 그런 인연으로 천상 사람·세간 사람·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의 공경을 받는다' 하리라. 만일 이런 말을 한 경전이나 계율이 있으면 마군의 말인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야, 만일 경과 율에 말하기를, '여래는 벌써부터 불도를 이루었건만 지금 성불하는 일을 보이는 것은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부모의 애욕으로 인하여 났으며, 세상을 따르기 위하여 이렇게 나타난다'고 하면, 이런 경과 율은 참으로 여래의 말인 줄을 알지니, 만일 마군이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보살이니라. 또 말하기를, '여래가 처음 났을 적에 10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하면 그는 마군의 말이요, 여래가 세상에 나서 10방으로 일곱 걸음씩 걸은 것은 여래의 방편으로 보인 것이라고 말하면 이것은 여래가 말씀한 경전과 율이니, 만일 마군이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이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보살이니라. 만일 말하기를 '보살이 탄생한 뒤에 부왕이 사람으로 하여금 태자를 데리고 천신의 사당에 갔을 적에 천신들이 보고 내려와서 예경하였으므로 부처님이라 한다'고 하고, 다시 논란하여 말하기를 '천신은 먼저 났고 부처님께서는 나중 났는데 어찌하여 천신이 부처님께 예경하였으랴' 하면, 그것은 파순의 말인 줄을 알 것이니라. 경에 말하기를 '부처님이 천신의 사당에 갔을 적에 마혜수라천·대범천왕·제석천왕들이 모두 부처님 발에 합장하고 예경하였다' 하면 이런 경과 율은 부처님이 말씀한 것이니, 마군이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이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즉시 보살이니라.
  어떤 경이나 율에 '보살이 태자로 있을 적에 음욕으로 말미암아 사방에서 아내를 맞아 궁중에 두고 5욕으로 즐기며 기뻐하였다'고 말하였으면, 그러한 경과 율은 마군의 말이요, 만일 '보살은 이미 오래전에 탐욕과 처자의 생각을 여의었으며, 내지 33천의 훌륭한 5욕락도 침 뱉듯이 버렸거늘 하물며 인간의 욕락이리요.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느니라'고 말하였으면 그런 경과 율은 부처님의 말씀이니 마군의 경과 율을 따르면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경과 율을 따르면 곧 보살이니라.
  또 '부처님이 사위성 기타정사에 계실 적에 비구들에게 종·하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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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코끼리·말·나귀·노새·닭·돼지·고양이·개·금·은·폐유리·진주·파리·자거·마노·산호·호박·보패·보석·구리·가마·솥·쟁반 따위를 받아 두라 허락하였고, 밭 갈고 나무 심고 장사하고 곡식을 쌓아 두는 일들을 부처님이 자비심으로 중생을 사랑하여 허락하였다'고 말하였으면 그런 경과 율은 모두 마군의 말이요, '부처님이 사위성 기타정사의 나리루(那梨樓) 귀신 있는 곳에 계실 적에 여래께서 바라문 고저덕(羖羝德)과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은 금·은·폐유리·파리·진주·자거·마노·산호·호박·보패·보석·종·하인·동남·동녀와 소·양·코끼리·말·나귀·노새·닭·돼지·고양이·개 따위의 짐승과 구리·가마·솥·쟁반 따위와, 가지각색의 평상·포단과 살림에 필요한 집 따위를 받아 두지 말라 하였고, 밭 갈고 나무 심고 무역하고 손수 음식 만들고 방아 찧고 맷돌질하는 것과 몸을 다스리는 주술과 매를 길들이는 방법과 천문 보고 역서 만들고 점치고 남녀의 상보고 해몽하고 남자다 여자다 남자 아니다 여자 아니다 하는 따위의 64능(能)과 사람을 의혹케 하는 18주술과 여러 가지 공교한 일을 하지 말라 하였으며, 혹 세간의 한량없는 세속 일을 말하되, 흩는 향·가루향·바르는 향·쐬는 향·꽃다발·화만·머리 빗는 방법을 숭상하거나, 간사하고 아첨하여 이양을 탐내거나, 복잡하고 분주한 데를 좋아하며, 희롱하고 웃고 이야기하거나, 고기 생선을 즐겨 먹거나, 독약을 만들거나 향유를 짜거나 일산 받고 갖신 신고 부채 만들고 상자 만들고 화상 그리고 쌀·곡식·밀·보리·콩·과실 따위를 저축하거나, 국왕·왕자·대신이나 여인들을 가까이하거나 소리를 높여 웃거나 잠잠하거나, 법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잘하고 못하고 좋고 나쁘고 선하고 악하고 좋은 신 좋은 옷을 부질없이 이야기하거나, 가지가지 부정한 물건을 시주들의 앞에서 칭찬하거나, 술집·기생집·놀음판 따위의 부정한 곳에 출입하는 사람은 비구들 중에 섞이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런 이는 마땅히 비구를 그만두고 속세로 돌아가서 국민의 구실을 극진히 할 것이니, 마치 돌피와 가라지를 뽑아버리듯 하라' 하였으면, 이런 경과 율을 제정한 것은 모두 부처님의 말이니라. 마군의 말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말을 따르는 이는 보살이니라.
  만일 말하되, 보살이 천신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천신의 사당에 들어갔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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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그 천신은 범천·대자재천·위타천·가전연천이라. 들어간 까닭은 모든 하늘들을 조복하기 위함이니,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거나, 만일 말하기를 보살이 외도들의 잘못된 언론에 들어가서 그의 위의와 문장과 기예(技藝)를 알지 못하여 하인들의 투쟁을 화합하지 못하며 남녀·국왕·대신의 공경을 받지 못한다 하거나, 또 말하기를 여러 가지 약을 화합할 줄을 모르나니, 모르는 까닭으로 여래라 하거니와, 만일 안다면 나쁜 소견을 가진 무리라 하거나, 또 말하기를 여래는 원수나 친한 이에게 마음이 평등하여서, 칼로 몸을 베거나 향으로 바르거나 그런 두 사람에게 이익하고 해롭다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고 중도에 머물러 있으므로 여래라고 일컫는다 하면, 이런 경과 율은 마군의 말인 줄을 알 것이며, 만일 말하기를 보살이 일부러 천신의 사당에 들어갔고, 외도의 법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으면서 그의 위의와 예절을 알기도 하고 모든 문장과 기예를 이해도 하며, 글방과 재주를 배우는 곳에 일부러 들어가서 하인들의 투쟁을 잘 화합하며, 여러 대중과 동남·동녀와 후궁·후비와 백성·장자·바라문·국왕·대신과 빈궁한 사람들 중에 가장 높으시며 또 그들의 공경을 받아서 이러한 일들을 나타내기도 하며, 비록 여러 가지 소견 속에 있더라도 애착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함이 연꽃에 티끌이 묻지 않는 듯하며,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서 이런 방편을 행하여 세상 법을 따른다고 말하면, 이러한 경과 율은 여래의 말씀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마군의 말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이는 대보살이니라.
  만일 말하기를, 여래께서 나에게 경과 율은 해설할 적에, 나쁜 법 중에서 가볍고 무거운 죄와 투란차(偸蘭遮)의 성질이 중대한 것은 우리의 율문에서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내가 오래전부터 그런 법을 익혀 왔는데, 너희들이 믿지 않거니와, 내가 어찌 우리 율을 버리고 너희의 율을 따르겠느냐. 너희의 율은 마군이 말한 것이고 우리의 경과 율은 부처님이 제정한 것이다. 여래께서 먼저 아홉 가지 법인(法印)을 말하고 그 아홉 가지 인으로 우리의 경과 율을 인가하였으며, 당초부터 방등경전이라고는 한 구절 한 글자도 듣지 못하였으며, 여래가 말씀한 한량없는 경과 율에 방등경이 어디 있느냐. 그런 중에서 열 가지 경이란 이름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고, 만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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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 그것은 조달(調達)이 지었을 것이며, 조달은 나쁜 사람으로 선한 법을 없애려고 방등경을 지은 것이니, 우리는 믿을 수 없으며, 그런 경전은 마군의 말이니 왜냐 하면 불법을 파괴하고 시비하려는 것이므로 그런 말이 너희의 경에만 있고 우리의 경에는 없으며, 우리의 경과 율에는 여래께서 말씀하기를 '내가 열반한 후 나쁜 세상에 반드시 부정한 경과 율이 있을 것이니, 소위 대승 방등경전이며, 오는 세상에는 이런 나쁜 비구가 있으리라'고 말하였다. 나는 또 말하기를 아홉 가지 경전보다 뛰어난 방등경전이 있으니 어떤 사람이나 그 뜻을 아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경과 율을 바르게 아는 이로서 온갖 부정한 것을 멀리 여의고 미묘하고 청정하기가 보름달 같으리라. 만일 말하기를, 여래가 비록 낱낱 경과 율에서 이치를 연설하기를 항하의 모래와 같다 하더라도 우리의 율에는 없으니 없는 줄을 알아야 하고, 만일 있다면 어째서 여래께서 우리의 율에서는 말하지 아니하였으랴. 그래서 나는 믿을 수 없노라 하면 그 사람은 죄를 얻을 것이며,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이런 경과 율을 내가 받아 지닐 것이니, 그 이유는 나를 위하여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함을 알게 하였으며 번뇌를 끊고 지혜와 열반의 좋은 법의 인연을 지은 까닭이라' 하리니, 이렇게 말하는 이는 나의 제자가 아니요, 만일 여래가 중생을 제도하려고 방등경을 말하였다 하면, 이런 사람은 진정한 나의 제자려니와, 방등경을 배우지 않는 이는 나의 제자가 아니며 불법을 위하여 출가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소견을 가진 외도들의 제자니라. 이러한 경과 율은 부처님이 말한 것이요, 이렇지 아니한 것은 마군의 말이니, 마군의 말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말을 따르는 이는 곧 보살이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말하기를, '여래는 한량없는 공덕으로 성취한 바가 아니므로 무상하고 변역하는 것이며, 공한 법을 얻어서 내가 없다고 하고 세상을 따르지 않는다' 하면 이런 경과 율은 마군이 말한 것이요, 만일, 여래의 정각은 헤아릴 수 없으며 한량없는 아승기 공덕으로 성취하였으므로 항상 머물고 변역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이런 경과 율은 부처님이 말한 것이니, 마군의 말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말을 따르는 이는 보살이니라.
  또 만일 말하기를, 어떤 비구가 바라이(波羅夷) 죄를 범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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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뭇 사람이 모두 이르되 바라이 죄를 범하여 다라나무를 끊은 것이 같다고 하더라도, 이 비구는 실상 범한 것이 아니니라. 왜냐 하면 내가 항상 말하기를 4바라이에서 한 가지만 범하여도 쪼갠 돌을 다시 붙일 수 없음과 같다고 하였거니와, 만일 남보다 지나가는 법을 얻었노라고 스스로 말하면 그것은 바라이를 범한 것이니, 그 이유는 실지로는 얻은 것이 없으면서 겉으로 얻은 듯이 꾸미는 것이므로 이런 사람은 사람 되는 법을 잃은 것이어서 바라이라 하느니라. 만일 어떤 비구가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며 깨끗이 계행을 가지면서 고요한 곳[阿練若]에 있는 것을 임금이나 대신이 보고서 이 비구가 아라한과를 얻은 줄 생각하고 앞에 나아가 찬탄하고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말하기를, '이 스님은 이 몸을 버리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거든, 비구가 듣고 임금께 말하기를, '나는 참으로 사문의 도과(道果)를 얻지 못하였으니 대왕은 나에게 도과를 얻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바라건대 대왕은 나에게 만족함을 모르는 법을 말하지 마소서. 만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잠자코 듣거니와, 내가 이제 잠자코 듣는다면 부처님들의 꾸중을 받게 되나이다. 만족함을 아는 행실은 부처님이 칭찬하는 것이오매 나는 몸이 맞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만족함을 아는 행을 닦으려 하나이다. 또 만족함을 안다는 것은 도과를 얻지 못한 줄을 스스로 아는 것이니, 대왕께서 나더러 도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내가 그대로 받지 아니하여야 만족함을 아는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대답하기를, '스님은 참으로 아라한과를 얻어서 부처님과 다름이 없다' 하면서 널리 선전하여서, 나라 안팎의 사람들과 중궁의 후비들로 하여금 모두 사문과를 얻은 줄 알게 하였으므로, 들은 이들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공양하고 존중하였다 하면 이 비구는 참으로 범행이 청정한 사람이니, 이런 인연으로써 여러 사람들이 큰 복덕을 얻게 되었으므로 이 비구는 바라이 죄를 범한 것이 아니니라. 왜냐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환희한 마음을 내어 찬탄하고 공경한 것이니 이 비구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이 사람이 죄를 얻으리라고 말한다면 이런 것은 마군의 말이니라.
  또 어떤 비구가 부처님의 비밀하고 깊은 경전을 말하면서,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으며, 이 성품이 있으므로 한량없는 억천의 번뇌를 끊고 아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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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것이니 일천제(一闡提)는 제할 것이라 하였다.
  임금이나 대신들이 말하기를, '스님은 부처님이 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불성도 있습니까?'라고 하자, 비구가 대답하되 '나의 몸에는 불성은 결정코 있지만 부처가 되고 안 되는 것은 알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되 '스님이 만일 일천제가 아니라면 부처가 될 것은 의심이 없으리라'고 하자, 비구가 말하되 '진실로 왕의 말씀과 같습니다' 하였다. 이 사람이 결정코 불성이 있다고 말하였으나, 바라이 죄를 범한 것은 아니니라. 또 어떤 비구가 출가할 적에 생각하기를 '내가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리라' 하였다면, 이 사람이 비록 위없는 도과는 이루지 못하였더라도 복을 얻은 것은 한량없고 끝이 없어 헤아릴 수 없으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사람이 바라이 죄를 범하였다 하면 모든 비구들도 모두 범하였을 것이니, 왜냐 하면 내가 옛날 80억 겁 전에 모든 부정한 물건을 항상 여의고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고 위의가 성취되어 여래의 위없는 법장을 닦으면서 이 몸에 불성이 있는 줄을 알았으므로, 지금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부처라 하며 대자비가 있다 하느니라. 이와 같은 경과 율은 부처님의 말씀이니, 이러한 것을 따르지 못하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따르는 이가 있으면 곧 대보살이니라.
  또 말하기를 4바라이·13승잔(僧殘)·2부정법(不定法)·30사타(捨墮)·91타(墮)·4참회법(懺悔法)·중다학법(衆多學法)·7멸쟁(滅諍) 등도 없고, 투란차와 다섯 역적죄와 일천제도 없거늘, 만일 비구가 이런 것을 범하고 지옥에 떨어진다면 외도들은 천상에 날 것이니, 왜냐 하면 외도들은 범할 계율이 없는 까닭이니라. 이것은 여래가 일부러 사람들을 두렵게 하기 위하여 이런 계율을 말한 것이라 하며, 또 부처님 말씀에 비구들이 음행을 하려면 법복을 벗고 세속 옷을 입은 뒤에 음행을 하라고 하였으니, 음행할 인연을 생각하더라도 나의 허물이 아니며, 여래가 세상에 계실 때에도 비구가 음행을 하고 해탈을 얻은 이가 있으며, 혹은 목숨이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나기도 하였으니, 옛날이나 지금에 있는 일이라, 나만이 하는 일이 아니며, 혹은 네 가지 중대한 죄를 범하고 혹은 다섯 가지 중대한 계를 범하며 혹은 온갖 부정한 일을 행하고도 진정한 해탈을 얻었으며, 여래의 말씀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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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라(突吉羅) 죄를 범하면 도리천의 세월로 8백만 년을 지옥에 떨어진다 하였으나 역시 여래께서 사람을 공포케 하는 말이며, 또 바라이로부터 돌길라까지의 가지가지 죄가 가볍고 중대한 차별이 없건만, 율사들이 부질없이 이런 말을 지어내어 부처님이 제정하였다고 하지만 필경에는 부처님의 말씀이 아님을 알 것이라 하면, 이런 말은 마군의 경과 율이니라. 또 말하기를 모든 계율에서 작은 계율을 범하나 내지 하잘것없는 것이라도 괴로운 과보를 한없이 받을 것이니 이렇게 알고 내 몸을 방비하되 거북이 여섯 군데 감추듯 하라 하였거늘, 어떤 율사가 '무슨 계를 범하더라도 아무 죄보도 없다'고 하면, 이런 사람은 가까이하지 말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한 법만을 그저 지나도
  이를 망어(妄語)라고 이름하나니
  뒷세상 보지 않으면
  짓지 않을 죄가 없으리.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나의 부처님이 이렇게 청정하거늘 하물며 투란차 죄를 범하거나 승잔 죄·바라이 죄를 범한 것이 어찌 죄가 아니랴. 그러기에 이런 법들을 매우 깊이 방비하고 수호할 것이니, 만일 수호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계율이라 하겠는가. 나의 경전 중에도 말하기를 4바라이나 내지 미세한 돌길라를 범하더라도 마땅히 엄하게 다스리라 하였나니, 중생이 계율을 수호하여 지니지 않고서야 어떻게 불성을 보겠는가. 모든 중생에게 비록 불성이 있다 하지만 계행을 잘 지니고 볼 것이며, 불성을 보고서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느니라. 아홉 가지 경에는 방등경이 없으므로 불성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거니와, 경에는 말하지 않았더라도 참말 있는 줄을 알아야 하리니, 이런 말을 하는 이는 참으로 나의 제자니라."
  "세존이시여, 앞에서 말씀한 대로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다는 말을 아홉 가지 경전에서는 듣지 못하였거늘 만일 있다고 말하오면 어찌하여 바라이 죄를 범함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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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남자야, 그대의 말과 같아서 실로 바라이 죄를 범함이 아니니라. 선남자야, 마치 어떤 이가 말하기를 바다에 일곱 가지 보배만 있고 여덟 가지는 없다 하여도 이 사람은 죄가 없듯이, 아홉 가지 경전 가운데 불성이 없다고 하여도 죄가 없나니, 왜냐 하면 나는 대승의 지혜 바다에 불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고, 2승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므로 없다고 하여도 죄가 없으며, 이런 경지는 부처님들이 아는 것이고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미칠 바가 아니니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여래의 깊고 비밀한 법장을 듣지 못하였으면 어떻게 불성이 있는 줄을 알겠는가. 어떤 것이 비밀한 법장인가. 방등 대승경전이니라.
  선남자야, 외도들은 혹은 내가 항상하다 말하고 혹은 내가 아주 없다 말하거니와,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여 내가 있다고도 말하고 내가 없다고도 말하나니 이것을 중도라 하느니라. 만일 부처님이 중도를 말할 적에 온갖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건만 번뇌가 가리워서 알지도 보지도 못하나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서 번뇌를 끊어야 한다고 하였다 하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4바라이를 범함이 아니고, 이런 말을 하지 않는 이가 바라이 죄를 범한 것이며, 만일 내가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으니 그 이유는 불성이 있는 까닭이다. 불성이 있는 이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것이니, 이 인연으로 내가 이제 보리를 성취하였노라 하면 이 사람은 바라이 죄를 범하였다 하리라. 왜냐 하면 비록 불성이 있더라도 좋은 방편을 닦지 못한 연고로 보지 못하는 것이며, 보지 못한 연고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한 것이니, 이러므로 부처님 법이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임금이 묻기를 '어떤 것이 비구가 과인법(過人法)에 떨어짐인가?'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어떤 비구가 이익과 음식을 위하여 모든 아첨과 간사와 거짓말을 꾸미되 '어찌하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참말 비구인 줄을 알게 하며 그 인연으로 내가 많은 이익과 큰 명예를 얻게 되랴' 하면, 이 비구는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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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은 연고로 밤낮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실로 네 가지 사문의 과를 얻지 못하였지만,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도과를 얻은 줄로 알게 하며, 어떻게 하면 모든 우바새·우바이들이 나를 보고 이 사람의 복덕은 참말로 성인이라고 하게 하리요' 하고는 법은 구하지 않고 이익만 구하면서 그 때부터 다닐 때마다 점잖을 빼고 가사와 발우를 가지며 위의를 차리고 참말 아라한처럼 고요한 곳에 혼자 앉아 있어 사람들이 보고는 이 비구는 가장 거룩한 이며 고행을 부지런히 하여 적멸(寂滅)한 법을 닦는다고 칭찬하도록 하여, 이런 인연으로 나의 제자들이 많아지고, 사람들도 의복·음식·포단·탕약 등으로 공양할 것이며, 여러 여인들도 나를 존중하고 애경하리라 생각하나니, 이런 일을 하는 비구·비구니는 과인법(過人法)에 떨어지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위없는 바른 법을 세우기 위하여 고요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아라한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보고는 이 스님은 '아라한이다, 좋은 비구다, 착한 비구다, 고요한 비구다'라고 생각하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신심을 내게 되면, 이 인연으로 한량없는 비구들을 권속으로 삼게 될 것이며, 이 일로 말미암아 파계한 비구와 우바새들로 하여금 계행을 가지게 하면, 그 인연으로 바른 법을 세우고 여래의 위없이 훌륭한 이치를 빛낼 것이며 방등의 대승법으로 교화함을 나타내고 많은 중생들을 해탈케 하여, 여래가 말씀한 경과 율에 대하여 가볍고 무거운 뜻을 이해하게 하리라 하며, 다시 말하기를 '나에게도 불성이 있고, 여래비장(如來秘藏)이라는 경이 있는데 이 경에서 마땅히 부처님 도를 이루어 한량없는 번뇌의 결박을 끊으리라' 하면서, 한량없는 우바새들을 위하여 '너희들도 모두 불성이 있으니 나와 네가 함께 여래의 경지에 머물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한량없는 번뇌의 결박을 끊으리라' 한다면, 이 사람은 과인법(過人法)에 떨어진다고 이름하지 않고 보살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돌길라 죄를 범하면 도리천의 세월로 8백만 년 동안에 지옥에 떨어져 모든 죄보를 받는다 하였거늘, 하물며 일부러 투란차 죄를 범함이랴. 대승법 중에 투란차 죄를 범한 비구가 있으면 가까이하지 말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대승경 중의 투란차 죄인가. 만일 장자가 절을 짓고 화만으로 부처님께 공양할 적에 어떤 비구가 꽃을 꿴 실을 보고 묻지 않고 가지면 투란차 죄라 하나니, 알거나 모르거나 범죄가 되는 것이며, 만일 탐내는 마음으로 부처님 탑을 파괴하면 투란차 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런 사람은 친근하지 말아야 하며, 국왕이나 대신이 탑이 낡은 것을 보고 중수하며 사리에 공양할 적에 탑 속에서 보배를 얻어 비구에게 맡긴 것을 비구가 제 마음대로 사용하면 이런 비구는 부정이라 하며, 많은 투쟁을 일으키게 되리니, 선한 우바새들은 그 비구에게 친근하거나 공경하거나 공양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또 이런 비구는 근(根)이 없다, 근이 둘이다, 근이 일정치 않다 하나니, 근이 일정치 않다는 것은 여자를 탐하려는 때는 몸이 여자가 되고, 남자를 탐하려는 때는 몸이 남자가 되는 것이매, 이런 비구는 나쁜 근[惡根]이라 하여 남자라 하지도 않고 여자라 하지도 않으며, 출가라고도 않고 재가(在家)라고도 않나니, 이런 비구는 친근하거나 공양하거나 공경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 법에는 사문의 법이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어루만져 기르는 것이며, 내지 개미 따위라도 두려움 없는 보시를 하는 것이 사문의 법이요, 술을 마시거나 냄새를 맡는 것까지 여의는 것이 사문의 법이며 거짓말을 하지 말며 꿈에서도 거짓말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문의 법이며, 애욕의 마음을 내지 말고 꿈에서까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사문의 법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비구가 꿈에 음행을 하면 범계가 됩니까?"
  "아니다. 음욕에 대하여 더럽다는 생각을 하고 잠깐이라도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며, 여인을 사랑하는 번뇌를 멀리 여읠 것이니, 만일 꿈에 음욕을 행하면 깨어서 뉘우칠 것이니라. 비구가 걸식하다가 공양을 받을 적에는 흉년에 아들의 고기를 먹는 생각을 하여야 하며 만일 음욕을 내었으면 빨리 버려야 하나니, 이런 법문은 부처님이 말한 경과 율이라, 마군의 말을 따르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요, 부처님의 말을 따르는 이는 이름이 보살이니라.
  만일 여래가 비구에게 한 다리를 항상 들고 있으며 잠자코 말하지 아니하며 못에 빠지며 불에 뛰어들며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며 험한 데를 피하지 아니하며 독약을 먹으며 밥을 썩히며 재나 먼지 위에 누우며 제 손발을 결박하고 중생을 살해하는 방법과 주문을 허락하였다 하며, 전다라들과 근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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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근을 둘 가진 이, 근이 일정치 않은 이, 몸이 불구한 이들이 출가하여 수도하는 일을 여래가 허락하였다 하면 이는 마군의 말이며, 다섯 가지 우유와 유밀(油蜜)과 교사야(명주·비단)옷과 가죽신 따위를 여래가 먼저 허락하였고, 그 밖에 마하릉가(摩訶楞伽)를 입으며 모든 종자를 저축하며 풀이나 나무 따위도 목숨이 있다고 허락하였으며. 이런 말을 하고 열반에 들었다 하면 그런 말을 적은 경과 율은 마군의 말이니라. 나는 한 다리를 항상 들라고 허락하지 않았으며, 법을 위하여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을 허락할 뿐이며, 독약을 먹고 밥을 끊고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우고 손발을 결박하고 중생을 살해하는 방법과 주문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옥이나 상아로 가죽신을 단장하고 종자를 저축하고 초목도 목숨이 있고 마하릉가를 입으라고 허락하지 않았거늘, 만일 세존이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하는 이는 외도의 권속이고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나는 다만 다섯 가지 우유와 유밀 따위를 먹고 교사야옷을 입을 것을 허락하였을 뿐이요, 4대는 목숨이 없다고 말하였으니, 만일 경과 율에 이런 말을 적은 것은 부처님의 말이니, 부처님이 말한 것을 따르는 이는 나의 참 제자려니와 부처님의 말을 따르지 않는 이는 마군의 권속이며, 부처님의 경과 율을 따르는 이는 대보살인 줄을 알지니라. 선남자야, 마군의 말과 부처님의 말의 다른 것을 지금 그대에게 자세히 베풀어 말하였노라."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에야 마군의 말과 부처님의 말이 서로 다름을 알았으니 이것으로 부처님 법의 깊은 이치에 들어갈 수 있나이다."
  "그렇다. 선남자야, 그대가 이처럼 분명하게 분별하니, 매우 지혜롭다."
   
10. 네 가지 진리[四諦品]
   
  부처님께서 또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운 것[苦]을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라 이름하지 않나니, 무슨 까닭이냐. 만일 괴로운 것을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 한다면, 온갖 축생과 지옥 중생에게도 성스러운 진리가 있으리라.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여래의 깊고 깊은 경계가 항상 머물고 변치 않는 비밀한 법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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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 못하고 밥 먹는 몸[食身]이요, 법신(法身)이 아니라 하면, 이는 여래의 도덕(道德)과 위력을 모르는 것이니, 그것을 괴로움이라 이름하느니라. 왜냐 하면 알지 못하므로 법을 법이 아니라 보고, 법 아닌 것을 법이라고 보는 연고니, 이 사람은 나쁜 갈래[惡趣]에 떨어져 생사에 헤맬 것이며, 번뇌[結]가 많아져서 여러 가지 고뇌(苦惱) 받으려니와, 만일 여래가 항상 머물고 변하지 아니함을 알거나, 혹은 항상 머문다는 말을 들어 귀에 한번 지나가면 천상에 태어날 것이요, 뒤에 해탈을 얻을 때에 여래의 항상 머물고 변치 않는 이치를 증득할 것이며, 증득하고 말하기를 '내가 옛날에 이런 이치를 들었더니 이제 해탈을 얻어 증득하여 알았노라. 나는 당초에 이 이치를 몰라서 생사에 헤매면서 그지없이 돌아다녔더니, 오늘에야 참 지혜를 얻었노라' 하면, 이렇게 아는 것은 참으로 괴로움을 닦는 것이어서 이익이 많으려니와, 만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부지런히 닦아도 이익이 없으리니, 이것은 괴로움을 아는 것이며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 하겠지만, 만일 이렇게 닦지 못하면 괴로움이라고는 하려니와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는 아니니라.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진리[苦集諦]란 것은 참 법 가운데서 참 지혜를 내지 못하고 종과 하인 따위의 부정한 것을 받으며, 잘못된 법을 바른 법이라 하고 바른 법을 끊어버리어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법의 성품을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하므로 생사에 헤매면서 많은 고통을 받고, 천상에 나거나 바른 해탈을 얻지 못하는 것이요, 만일 깊은 지혜가 있어 바른 법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그 인연으로 천상에도 나고 바른 해탈을 얻으려니와, 만일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알지 못하여, 바른 법이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고 모두 없어지는 법이라 하면, 이 인연으로 한량없는 세월에 생사에 헤매면서 모든 고통을 받나니, 만일 법이 항상 머물고 변하지 않는 줄을 알면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을 아는 것이며,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 하련만, 만일 이와 같이 닦지 못하면 괴로움의 발생이라고는 하려니와,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는 아니니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진리[苦滅諦]란 것은 설사 공한 법을 많이 닦아도 그것은 선하지 못한 것이니, 왜냐 하면 온갖 법을 없애는 연고며 여래의 참 법장을 무너뜨리는 연고니라. 이렇게 닦는 것은 공한 법을 닦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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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괴로움의 소멸을 닦는 것은 모든 외도들과는 어기는 것이거늘, 공한 법을 닦는 것으로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라 한다면, 모든 외도들은 공한 법을 닦으니 역시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가 있다고 하리라. 만일 말하기를 여래장(如來藏)이 있음을 보지 못하더라도 온갖 번뇌를 없애 버리면 들어갈 수가 있다 하면, 잠깐 동안 이 마음을 낸 인연으로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으려니와, 만일 여래의 비밀한 법장은 내가 없고 공적하다고 닦는 이가 있으면, 이런 사람은 한량없는 세월에 생사 중에 헤매면서 고통을 받을 것이요, 그렇게 닦지 않는 이는 번뇌가 있더라도 빨리 멸할 수 있으리라. 왜냐 하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아는 까닭이니, 이것을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 이름할 것이며, 이렇게 괴로움의 소멸을 닦아 익히는 이는 나의 제자라 하려니와, 이렇게 닦지 못하면 공한 법을 닦는다 할지언정,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는 아니니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道聖諦]라 함은 불보·법보·승보와 바른 해탈을 말함이니, 어떤 중생이 뒤바뀐 마음으로 삼보와 바른 해탈은 없고, 생사에 헤매는 것이 환술과 같다고 말하며 그런 소견을 익히면, 그 인연으로 삼계에 헤매면서 오래오래 고통을 받으리라. 만일 바른 마음을 내어 부처님이 항상 머물러 변치 아니하며, 법보·승보와 바른 해탈도 그러함을 보면, 이 한 생각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세월에 자재한 과보를 마음대로 얻으리라. 왜냐 하면 내가 지난 옛적에 네 가지 뒤바뀐 마음으로 법 아닌 것을 법이라 여기고, 한량없는 나쁜 업의 과보를 받았거니와, 지금 그런 소견을 없애었으므로 부처님의 정각을 이루었으니, 이것을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삼보가 무상하다 말하면서 그런 소견을 닦으면 그것은 허망하게 닦는 것이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가 아니며, 법이 항상 머문다고 닦는 이는 나의 제자니라. 진실한 소견으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닦는 것을 4성제(聖諦)라 이름하느니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에야 깊고 깊은 성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닦을 줄을 알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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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네 가지 뒤바뀜[四倒品]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네 가지 뒤바뀜이라 함은 괴로움이 아닌데 괴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을 뒤바뀜이라 하나니, 괴로움이 아니라는 것은 여래요, 괴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은 여래가 무상하고 변이(變異)한다는 것이니라. 여래가 무상하다고 말함은 큰 죄와 괴로움이요, 여래가 이 괴로운 몸을 버리고 열반에 드는 것이 마치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는 것과 같다고 하면, 그것은 괴로움이 아닌데 괴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므로 뒤바뀜이라 하느니라. 내가 만일 여래가 항상하다고 말하면 곧 나라는 소견[我見]이니, 나라는 소견으로는 한량없는 죄가 있는 것이므로, 여래가 무상하다고 말하여야 하며, 이렇게 말하면 내가 즐거움을 받는다 하거니와, 여래의 무상함이 괴로움이니, 만일 괴로움이라면 어떻게 즐거움을 내겠는가. 괴로운데 즐겁다는 생각을 냄으로써 뒤바뀜이라 하는 것이며, 즐거운데 괴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도 뒤바뀜이라 하나니, 즐겁다는 것은 여래요, 괴롭다는 것은 여래가 무상하다는 것이니라. 만일 여래가 무상하다고 말하면 이는 즐거운데 괴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니라. 여래의 항상 머무는 것이 즐거운 것이거늘, 만일 내가 말하기를 여래가 항상하다고 한다면 어찌하여 열반에 들며, 만일 여래가 괴로움이 아니라면 어찌하여 몸을 버리고 열반을 취한다 하는가. 즐거운데 괴롭다는 생각을 냄으로써 뒤바뀜이라 하나니, 이것은 첫째 뒤바뀜이니라.
  무상한데 항상하다는 생각과 항상한데 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뒤바뀜이라 하나니, 무상하다는 것은 공한 법을 닦지 않는 것이며, 공한 법을 닦지 아니하므로 목숨이 단명한 것이거늘, 만일 공적한 법을 닦지 아니하고 장수한다고 하면 이것이 뒤바뀜이라 하나니, 이것은 둘째 뒤바뀜이니라.
  내가 없는데 나라 생각하고, 나에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뒤바뀜이라하나니, 세간 사람도 내가 있다 말하고 부처님 법에서도 내가 있다 말하거니와, 세상 사람은 비록 내가 있다 말하나 불성은 없다는 것이니 이것은 내가 없는데 나라는 생각을 내는 것이므로 뒤바뀜이라 하느니라. 부처님 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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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없다고 말하니, 이것은 나라는 데서 내가 없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니라. 만일 말하기를, 부처님 법에는 결정코 내가 없으므로 여래가 제자들에게 명령하여 내가 없는 것을 닦으라 하셨다고 하므로 뒤바뀜이라 하나니, 이것은 셋째 뒤바뀜이니라.
  깨끗한데 부정하다고 생각하고 부정한데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뒤바뀜이라 하나니, 깨끗하다 함은 여래는 항상 머무는 것이어서 잡식하는 몸이 아니고 번뇌 있는 몸이 아니고, 육신의 몸이 아니고 힘줄과 뼈로 얽힌 몸이 아니거늘, 만일 말하되 여래는 무상하여 잡식하는 몸이요 내지 힘줄과 뼈로 얽힌 몸이며, 법보·승보와 해탈도 없어지는 법이라 하면, 그것을 뒤바뀜이라 하고, 부정한데 깨끗하다 생각함을 뒤바뀌었다 함은 만일 나의 몸에는 한 가지도 부정한 것이 없나니 부정한 것이 없으므로 결정코 닦으리라. 청정한 곳에 들어갈 수 있거늘, 여래는 부정관(不淨觀)을 하셨으니, 이 말은 허망한 말이라고 말하면 이것을 뒤바뀌었다 하나니, 이것은 넷째 뒤바뀜이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바른 소견을 얻었사오니, 세존이시여, 이전의 우리는 모두 잘못된 소견을 가진 사람이라 이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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