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욕불상당 (浴佛上堂)

   스님께서는 향을 사른 뒤에 법좌에 올라, 세존께서 처음으로 세상에 내려오실 때에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시면서, `천상천하에 오직 나만이 높다' 하신 말씀을 거론하고 말씀하셨다.
   "대중스님은 아는가. 괴상한 것을 보고도 의심하지 않으면 그 괴상함이 스스로 물러간다. 싣달태자가 처음 태어난 이 날에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풍파를 일으켰다. 여러가지 괴상한 일을 만들어내 자손들의 눈 속에 모래를 끼얹으면서 해마다 오늘 8일에 이른다. 한 동이의 향수로 그 흔적을 씻지만, 아무리 씻고 씻은들 그 티끌이 다할 수 있겠는가. 나귀해〔驢年:12간지에도 없는 해) 가 될 때까지 씻고 또 씻어 보아라."
   선상을 세 번 내리친 뒤에 잇달아 말하기를,
   "대중스님네여, 각기 위의를 갖추어 다 함께 부처를 씻읍시다" 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결제에 상당하여

   스님은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또 향을 들고 말하였다.
   "이 향은 오래 전에 얻은 것으로 이제껏 사른 일이 없었다. 이제 보암 (普庵) 장로를 통해 신표의 가사를 전해 왔으므로 향로에 사루어서 보지 못한 이에게 보게 하고 듣지 못한 이에게 듣게 하여 삼가 서천 (西天) 의 108대 조사 지공 (指空) 대화상에게 법유 (法乳) 로 길러주신 은혜를 갚으려 하는 것이다."
   그 향을 꽂고는 법좌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은 천하 총림이 결제에 들어가는 날이오. 청평산 (淸平山)  비구 나옹은 이름도 없고 글자나 형상도 없으며, 미오 (迷悟) 도 없고 수증 (修證) 도 없으면서, 해같이 밝고 옷칠같이 검은 이 한 물건을 여러분의 면전에 흩어두리라. 북을 쳐서 운력이나 하거라. 여러분은 알겠는가. 만일 알 수 없다면 다시 이 소식을 드러내겠다."
   주장자를 들고 "보았는가" 하시고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들었는가. 보고 들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당장 의심이 없어지면, 중이거나 속인이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산 사람이거나 죽은 사람이거나 계단을 거치지 않고 저쪽으로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긴 기간 짧은 기간의 결제와 해제가 있겠는가.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석달 90일 안거하는 동안에 주장자 꼭대기를 꿰매고 포대 아가리를 묶고는 세 서까래(三條椽) 밑과 일곱 자 단 (七尺單)앞에서 금강권(金剛拳)을 떨쳐내고 율극봉(栗棘蓬)을 삼킨다면, 또 꿈속의 불사를 짓고 거울 속의 마군을 항복받아 3업이 청정하고 6근이 깨끗하여 행주좌와(行住坐臥) 에 아무 허물이 없으며, 조사의 자리를 이어받아 영원히 끊이지 않게 한다면 어찌 참으로 출가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늘 신 (申) 씨가 명복을 비는 신군평 (申君平) 과 여러 영혼들은 이 공덕을 받을 것이니, 무슨 죄인들 면하지 못하고 무슨 고통인들 벗어나지 못하겠는가.
   그리하여 시방 불국토에 마음대로 왕생하여 어디서나 즐거울 것이니 어찌 유쾌하지 않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불자를 세우고는, "이 하나는 닦고 깨닫는 데〔修證〕에 들어가는가, 닦고 깨닫는 데 들어가지 않는가?" 하시고 불자를 던지면서 "눈 있는 납승은 스스로 한 번 볼 일이다" 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2. 달마상에 점안하며(達磨開光祝筆)

   스님께서 붓을 들고 말씀하셨다.
   "이미 가섭으로부터 28대 조사들이 다 눈을 갖추어 6종 (六宗:육사외도) 을 항복받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달마에게 또다시 점안 (點眼) 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말할 사람이 있는가.
   말할 수 있다면 달마를 위해 숨을 토할 뿐만 아니라, 온 법계의 중생들에게도 이익을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말할 수 없다면 게송 한마디를 들어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가리켜 성품을 밝게 보게 했나니
    노호(老胡:달마)는 놓을 줄만 알았고 거둘 줄을 몰랐다.
    그로부터 눈병이 나서 헛꽃이 피어
    헛꽃이 온 세계에 어지러이 떨어졌다.
    쉬지 않고 어지러이 떨어지는 헛꽃이여
    아득하고 막막해라. 길은 멀고 멀구나.
    眞指人心明見性 老胡知放不知收
    從玆眼病空花發  界紛紛峠亂墜
    峠亂墜兮自不休 杳杳冥冥路轉遙

   붓으로 점을 찍고 말씀하셨다.
   "오늘 그에게 옛 광명을 보태 주니 푸른 눈동자에 형형한 빛이 하늘에 사무친다."

13. 지공화상 생일에

   스님께서 화상의 진영 앞에 나아가 말씀하셨다.

    얼굴을 마주 대고 친히 뵈오니
    험준한 그 기봉 (機鋒) 에 모골 (毛骨) 이 시리다
    여러분, 서천 (西天) 의 면목을 알려 하거든
    한 조각 향 연기 일어나는 곳을 보라.
    驀而相逢親見徹 機鋒 峻骨毛寒
    諸人欲識西天而 一片香烟起處看

   향을 꽂고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말해 보시오. 서천의 면목과 동토의 면목이 같은가 다른가. 비록 흑백과 동서는 다르다 하나, 뚜렷한 콧구멍은 매한가지니라."

14. 지공화상 돌아가신 날에

1.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왔어도 온 것이 없으니 밝은 달 그림자가 강물마다 나타난 것 같고, 갔어도 간 곳 없으니 맑은 허공의 형상이 모든 세계에 나누어진 것 같다. 말해 보라. 지공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향을 사른 뒤에 다시 말씀하셨다.
   "한 조각 향 연기가 손을 따라 일어나니, 그 소식을 몇 사람이나 아는가."

2.
    날 때는 한 가닥 맑은 바람이 일고
    죽어가매 맑은 못에 달 그림자 잠겼다
    나고 죽고 가고 옴에 걸림이 없어
    중생에게 보인 몸에 참마음 있다
    참마음이 있으니 묻어버리지 말아라
    이때를 놓쳐버리면 또 어디 가서 찾으리.
    生時一陣淸風起 滅去席潭月影沈
    生滅去來無   示衆生體有眞心
    有眞心休埋沒   此時蹉過更何尋

3.
   스님께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천검(千劍)을 모두 들고 언제나 활용하니
    황제가 그를 꾸짖어 종〔奴〕을 만들었다.
    평소의 기운은 동쪽 노인을 누르더니
    오늘은 무심코 한 기틀을 바꾸었다.
    바꾼 그 기틀은 어디 있는가.
    千劍全提常活用 皇王罵動作奴之
    平生氣壓東方老 今日等閑轉一機
    轉一機何處在

   향을 꽂고 말씀하셨다.
   "지공이 간 곳을 알고 싶거든 부디 여기를 보고 다시는 의심치 말라."

4.
   스님께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푸른 한 쌍 눈동자에 두 귀가 뚫렸고
    수염은 모두 흰데 얼굴은 검다.
    그저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갔을 뿐
    기괴한 모습이나 신통은 나타내지 않았다.
  
    혼자서 고향길 떠나겠다 미리 기약하고서
    말을 전해 윤제궁 (輪帝宮) 을 알게 하였다.
    떠날 때가 되어 법을 보였으나 아는 이 없어
    종지를 모른다고 문도들을 호되게 꾸짖었다.
  
    엄연히 돌아가시매 모습은 여전했으나
    몸의 온기는 세상과 달랐다.
    이 불효자는 가진 물건이 없거니
    여기 차 한 잔과 향 한 조각 드립니다.

    碧雙瞳穿兩耳    須胡兮面皮黑
    但恁?來恁?去 不露奇相及神通
    預期獨往家鄕路 傳語令知輪帝宮
    臨行垂示無人會 痛罵門徒不解宗
    儼然遷化形如古  體溫和世不同
    不孝子無餘物   獻茶一 香一片

   그리고는 향을 꽃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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