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지식을 가진 자는 지혜도 가집니까?”
   “그렇습니다.”

   “지식과 지혜는 둘 다 같은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식과 함께 지혜를 가진 사람은 미혹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어떤 일에 대해서는 미혹되고 어떤 일에 대하여는 미혹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에 대해서 미혹됩니까?”
   “아직 배우지 않은 기술이나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지방이나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름과 술어 등에 대해서는 미혹될 것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 미혹되지 않습니까?”
   “지혜에 의하여 깨친 것, 즉 무상(無常)과 고(苦)와 무아(無我)에 대해서는 미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깨친 사람의 어리석음은 어디로 갑니까.”
   “지혜가 생기자마자 어리석음은 곧 사라져 버립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사람이 어둔 방안으로 등불을 가져왔을 때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스님, 그렇다면 지혜는 어디로 갑니까?”
   “지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룩하자마자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지혜에 의해 이룩된 무상과 고와 무아의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기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 하인에게 등불을 밝혀 편지를 쓰게 한 다음 등불을 끄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등불은 꺼져도 편지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지혜는 사라지지만 지혜에 의하여 이룩된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먹여 병을 낫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병이 나은 다음에도 의사는 다시 그에게 약의 효과를 보이려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약은 이제 할 일을 다하였습니다. 병이 다 나은 사람에게 약이 무슨 소용이 이겠습니까?”

   “꼭 그와 같습니다. 약은 수행력이고 의사는 수행자, 병은 번뇌이며 환자는 범부와 같습니다. 약에 의해 병이 나은 것처럼 뛰어난 수행력에 의해 모든 번뇌는 없어지며 지혜는 사라지지만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