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은 어떻게 하여 세상에 알려졌습니까? 스님의 이름을 뭐라고 부릅니까?”
   “임금님, 저는 나가세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료 수행자들도 나가세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저의 부모는 나가세나 이외에도 수라세나, 바라세나, 시하세나란 이름으로 저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나가세나란 이름은 명칭. 호칭. 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인격적 개체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밀린다왕은 오백 명의 희랍인과 팔만명의 비구에게 ‘나가세나 스님은 이름 속에 인격적 개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그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본 다음, 다시 나가세나 스님을 향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스님, 만일 이름에 인격적 개체를 인정할 수 없다면 스님에게 의복. 음식. 약품 등의 필수품을 제공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그것을 받아 사용하는 자는 또 누구입니까? 계행(戒行)을 지키는 자는 누구이며, 수행에 힘쓰는 자는 누구입니까? 또 수행한 결과 열반에 이르는 자는 누구이며, 살생을 하고 남의 것을 훔치는 자는 누구입니까? 세속적 욕망 때문에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고 거짓말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인격적 개체가 없다면 공덕도 죄도 없으며, 선행과 악행의 과보도 없을 것입니다. 나가세나 스님, 인격적 개체가 없다면 스님을 죽이는 자가 있더라도 살생의 죄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스님의 승단에는 계를 일러 주는 수계사(授戒師)도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스님은 ‘승단의 수행 비구들이 나를 나가세나라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가세나라 불리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머리카락이 나가세나란 말입니까?”
   “임금님,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님의 손톱이나 이가 나가세나란 말입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살. 힘줄. 뼈 등 신체의 각 부분에서 어느 한 분이 나가세나란 말입니까? 아니면 이들 전부가 나가세나란 말입니까?”
   나가세나는 어느 한 부분도 또 전부도 아니라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오온(五蘊) 중의 어느 하나가 나가세나입니까? 아니면 오온을 합친 것이 나가세나입니까?”
   나가세나의 대답은 역시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스님, 오온 밖에 나가세나가 따로 있는 것입니까?”
   “임금님, 그렇지도 않습니다.”
   “스님, 저는 스님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은 다 물어보았으나 나가세나는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나가세나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앞에 있는 나가세나는 어떤 자입니까? 스님은 ‘나가세나는 없다.’고 진실 아닌 거짓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나가세나는 밀린다왕에게 반문(反問)하기 시작했다.
   “임금님, 대왕은 귀족 출신으로 호화롭게 자라났습니다. 대왕이 한낮의 더위에 뜨거운 땅이나 모래를 밟고 또 울퉁불퉁한 자갈 위를 걸어왔다면 발을 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산란하여 온몸에 고통을 느꼈을 것입니다. 도대체 대왕은 걸어서 왔습니까, 아니면 타고 왔습니까?”
   “스님, 저는 걸어서 오지 않고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수레를 타고 왔다면, 무엇이 수레인가를 말씀해 주십시오. 수레채가 수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굴대가 수레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바퀴. 차체. 차틀. 멍에. 밧줄. 살. 채찍 가운데 어느 하나가 수레입니까?”
   왕은 한결같이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임금님, 그렇다면 이것들을 모두 합친 전체가 수레입니까?”
   “아닙니다, 스님.”
   “그렇다면 이것들 밖에 수레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왕은 여전히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임금님, 저는 대왕에게 수레에 대해 물을 수 있는 것은 죄다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수레는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수레란 단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대왕은 ‘수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실 아닌 거짓을 말씀하신 셈이 됩니다. 대왕은 만백성을 다스리는 왕입니다. 무엇이 두려워 거짓을 말씀하십니까?”

   이와 같이 물은 다음 나가세나는 오백 명의 희랍인과 팔만 명의 비구에게 말하였다.
   “밀린다왕은 여기까지 수레를 타고 왔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수레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무엇이 수레라고 분명한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왕의 말씀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오백 명의 희랍인들은
   “임금님, 무엇이 수레인가를 분명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하고 왕에게 간청했다. 그러자 왕은 나가세나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스님, 저는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닙니다. 이 모든 것, 즉 수레채. 굴대. 바퀴. 차틀 등과 어울려 수레라는 명칭. 호칭. 가명(假名)이 생겨난 것입니다.”

   “임금님, 참 훌륭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수레라는 이름을 바로 파악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대왕이 나에게 질문한 나가세나의 이름도 신체의 각 부분과 오온의  각 부분이 어울려 이루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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