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공곡륭 선사 1) 시중

   공부를 짓되, 정신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염화두(念話頭)를 하거나,
   또한 생각으로 공안을 헤아려 계교 추직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항상 분심을 내어 이 일 밝힐 것만 생각하라.

   홀연 천길 절벽에서 손을 놓아 몸을 뒤집으면,
   바야흐로 "외로히 밝고 2) 분명한 도리" 를 보게 될 것이니,
   여기에 이르러 부디 탐착심을 내지마라.
   이때에 다시 뒤통수에 한 방망이를 맞아야하니
   이곳이 극히 뚫기 어려운 곳이니라.
   너희들은 다만 이와 같이 지어가라.

   참선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깨친 이는 옛적에 혹 없지 아니하나,
   그 밖에는 아직 힘써 참구하지 아니하고 깨침을 얻은 자는 없느니라.

   우담(優曇) 화상은 "염불하는 놈이 이 무엇인가?" 하라 하시나,
   너 반드시 이 법을 쓸 것 없으니
   다만 평상대로 염불해가되 단지 생각만 잊지 아니하면,
   홀연 경계에 부딪치거나 인연을 만남에 몸을 뒤집는 소식을 알 것이니,
   이때에 비로소 적광정토(寂光淨土) 3) 가 이곳을 여의지 않았고
   아미타불이 자심(自心)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평》

   "다만 어느 때나 분연히 이 일을 밝힐 것만 생각하라" 하니 이 말씀이 심히 묘하다.
   참구하는 법을 남김없이 다하여 곡진하고나!

▒ 용어정리 ▒

[1] 공곡경륭(空谷景隆) :
   자(字)는 조정(祖庭), 남악하 25세. 백련(白蓮) 눈운지안(嫩雲智安)선사의 법을 이었다.

[2] 외로히 밝고 :
   임제록에
   "어느 물건이 설법청법을 해득하는가!
   이 너의 목전에 분명하되 오히려 형단없으면서 외로히 밝은 한 물건이다.
   이것이 설법청법을 해득한다. 이와 같이 알면 불조와 다르지 않으리라"
   하고 있다.

[3] 적광정토 :
   여기서는 극락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상적광토(常寂光土)라고도 하니 무상지(無上智)를 성취한 각자(覺者)의 경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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