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고졸선사 1) 시중

   제 대덕이여,
   어찌하여 대정진을 일으켜 삼보전에 대하여 깊이 큰원을 발하지 않느냐!
   
   만약 생사를 밝히지 못하여 조사관을 뚫지 못하면 결코 산을 내려가지 않겠다고
   장련상상(長連床上) 칠척단전(七尺單前)을 2) 향하여 높이 바랑을 걸어 놓고
   천길되는 절벽 위에 앉은 듯 생각하고, 온 평생을 다하여서라도
   기어이 이일을 철저히 밝히고야 말기로 작정하고 지어가야 하니,
   만약 이와 같은 마음만 결정되면 결코 어긋남은 없는 것이다.

   만약 발심이 참되지 아니하고 입지(立志)도 맹령하지 못하여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저곳에서 여름을 지내며,
   금일은 전진하고 내일을 후퇴 하며 이와같이 닦고서,
   혹 오래 지어도 얻지 못하면 문득 반야에 영험이 없다하고 도리어 외변으로 달려,
   헛된 문서나 한배 그득히 기억하거나 한부질 베끼어 가지고 제 살림을 삼아,
   마치 저 냄새나는 수채통과 같게 하여 듣는자로 하여금 구토를 참을 수 없게 하니
   이와 같이 하고서는 비록 미륵하생까지 지어간들 공부에 무슨 상관이 있으랴.
   
   딱한 노릇이다. 

▒ 용어정리 ▒

[1] 고졸(古拙) :
   호는 조정(祖庭). 남악하 24세. 법을 복림도(福林度) 선사에 이었다. 10세때 벌써 법화경을 매일 한편씩 외웠다 한다. 13세에 일주사(日鑄寺)에서 출가, 뒤에 고매(古梅)선사에 참예하면서 손가락 셋을 연지하고 지성을 다하여 공부하여 9일만에 대오하였다.

[2] 칠척단 :
   승당 상전(床前)의 단판(單板) 1척과 상(床)의 길이 6척을 합한 것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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