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대승산 보암단애화상 시중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공부를 짓되, 화두를 참구하지 아니하고 비고 고요한 것을 지켜 앉아있지 말며,
   염화두(念話頭) 1) 를 하여 의정없이 앉아있지 말지니라.
   
   혹 혼침이 오거나 산란심이 들면 생각을 이르켜서 이를 쫓으려 하지 말고,
   곧 힘차게 화두를 들고 신심을 가다듬어 용맹히 정채를 더 하라.
   그래도 아니 되거든 땅으로 내려와 경행하고
   혼산이 사라지거든 다시 포단에 앉을지니
   
   화두가 들지 않아도 스스로 들리고 의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의심되며
   가도 가는 줄을 모르고 앉아도 앉아 있는 줄을 알지 못하여
   오직 참구하는 생각 뿐이어서
   공부가 ‘외로이 헌출하고 뚜렷하게 밝게 되면’
   이곳을 번뇌가 끊어진 곳이라 하여 또한 아(我)가 없어진 곳이라 하느니라.

   비록 이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아직 구경에 이른 것은 아니니
   다시 채찍을 더하여 ‘저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를 궁구하라.
   이 경지에 이르러 화두를 드는 데는 별다른 절차가 없느니라.
   화두가 간단이 없어 오직 의정이 있을 뿐이나,
   혹 화두를 잊거든 곧 들지니 그 중에 돌이켜 비추는 마음이 다하게 되면
   이때를 ‘법(法)이 없어졌다’ 고 하는 것이라
   비로소 무심처(無心處)에 이른 것이다.
   
   이곳을 구경처라 할 것인가?
   고인이 이르시기를
   “무심을 도라 이르지 마라.
   무심이 오히려 한 중관(中關) 격(隔) 하였네” 2) 하였으니
   여기서 다시 문득 소리나 빛을 만나 축착합착하여
   한바탕 크게 웃음치고 몸을 뒤쳐 돌아와야 비로소
   “회주소(懷州牛) 여물 먹고 익주말(益州馬) 배부르다” 3) 하게 되는 것이다. 

▒ 용어정리 ▒

[1] 염화두 :
   화두에 의정을 내지 않고, 염불하듯이 화두를 생각에서 외우고 있는 것을 말한다.

[2] 무심을 :
   이 구절은 동안상찰(同安常察)선사의 십현담(十玄談)중 심인송(心印頌)의 일절인데 심인송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묻노니 심인(心印)이란 그 얼굴이 어떠한가?
   심인을 누가 있어 감히 주고 받으랴,
   역겁(歷劫)으로 단연(但然)하여 다른 빛이 없으니,
   심인이라 부를 때 벌써 허언(虛言)인 것을!
   모름지기 본래인 허공심을 알아서, 활활 타는 불꽃 속에 핀(發) 꽃으로 비유할까!
   무심을 도라 이르지 마라. 무심이 오히려 한 중관 격 하였다."

[3] 회주소:
   두순(杜順)화상 법신송(法身頌)이다.

"회주소 여물 먹고, 익주말 배가 불러,
천하명의 구했더니 돼지 좌박(左膊)에 뜸 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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