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영명수 선사 1) 수계

   도를 배움에는 기특한 것이 따로 없다.
   다만 마음 속에 무량겁으로 내려 오면서 익히고 쌓인
   업식(業識) 2) 종자를 씻어 없애는 것이 요긴하다.

   너희들이 능히 일체 망상을 털어버리고 망년된 인연을 끊어 없애어,
   세간의 모든 오욕 3) 경계를 대하더라도 마음이 마치 목석과 같게 4) 만 되면,
   비록 너희가 아직 도안(道眼)이 밝지 못하더라도 자연히 청정신을 성취할 것이다.

   만약 진정한 선지식 5) 을 만나거든
   모름지기 간절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친근하라.
   
   설사 참구하여도 깨치지 못하여 배워도 원만히는 못 이루더라도
   묘법은 이근(耳根)에 남아 있어,
   길이 무상도리의 종자가 되어 세세생생 악취(惡趣) 6) 에 떨어지지 않고
   사람 몸을 잃지 않을 것이니,
   한 번 사람 몸을 받아 태어나게 되면 그때는 하나를 듣고 천을 깨칠 것이다.

▒ 용어정리 ▒

[1] 영명(永明) :
   (904-875) 항주 혜일 영명연수지각(抗州 永明延壽智覺) 선사다. 청원하(靑原下) 11세가 된다. 천태덕소(天台德韶) 선사의 법을 이었다. 법안종(法眼宗)에서는 제3조가 되고 정토종(淨土宗)에서는 제6조로 잡는다. 속성은 왕(王)씨, 절강성 항주부 여항에서 출생, 소년시절부터 불법에 뜻이 컸고 특히 법화경을 수지독송하여 들에서 암송하면 양떼가 감응하여 엎드려 들었다고 한다.
   벼슬을 하여 28세때는 화정진장(華亭鎭將)이 되었더니 그때의 오월(吳越) 문목왕(文穆王)이 그의 도심(道心)이 큰 것을 알고 그의 뜻대로 출가하게 하였다. 처음 취암영명(翠巖永明)을 섬기어 온갖 대중시공을 갖추 받들었고, 그후 천태산 천주봉에 가서 석달 동안을 지냈는데 날짐승이 머리를 앉고 옷소매에 둥지를 쳤다고 전한다.
   천태산 덕소(德韶) 국사를 뵈오니, 곧 큰 그릇임을 알아보고 법을 전하면서 이르기를 "너와 왕과는 인연이 있으니 앞으로 크게 불사를 지을 것이다." 하였는데 후에 과연 그와 같았다.
   처음에 명주(明州) 영명사(永明寺)에 있었는데 대중이 항상 2천명이 되었다. 영명사에 15년 있는 동안에 제자 천7백인을 제도하였고 천태산에 들어 가서는 1만명에게 계를 주었으며, 저녁에는 귀신에게 시식하고 아침에는 방생하기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하였다.
   매일 백여덟 가지 일과 조록을 정하고 지켰는데, 그 중에는 염불만도 10만번이다. 생전에 법화경을 1만3천번을 외웠고, 종경록(宗鏡錄) 백권,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 6권, 유심결(唯心訣) 1권 등 60여부 외에도 수백권의 큰 저술을 남겼다. 고려 광종(廣宗)과는 서신 거래가 많았는데 고려스님이다.
   송 태조 개보(開寶) 8권, 대중에게 설법하고 가부좌한 채 입적하셨다. 향수72세.

[2] 업식(業識) :
   중생심이 밝지 못하여 망념이 일어나 업이 움직이는 첫모양을 업식이라 한다. 이 업식과 전식(轉識), 현식(現識),지식(智識), 상속식(相續識)을 오식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중생심이 근본무명으로 인하여 망념이 일어나고 거기서 대상이 생기고 다시 그것을 인정하고 집착심을 내며, 그 집착에서 다시 가지가지로 분별교량하는 총체적 상태를 말하고 있다.

[3] 오욕(五慾) :
   중생의 욕망 다섯 가지니 물욕(財慾), 색욕(色慾), 식욕(食慾), 명예욕, 수면욕이다.
   본래 한물건 없는 가운데에서 무단히 상(相)을 보며, 다시 생명을 보며 분별하고 호오를 보며 취사 집착하여, 본래 걸림없이 자유스럽고 스스로 원만한 자기의 본 곳을 등지고 항상 바깥으로 달리어 얻기에 허덕이는 것이 중생인 것이다.
   이 밖으로 얻고져 구하고 치달리는 중생의 마음 취향이 곧 욕심인데 이 욕심을 크게 다섯가지로 나누어 오욕이라 한다. 이 오욕의 근본은 곧 탐(貪)이며 탐의 근본은 애(愛)며, 애의 근본은 우리 본성(本性)의 활성(活性)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이 오욕자체의 근본은 정추(淨醜)를 떠난 것이라 하겠다.
   범부는 전도된 지견으로 애와 탐을 착각된 방식으로 작용시키므로, 우리의 본성이 가지는 전성적(全性的)인 활성(活性)의 역능(力能)은 그 기능이 감소되고 제약되고 비뚤어지므로 여기에서 분별취사의 중생심은 더욱 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오욕의 근본을 요달하여 다시 취할 것도 없으며 버릴 것도 없어야 한다.
   만약 이 오욕의 근본을 요달하지 못하였다면 이 오욕은 인간의 무한 자재 원만성을 좀먹는 도적으로 작용하므로, 반드시 억지 마음을 지어서라도 오욕을 억제하고 없이하여야 하니 그러면 자연 심신이 청정하여지며 오복이 따르게 된다. 계를 가져 천생에 나고, 선행을 닦아 복을 받는 도리가 여기에 있다.

[4] 마음이 목석과 같이 :
   백장해(百丈海)선사에게 한 중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일체 경계에 대하여 마음이 목석과 같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하니,
   "일체제법이 본래로 그 스스로가 공이라 하지 않으며 또한 옳으니 그르니 청정하니 하지 않으며, 또한 어떤 마음이 있어 사람을 결박하는 것도 없다. 다만 사람이 스스로 분별, 계교, 사량, 집착하고 알음알이를 내며, 가지가지 지견을 일으키며 애착도 하며 또한 두려운 생각도 내는 것이다.
   오직 제법이 본래로 남이 없는(不生)것임을 알며, 자기의 한생각 망상전도로 인하여 상(相)을 취함에서 있게 되는 것을 요달하면 마음이나 경계라는 것이 도무지 실다운 것이 되지 못하는 것임을 알게 되어 즉시 해탈할 것이다" 하였다.

[5] 선지식(善知識) :
   앞서 선지식은 생사 없는 도리를 설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반드시 선지식을 의지해야 한다. 고인은 모두가 한 표주박 한벌 누더기로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선지식을 구하고 신명을 버려 친근 공양하였다.
   경의 말씀에 "말세중생이 선지식을 만나면 도를 이룰 수 있다." 하였고, 또한 말세 선지식의 요건으로 "오직 지견이 바른 사람(正知見人)"을 말씀하고 있다.

[6] 악취(惡趣) :
   중생이 지은 업의 경향을 대충 여섯으로 나누어 육취(六趣)라고 하는데, 이 육취에 의하여 육도에 나는 것이다. 육취란 천취, 인취, 수라취, 아귀취,축생취, 지옥취(천취,인취,수라취,아귀취,축생취, 지옥취)를 말하는데 이 중 삼악도에 나는 지옥취, 아귀취, 축생취를 악취라고 한다. 지혜가 없이 악한 업을 많이 지어, 극단으로 고통스럽고 어리석고 복이 없는 보나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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