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호대의 선사 1) 수계

   공부를 짓되, 다만 몸을 잊고 생각을 없애는 것으로 능사를 삼지 말아야 하니
   이것이 공부인의 고치기 어려운 병통 2) 중의 가장 큰 것이다.

   단연 날카로운 칼날을 빼어든 듯 맹리한 정신으로
   기어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 3) 을 밝혀 내도록 하여야 하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반복하여 공안을 드리지 않고서야
   어느 때에 마음이 공하여 4) 급제하랴! 

▒ 용어정리 ▒

[1] 아호대의 :
   (735-818) 남악하 3세. 마조의 법을 이었다. 형주(衡州)수 강(須江)에서 출생. 속성은 서(徐)씨다.

   당나라 현종 친림하 제법사와의 문답일단-
   법사가 묻기를 "어떠한 것이 선(禪)입니까?" 하니,
   사(師)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점을 치셨다.
   법사가 알아듣지 못하니, 현종이 말하기를
   "법사는 그 허구 많은 경을 강하면서 다만 이 일점도 모르시오?" 하였다.
   사(師)가 이어서 현종에게 말하였다.
   "순종(順宗)이 시리선사에게 묻기를
   '대지중생이 어떻게 견성성불 하겠습니까?' 하니, 시리선사는
   '불성은 물 속에 있는 달 그림자와 같아서 볼 수는 있으나 잡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 바와 같이, 불성은 봄이 없는 마음으로 가히 보는 것입니다."
   현종이 묻기를
   "어떠한 것이 불성입니까?" 하니,
   "폐하께서 물으시는 바를 여의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현종 원화(元和) 3년 시적. 향수 74세. 시호는 혜각(慧覺)선사.

[2] 병통 :
  공부를 잘못 지어가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대주해(大珠海)선사는 '무자화두' 를 지어가는데 열 가지 병통을 경계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 자에만 한한 것은 아니다. 보조지눌 선사도 대혜종고 선사가 공부인에게 다음 열 가지를 경계한 것을 거울삼아 공부하여 대오하였다. 오직 의정을 지어 나갈 줄만 알면 되는 것인데, 다들 꾀를 내고 치구심(馳求心)을 버리지 못하여 온갓 병통에 마구 떨어지는 것이다. 열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이근하복탁(耳根下卜度) - 꾀를 내어 생각하여 알아 마치려는 것.
2. 양미순목처타근(楊眉瞬目處楕根) - 눈썹을 오르내리고 눈을 껌벅거리는 곳에 들어앉았는 것.
3. 어로상작활계(語路上作活計) - 말길에서 알아 마침을 삼는 것.
4. 문자중인증(文字中引證) - 글에서 끌어다가 인증을 삼으며 알려하는 것.
5. 거기처승당(擧起處承當) -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 마치려는 것.
6. 양재무사갑리(양在無事甲裡) -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일 없는 곳에 들어앉았는 것.
7. 작유무회(作有無會) - 있는 것이라거나 없는 것으로 아는 것.
8. 작진무회(作眞無會) - 참으로 없는 것으로 아는 것.
9. 작도리회(作道理會) - 도리가 그렇거니 하고 알음알이를 짓는 것.
10. 장미대오(將迷待悟) - 깨치기를 기다리는 것.

[3]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말한다. 이 말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달마조사가 인도에서 오시어 처음으로 동토에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의 선법을 전하시니, 그 문하에 많은 도인이 나왔고 그때 사람들이 많이 이 선법을 배웠는데, 여기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란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전하여 온 특별한 법, 비밀한 도리 곧 불법의 똑바른 이치(佛法的大意)는 무엇이냐는 말이다. 이 조사서래의를 밝히려는 데서 수많은 조사 공안이 나오게 되었는데, 여기 한 예를 들어본다.
   
   한 중이 조주에게 묻기를,
   "어떠한 것이 조사서래의 입니까?" 하니,
   "뜰 앞의 잣나무니라[庭前栢樹者]."하였다.

   중이
   "경계를 가지고 말씀하지 마십시요." 하자
   "내가 경계를 가져 말하지 않았느니라."하였다.

   중이 다시
   "어떠한 것이 조사서래의 입니까?" 하자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고 대답하였다.

   이 일단의 문답에서 알아듣지 못한 것을 참구하는 것을 "정전백수자 화두" 라고 한다.

[4] 마음이 공(空)하여 :
   방거사(龐居士, 마조의 법을 얻다)의 게송에서 취한 말이다.

   "시방의 모든 납자 함께 모여서, 모두가 함이 없는 도를 배우니,
   이곳은 부처 뽑는 과거장이라, 마음이 공(空)하니 급제하더라.
   [十方同聚會 個個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