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물었다.
   "무엇이 대승도에 들어가 활짝 깨치는 요법입니까(大乘入道頓悟法)?"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보다도 그대는 모든 인연을 쉬고 만사를 그만두라. 선(善)·불선(不善)·세간·출세간, 일체 모든 법을 다 놓아 버리고 기억하거나 생각하지 말라. 몸과 마음을 놓아 버려 완전히 자유로와야 한다. 마음을 목석같이 하여 입 놀릴 곳 없고 마음 갈 곳이 없어야 한다. 마음의 대지가 텅 비면 구름장이 열리고 해가 나오듯 지혜의 햇살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다만 모든 인연을 쉬어 탐애와 성냄과 집착,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망정이 다하면 5욕8풍(五欲八風)이 닥쳐도 꿈쩍하지 않는다. 견문각지(見聞覺知)에 막히지 않고 모든 법에 혹하지 않으면 자연히 갖가지 공덕과 신통묘용(神通妙用)을 갖춘 해탈인이니, 모든 경계를 대할 때 마음에 다툼과 혼란이 없다. 거두지도 않고 흩지도 않은 채 성색을 꿰뚫어 아무 걸림이 없으니 이런 사람을 도인(道人)이라 하는 것이다. 선악·시비 그 어느 것도 쓰지 않으며, 한 법도 애착하지 않고, 한 법도 버리지 않으니 이를 대승인(大乘人)이라 한다.

   모든 선악(善惡), 공유(空有), 더럽고 깨끗함, 유위와 무위, 세간과 출세간, 그리고 복이니 지혜니 하는 것에 매이지 않는 것을 부처님의 지혜라 한다.

   시비나 미추, 옳은 이치다 그른 이치다 하는 온갖 알음알이(知解)와 망정이 다하면 얽어맬 수 없어서, 어딜 가나 자유로우니, 이를 초발심보살이 그대로 부처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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