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두 눈을 갖추고 양쪽 일을 관조해내야(照破)하며, 한 쪽 눈만 가지고 한 쪽으로만 가서는 안되니, 그러면 저쪽 어디에 가게 될 것이다. 공덕천(功德天)과 흑암녀(黑暗女)는 늘 같이 다니는데 지혜있는 주인은 둘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음을 허공같이 하고 배워야만 비로소 이룰 것이 있다. 인도의 첫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 '설산(雪山)은 큰 열반에 비유된다'하셨고, 이 땅의 초조(初祖)께서는 '마음마다 목석같이 하라'하셨다.

   삼조(三祖)께서는 '분명하게 인연을 잊는다'하셨고, 조계(曹溪)스님께서는 '선이고 악이고 전혀 생각하지 말라'하셨으며, 스승(先師:마조)께서는 '길 잃은 사람이 방향을 못 가리는 것과도 같다'하셨다.

   또한 조공(肇公)은 '지혜와 총명을 막아 버리고 홀로 깨달아 그윽하고 그윽한 자이라'하셨으며, 문수는 '마음은 허공 같아서 예배·공경으로 볼 바가 아니며, 심오한 수다라(修多羅)는 듣지도 못하고 수지(受持)하지도 못한다'하셨다.

   이제 있다 없다 하는 모든 법을 전혀 보지도 듣지도 말고 육근(六根)을 막아라. 이렇게 공부하고 이렇게 경전을 지녀야 비로소 수행할 자격이 있다 하겠다. 이 말은 귀에 거슬리고 입에 쓸 것이다. 이 가운데서 이처럼 할 수만 있다면 다음 생 다음 다음 생에 나서는 부처 없는 큰 도량에 앉아서 평등하고 바른 깨달음 이루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악을 선으로 바꾸고 선을 악으로 바꿔 악법으로 10지보살을 교화하고 선법으로 지옥·아귀를 교화한다. 밝은 곳에서는 밝음의 결박을 풀고 어두운 곳에서는 어두움의 결박을 풀 것이다. 황금을 흙으로 만들고 흙을 황금으로 만들면서 모든 것으로 자유롭게 변화해 낼 수 있다.

   항하사 세계 밖에서 구제해 주기를 바라는 자가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즉시 30상을 그 사람 앞에 나타내 그 사람의 언어로 설법해 주신다. 근기 따라 교화하고 상대에 맞추어 다른 모습으로 모든 세계에 변화해 나타난다.

   이렇게 아(我)와 아소(我所)를 떠났다 해도 저쪽 일에 속하며, 작은 작용이며, 불사를 짓는 범위에 포함된다. 크게 작용하는 자는 형체없는 데에 그 큰 몸을 숨기고, 들릴락말락한 소리에 큰 음성을 숨긴다. 마치 나무 속의 불과 같고 종소리 북소리와도 같아 인연이 닿지 않았을 때는 그것이 있다 없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축생이 천상에 태어날 과보를 침 뱉듯 버린다. 보살은 육도만행을 닦으며 마치 죽은 시체를 타고 강둑으로 건너듯, 감옥에 갇혔다가 변소간 구멍으로 빠져 나오듯 한다. 부처님이 30상을 나타낸다 해도 그것을 '기름때 절은 옷'이 라고 한다. 또한 '부처님은 한결같이 오음(五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틀린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처님은 허공이 아닌데 어떻게 한결같이 받아들이지 않기만 하겠는가. 가고 머뭄이 자유로와 중생과는 다르다. 한 천계(天界)에서 한 천계에 이르며, 한 불국토에서 한 불국토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변함없는 법이다.

   또 말하기를, '3승교(三乘敎)에 의거한다면 그들의 신심어린 공양을 받으면 그들은 지옥에 있으며, 보살은 자비를 행하여 동류가 되어 교화 인도하며 은혜에 보답해야지, 항상 열반에만 있어선 안 된다'고 한다.

   또 말하기를, '불이 불을 바라보듯이 만지지만 않으면 불이 사람을 태우지 못한다'라고 한다.

   이제 다만 10구(十句)가 없으면 된다. 탁한 마음·사랑하는 마음·물든 마음·성내는 마음·고집하는 마음·머무는 마음·기대는 마음·집착하는 마음·가지려는 마음·그리워하는 마음은 하나에 각각 3구(三句)가 있다. 낱낱이 3구 밖으로 꿰뚫으면 일체 비추는 작용(照用)을 자유로이 내 맡기며 말하고 입 다물고 울고 웃는 모든 행위가 부처님의 지혜일 것이다. 오래 서 있었다. 편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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