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5음(五陰)에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몸 마디마디가 토막난다 해도 원망하거나 아깝다는 마음이 전혀 없고 번뇌도 없다면, 나아가서는 자기 제자가 다른 사람에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채찍을 맞고 이상과 같은 낱낱의 일을 당한다 해도 한 생각도 너다 나다 하는 마음이 없다며, 그래도 한 생각도 없다는 그것을 옳다고 여겨 거기에 머문다면 그것을 '법 티끌' 이라 하니, 10지(十地)에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생사의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사람들에게 권하기를 '삼악도(三惡道)를 두려워하듯 이 법 티끌을 두려워해야만 홀로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가령 열반을 능가하는 어떤 법이 있다 해도 조금도 값지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걸음마다 부처로서 연꽃을 밟을 것도 없이 백억의 몸을 나툰다. 유·무 등 모든 법에 털끝만큼이라도 애욕에 물든 마음이 있다면 연꽃을 밟고 다닌다 해도 마군의 짓과 똑같은 것이다.

   '본래 청정하다'거나 '본래 해탈하였다'는 데에 집착하여 이대로가 부처이며 선도(禪道)를 이해했다고 자처하는 자는 자연외도(自然外道)에 속하며, 한편 인연에 집착하여 닦아 증득을 이루는 자는 인연외도(因緣外道)에, 무(無)에 집착하면 단견되도(斷見外道)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亦有亦無)는 데 집착하면 변견외도(邊見外道) 또는 우치외도(愚痴外道)에 속한다.
  
   부처다 열반이다 하는 등의 견해를 내지 않기만 하면 된다. 유·무 등 모든 견해가 전혀 없으며 견해가 없다는 것도 없음을 바르게 봄(正見)이라 한다. 또한 아무 것도 들음이 없고, 들음이 없다는 것도 없음을 바르게 들음(正聞)이라 하며, 이것을 두고 외도를 꺾었다 하는 것이다. 또한 범부 마군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아주 신통한 주문(大神呪)이며, 보살 마군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높은 주문(無上呪)이며, 나아가 부처라는 마군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견줄 바 없는 주문(無等等呪)이다. 중생 아수라를 변화시키고 2승 아수라를 변화시키며, 보살 아수라를 변화시키니, 이렇게 하여 3변정토(三變淨土)가 되는 것이다.

   유무(有無) 범성(凡聖) 등 모든 법은 광석에 비유되고, 자기의 여여한 이치(如理)는 금(金)에 비유된다. 금과 광석이 분리되면 순금이 드러나니 홀연히 어떤 사람이 돈과 보배를 찾으면 금을 돈으로 만들어 그에게 주는 것이다. 마치 국수 자체는 진정 모든 모래와 진펄이 없어 어떤 사람이 시루떡을 구걸하면 국수를 시루떡으로 만들어 주는 것과도 같다. 또는 지혜로운 신하가 왕의 마음을 잘 알아서 왕이 행차할 때 선타파(先陀婆)*하고 부르면 즉시 말을 대령하고, 밥 먹을 때 선타파(원래는 소금, 그릇, 물, 말(馬)을 뜻하는 말, 왕의 마음을 잘 아는 총명한 신하가 제 때 제 때 알아서 이것들을 바친데서 유래하여, 지혜로운 이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하고 부르면 즉시 소금을 바치는 것과도 같다. 이상은 현묘한 종지를 공부하는 사람이 잘 통달하여 어김없이 기연에 응함을 비유한 것이며, 또는 육절사자(六絶獅子:6근·6진을 끊은 사람)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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