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연명하는 것을 보면 쌀 한 톨과 한 포기 채소에 의지한다. 먹지 못하면 굶어 죽고, 물을 마시지 못하면 목말라 죽으며, 불을 쬐지 못하면 추워서 죽는다. 하루라도 없으면 살지 못하고, 하루쯤 없다 해도 죽지는 않으나 4대(四大)에 붙들려 여전하지 못하다.

   도통한 옛사람은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았다. 불에 타고자 하면 탔고, 물에 빠지고자 하면 빠졌다. 살겠다면 살았고, 죽겠다면 죽었다. 이렇게 가고 머물음이 자유로우니, 그에게는 자유로울 분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어지럽지 않다면 부처를 구하거나 보리·열반을 구할 필요가 없다. 만일 부처를 집착하고 구한다면 탐심에 속하며, 탐심이 변하여 병이 된다. 그러므로 '부처 병 고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불법을 헐뜯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여기서의 밥이란 신령하게 알아보는 자기 본성으로서 번뇌 없는 밥(無漏飯)·해탈밥(解脫飯)을 말한다. 이 말은 10지(十地)보살을 치료하는 것으로서 초발심부터 십지에 이르기까지이다. 지금 조금이라도 구하는 마음이 있기만 하면 모두다 '파계승', '명자나한(名字羅漢)' 또는 '여우'라 이름하는데, 그들은 분명히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다.

   지금 메아리같이 고르게 소리를 듣고, 바람같이 평등하게 냄새를 맡으면서 일체 유·무 등의 법을 떠나고, 떠났다는 것에도 머물지 않으며,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도 없으면 이런 사람에게는 어떠한 허물도 얽어매지 못한다.

   위없는 보리·열반을 구하기 때문에 '출가'라고 이름하나 그래도 그것은 삿된 발원이다. 하물며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안다'하면서 세간에서 승부를 다투며 논쟁하는 경우이겠는가.

   한 문중을 탐하고 한 제자를 아끼며, 한 안주처에 연연해하고 한 신도와 관계를 맺는다. 옷 한 벌, 밥 한 그릇, 명예 하나, 이익 하나에 다시 '나는 그 모두에 걸림이 없다'하는데, 이는 스스로를 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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