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물었다.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법화경 화성유품에 나오는 부처님)은 10겁(十劫)을 도량에 앉아 있었는데도 불법이 목전에 나타나지 않아서 불도를 이루지 못하였다 합니다. 어째서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겁(劫)이란 '막힘' 또는 '머뭄'이라고도 하니 하나의 착함에 머물고 열 가지 착함에 막히는 것을 말한다. 인도에서는 부처(佛)라 하고, 이 땅에서는 그것을 깨달음(覺)이라 하는데, 자기의 비추어 깨달음(鑑覺)이 착함에 막히고 집착되므로 선근인(善根人)에게서 불성이 없다. 그러므로 '불법이 목전에 나타나지 않아 불도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 것이다.
   악에 부딪치는대로 악에 머무는 것을 '중생의 깨달음'이라 하고, 선에 부딪치는대로 선에 머무는 것을 '성문의 깨달음'이라 하며, 선·악 양쪽에 머물지 않고 머물지 않음을 옳다고 여기는 자를 '이승의 깨달음' 또는 '벽지불의 깨달음'이라 한다. 선·악 양쪽에 머물지 않고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도 내지 않음을 보살의 깨달음'이라 한다. 또한 머물지 않고 어디에도 머물 것이 없다는 생각을 내지 않아야만 비로소 '부처의 깨달음'이라 하니, 마치 '부처가 부처에 머물지 않아야 진실한 복전(福田)이라 이름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홀연히 이를 체득한 자가 있다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라 하니, 어디서나 스승이 되어 부처가 없는 곳에서는 부처라하고, 법이 없는 곳에서는 법이라 하며, 스님 없는 곳에서는 스님이라 하며 '큰 법 바퀴를 굴린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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