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물었다.
   " '유정(有情)은 불성이 없고 무정(無情)은 불성이 있다' 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으로부터 부처에 이르는 것은 성인이라는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며, 사람에서 지옥에 이르는 것은 범부라는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다. 범부와 성인 두 경계에 물들고 애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를 '유정은 불성이 없다'라고 하며, 범부와 성인 두 경계와 유·무 모든 법에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취하고 버림이 없다는 생각마저도 없으면 '무정은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망정의 얽매임이 없기 때문에 무정(無情)이라 이름하는 것이지 목석이나 허공·노란 국화꽃·푸른 대나무 등 감정이 없는 것을 가지고 불성이 있다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에게 불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 중에 수기를 받고 성불했다는 자를 경전에서 볼 수 없는 까닭이 무엇인가? 지금 비추어 깨달음(鑑覺)은 유정의 변화를 받지 않는 점이 푸른 대나무와도 같으며, 모든 근기에 다 응하고 모든 상황을 다 아는 것이 노란 국화꽃과도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단계를 밟아 보았다면 무정에 불성이 있다 하겠지만 부처님의 단계를 밟아 보지 못했다면 유정에게 불성이 없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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