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물었다.
   "초목을 베고 땅을 개간하면 죄보를 받습니까?"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죄가 있다고 단정하지도 못하고 죄가 없다고 단정하지도 못한다. 죄가 있고 없고는 사실 그 사람에게 달린 것이다. 있다 없는 하는 모든 법에 탐착하고 물들어서 버리고 취하는 마음이 남아 3구(三句)를 꿰뚫어 마음이 허공과 같지만 허공 같다는 생각도 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죄가 없다고 단정한다."
  
   다시 말씀하셨다.
   "죄를 짓고 나서 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하면 말이 안되고, 죄를 짓지 않았는데 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안 될 말이다. 율(律)에서 말하기를, '본래 미혹하여 살인을 하거나 나아가 서로 살인을 한다 해도 살생죄라 하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선종(禪宗) 문하에서이겠는가. 마음이 허공 같아서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며, 허공 같다는 생각도 없는데 죄가 어디에 자리하겠는가."
  
   다시 말씀하셨다.
   "선도(禪道)는 닦을 것이 없으니 물들지만 않으면 된다.
   안팎의 마음을 녹여 다하기만 하면 된다.
   경계를 관조하는 쪽으로 말하지만 지금 유·무 등 모든 법을 관조하는데 아무 탐욕과 집착이 없고 또한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공부하면 될 것이다. 공부는 때묻은 옷을 빠는 것과도 같은데 옷은 본래 있는 것이나 때는 밖에서 온 것이다. 유·무 등 모든 소리와 색은 기름때와도 같은 것이니 아예 마음에 두지 말라. 보리수 아래 32이상과 80종호는 색에 속하고, 12분교(十二分敎)는 소리에 속한다. 그러니 이제 유·무와 모든 성색으로 흐르는 허물을 끊고 마음을 허공 같게 해야 한다. 이렇게 공부하기를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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