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건

불교 글감 2009. 11. 14. 14:20

한 물건 [西山·禪家龜鑑]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옛 어른은 이렇게 노래했다.
옛 부처 나기 전에
의젓한 둥그러미
석가도 알지 못한다 했는데
어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길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연유다.

  육조(六祖)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내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신회(神會)선사가 곧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불성입니다.」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서자(庶子)가 된 연유다.

  회양(懷讓)선사가 숭산(崇山)으로부터 와서 뵙자 육조스님이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팔 년만에야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맏아들이 된 연유다.

  부처님과 조사(祖師)가 세상에 출현하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이다.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으로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으로써 따진다면, 사람마다 본래면목이 저절로 갖추어졌는데 어찌 남이 연지 찍고 분 발라 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진다는 것도 공연한 짓인 것이다.

 억지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부처라 혹은 중생이라 하지만,
이름에 얽매어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은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곧 어긋난다.**

   *서자(庶子) : 직계가 아닌 방계(傍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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