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판단, 암기 등은 알음알이다

   국사께서 말씀하셨다.
   “스님네들이 이제껏 공부해 온 판단이나 문답, 암기 속에는 도리를 설명한 부분이 매우 많다. 그런데 어째서 의심이 끊어지지 않고 옛 스님들의 방편을 들으면 본래 뜻은 깨닫지도 못하고서 오직 빈틈만 많고 실속은 적다고 여기는가?

   나는 이렇게 평한다.
   판단이나 암기 등은 모두 알음알이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니 생사의 뿌리가 끊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옛사람의 뜻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다. 오묘한 말씀이 마음을 꽉 메우면 도리어 알음알이의 소굴이 되고 만다. 참된 도는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말이나 모습을 통해서 파악되는 경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7. 지식의 굴레를 벗고 그 자리에서 깨쳐라

   국사께서 말씀하셨다.
   “스님들이 바로 자기 선 자리에서 문득 깨치는 것이 상책이다. ‘이것은 무슨 도리인가?’ 하는 화두를 들고, 또 자기에게 의심거리가 되어 줄 만한 어떤 법문이 있으면 그 의심을 풀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이제껏 공부랍시고 해왔던 일들이 생사의 근원이었으며, 지옥에서 살길을 꾀하는 바보 같은 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옛날 어떤 스님도 ‘지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마치 물 속에 어린 달과 같다’ 고 지적하셨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지식과 사고가 누군들 없겠는가마는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한 번 탈바꿈을 해야만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공부와 상응하지 못하면 수정궁 속을 뚫고 나왔다 하더라도 끝내 깨달음과는 관계없게 된다. 옛 큰스님은 알음알이가 마음속에 들어가게 되면 마치 기름이 국숫물에 들어간 듯 끝내 거기에서 나올 기약이 없다고 하셨으니,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8. 무엇을 하든 다 나의 마음이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소암스님이 말씀하셨다.
   “납자들이여, 오늘 임금께서 그대들을 초청하신 까닭은 오직 그대들의 마음 밝히는 일을 돕고자 해서이지 딴 뜻이 아니다. 여러분은 자기 마음을 밝혔는가?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말문을 닫고 묵언할 때, 또는 선지식을 찾아 뵙거나 도반들과 토론할 때, 산수를 구경하거나 아예 보고 듣는 일들을 딱 끊었을 때, 이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이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견해는 모두 마귀나 도깨비가 달라붙은 것이니, 이를 두고 어찌 마음을 밝힌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평한다.
   말을 해도 틀리고, 침묵을 지켜도 틀리며, 경험을 통한 지식을 긍정해도 부정해도 다 틀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도(道)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오늘의 납자들이여, 법통을 어지럽히지 말아야 하느니라.

9. 몸 바깥에 본래면목이 있다는 견해를 짓지 말라

   소암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망상덩어리인 이 육신을 떠난 바깥에 또 다른 해와 달, 그리고 허공을 포함하는 하나의 세계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본래 면목이라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외도의 견해일 뿐 마음을 밝힌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이런 사람을 공(空)에 치우친 외도 라고 부르니, 어떻게 몸과 마음이 하나여서 이 몸을 떠나서는 다른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다는 도리를 알 수 있겠는가? 지금의 납자들은 다른 사람은 만나보지도 않고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여 공(空)만을 주장하는 외도의 견해에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10. 집착을 버리면 망상이 없어진다

   스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납자들이여, 알아듣겠는가? 마음이 옳다고 긍정하는 일이 없는 사람은 바로 모든 것이 다 옳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대들이 집착하고 헤아리고 하는 한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평한다.
   앞에 거론된 옳다 아니다의 두 가지 병통은 집착에 그 원인이 있으니 내가 처방을 하리라. 오직 시비를 따지는 것과 집착이 없기만 하면 이 병은 즉시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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