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옛 큰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평하는 글

1. 쓸데없이 마음을 쓰지 않다

   조주 스님이 말씀하셨다.
   “30년 동안 쓸데없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옷 입고 밥 먹는 것 빼고는 모두 쓸데없는 마음을 쓰는 일일뿐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아예 마음을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쓸데없는 마음을 쓰지 말라는 뜻일 뿐이다. 이른바 ‘마음을 한 곳에만 쏟으면 무엇이고 안될 일이 없다’ 는 뜻이다.

2. 참구에만 집중하라

   조주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오직 도리를 참구하는 일만을 하라. 20, 30년씩 참구해 보아도 깨닫는 바가 없다면, 내 목을 잘라 가라.”

   나는 이렇게 평한다.
   조주스님은 그까짓 죽는 일이 무엇이 그렇게 급하단 말인가? 그렇기는 하나, 날이 갈수록 20년, 30년씩 다른 마음먹지 않고 오직 외길을 지키는 사람을 찾아볼래도 정말 찾기가 힘들다.

3. 가산(家産)을 타파하는 소식

   조주스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18세에 가산을 타파하는 소식을 깨달았다. 그때까지 나는 하루 24시간의 노예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하루 24시간을 맘껏 부리며 산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가산에다가 살아나갈 계책을 세우다 보니 24시간의 노예가 되었지만, 가산을 깨어버린 자는 24시간을 부릴 수 있다. 홀연히 어떤 스님이 와서 ‘무엇을 가산이라 합니까?’ 하고 묻는다면, 나 박산은 이렇게 대답하리라. 그 가죽 주머니를 벗어버리면(죽을 때) 그때 가서 말해주마.

4. 벙어리가 되라

   조주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만약 평생 총림을 떠나지 않으면서 5년, 10년 동안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또 아무도 그대들을 불러주는 이가 없이 벙어리가 된다면, 그런 다음에야 부처님도 그대를 어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말을 하지 않는다 함은 마음을 번거롭게 쓰지 않는다는 뜻이니, 가사를 입고도 생사문제의 큰 도리를 참구하지 않는 납자는 위와 같은 경계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다.

5. 화두를 설명하는 일은 알음알이다

   천태 덕소 국사께서 말씀하셨다.
   “설사 폭포처럼 유창하게 대답과 설명을 쏟아놓는다 하더라도 이것은 단지 전도된 알음알이일 뿐이다. 만일 그런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참선하는 일이 무엇이 어렵다고 하겠는가? 이러한 사람은 다른 납자에게 무익할 뿐 아니라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거듭 팔아먹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지금 사람들은 겉핥기식으로만 공부하여 보통 때에 오며 가며 법을 물으면서 불법을 얘기거리로나 여기고 있으니, 이런 태도는 공부에 무익할 뿐 아니라 많은 허물을 이룬다. 지금 세상에는 쓸모 없는 말들을 마음대로 지껄이고는 그것을 선(禪) 도리라 우겨대고 있으니, 앞서 소개한 국사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낯이 두꺼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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