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남의 설명을 기대하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남이 다 설명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된다. 만약 남이 설명해 준다고 해도 그것은 다른 사람의 도이므로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서울 가는 길을 묻는데 오직 길만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거기다가 서울 소식을 물어서는 안되는 것과 같다. 그가 낱낱이 서울 소식을 말로 전해준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이 본 서울이지 길을 물은 사람이 직접 본 서울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자기는 힘써 노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다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면 바로 이런 꼴이 되는 것이다.

47. 공안만을 참구(參究)하라.

   참선할 때 오직 한생각으로 공안(公案)만을 참구(參究)하지 않고 다른 생각이 오락가락 하면 도(道)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런 식으로는 미륵이 하생(下生)할 때까지 계속해 보았자 역시 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잡념이 일어날때 왜 아미타불을 염(念)하지 않는가? 염불은 참선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생각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화두 하나하나 드는데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가령, “개에게서 불성이 없다” 라는 화두를 들 때면 그 “없다” 는 말에 달라붙어 의정을 일으키고, 또, “뜰앞에 잣나무니라.” 하는 화두를 들 때는 그 “잣나무” 에 대해서 의정을 일으키고 “만법이 하나로 귀결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귀결되는가?” 라는 화두를 들때는 그 “하나는 어디로 귀결되는가?” 에다가 의심을 일으켜야 한다.
   일단 의심이 일어나면 시방세계 모두가 하나의 의심덩어리가 된다. 그리하여 부모에게서 받은 이 몸과 마음을 잊고 온통 의심 덩어리 뿐이다. 시방세계가 있는지 또는 어디까지가 내 자신이고 어디까지가 바깥세상 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의심만이 물밀듯 다가온다. 그러다가 대나무 테를 맨 물동이가 탁 터지듯 의심덩어리가 풀리고 나면 다시 선지식(善知識)을 만나게 되었을때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생사대사는 다 마친뒤라 비로소 박장대소 하게 된다.
   그리고 난 뒤 그때까지도 공안을 천착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면 마치 말 배우는 앵무새와 같으니 무엇 때문에 거기에 섞이겠는가?

48. 바른 생각을 지녀 사견에 빠지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잠시도 바른 생각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만약 참구하는 한 생각을 잃어버리면 반드시 딴 길로 빠져들어 망망히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어떤 납자가 오직 깨끗한 곳에 앉아 맑고 고요하여 티끌 한 점 없는 것을 좋아하며 이것만이 공부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사람을 '바른 생각을 잃어버리고 맑고 고요한 데 빠진 사람' 이라고 부른다. 혹 어떤 사람은 말로 도리를 설명해내며
동정(動靜)의 방편을 짓는 것을 공부라고 인정하는데, 이런 사람을 '바른 생각을 잃어버리고 알음알이를 인정하는 사람' 이라고 부른다.
   또 어떤 사람은 망심을 가지고 망심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지로 내리누르는 일을 공부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이를 가리켜 '망심으로 망심을 누르는 납자' 라고 한다. 이런 경우는 마치 풀 위에 돌을 올려놓는 것과 같으며 또한 파초껍질을 벗겨내는 일과 같으니 한 겹을 벗겨내면 또 한 겹이 생겨나서 끝날 날이 없을 것이다.
   혹 어떤 납자는 자기 몸과 마음이 허공과 같을 것이라고 상상으로 관(觀)하여 담벼락처럼 아무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데, 이런 사람도 '바른 생각을 잃은 납자' 라고 부른다. 현사 스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음을 단단히 굳혀 단속하고 모든 현상을 공으로 귀착시키려 하면 이런 사람은 '단견[공무(空無)]에 떨어져 혼만 흩어지지 않았지 사실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이상은 모두 바른 생각을 잃은 데서 오는 병통이다.

49. 바른 생각으로 간절하게 참구하라

   참선할 때 의심이 일어났거든 이제는 그것을 깨부숴야 한다. 그 의심이 깨어지지 않았을 때라면 바른 생각을 굳건히 하고 용맹심을 내어 간절, 또 간절하게 참구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되어간다 하겠다.
   경산대혜(徑山大慧:1088-1163) 스님께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대장부가 일대사인연을 결판내려 한다면 모든 세상일을 돌보지 않고 조급한 마음으로 꼿꼿하게 앉아서 남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평소부터 품어오던 자기 의심을 붙들어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치 멀정한 사람이 누가 돈이 없어졌다고 자기를 잡으러 쫓아오는 상황에서 갚아줄 돈 한 푼 없고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할까봐 도망가듯 해야 한다. 그리하여 급할 것도 바쁠 것도 없는 데서 다급해지고 큰 일날 것도 없는 데서 무슨 일이나 난 듯 참구해 나가야만 비로소 이 생사문제를 해결해 나갈 자격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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