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의단을 깨라

   참선하는 납자는 고개를 쳐들어도 하늘을 못 보고 고개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하며, 산을 보아도 산으로 보이지 않고 물을 보아도 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길을 걸어가도 걷는 줄을 의식하지 못하며, 앉아 있어도 앉아 있는 줄을 몰라야 한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한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온통 의심 덩어리 하나뿐이니 세계를 하나로 뒤섞어놓았다 할 만하다. 이 의심 덩어리를 깨뜨리지 않고는 맹세코 마음놓을 수 없으니, 이것이 공부에 있어서 긴요한 것이다.
   세계를 하나로 뒤섞는다고 하는 말은 무슨 뜻인가?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 전부터 본래 갖추어져 있는 큰 이치는 소리도 없이 고요하여 한 번도 움직인 일이 없다. 요는 참선하는 자가 알음알이를 다 떨어버렸을 때, 천지가 뒤바뀌면서 자연히 거꾸로 용솟음쳐오는 한 줄기 파도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몸으로 받은 듯한 상태를 말한다.

7. 의정과 하나가 되라

   참선하는 납자는 죽어서 살아나지 못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살아만 있고 죽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는 결단코 의정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들떠 움직이는 경계를 굳이 떨어버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지고, 허망한 마음도 억지로 맑히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히 맑아진다. 그리하여 6근이 자연히 텅 비어 자유로와진다. 이런 경지에서는 움찔했다 하면 벌써 마음먹은 곳에 가 있고 입만 벙긋했다 하면 벌써 반응이 있게 되니, 살아나지 못할까 근심할 일이 있겠는가?

8. 세 가지 폐단을 조심하라

   공부가 향상되기를 바란다면, 천근되는 짐을 어깨에 걸머진 듯하여 팽개치려 해도 내려놓지 못하는 형편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잃어버린 중요한 물건을 찾듯하여 확실하게 찾아내지 못하면 맹세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아집과 집착, 알음알이가 생기는 일이다.
   아집은 병(病)이 되고 집착은 마(魔)가 되며 알음알이는 외도로 빠지게 한다. 결단코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 열심히 공부하면 앞서 말한 세 가지 폐단이 얼음 녹듯 말짱해질 것이다. 이른바 "마음을 일으켜 생각을 들뜨게 하면 그 자리에서 법체와 어긋난다" 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9. 또렷하게 깨어 있는 채로 참구하라

   화두를 들고 공부하는 납자는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처럼 분명하고 또렷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옛사람도 "적군의 목을 베지 않고는 맹세코 쉬지 않겠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망상의 도깨비굴 속에 들어앉게 되어 어둡고 깜깜한 채로 일생을 다 보내고 말 것이니 참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두 눈을 반짝 뜨고 목표물을 노려보며 네 다리에는 힘을 주고 곧추서서 오는 쥐를 잡아 입에 물어야만 비로소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비록 닭이나 개가 옆에 있다 하더라도 돌아볼 정신이 없다. 참선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오직 열심히 이 도리를 밝히기만 하면 될 뿐이다.
   그렇게 되면 8경(또는 팔풍八風)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해도 신경 쓸 틈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해도 쥐는 커녕 고양이마저도 달아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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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八風(팔풍)
   이(利)ㆍ쇠(衰)ㆍ훼(毁)ㆍ예(譽)ㆍ칭(稱)ㆍ기(譏)ㆍ고(苦)ㆍ낙(樂)의 8종. 이것은 세상에서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바로서 능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므로 팔풍이라 함. 이(利)ㆍ예(譽)ㆍ칭(稱)ㆍ낙(樂)은 4순(順)이고, 쇠(衰)ㆍ훼(毁)ㆍ기(譏)ㆍ고(苦)는 4위(違)다.

10. 하루에 공부를 다 마치듯 하라

   참선할 때는 날마다 하루 할 공부를 다 마쳐야 한다. 미루고 질질 끌면 백겁천생토록 끝내 공부를 다 마칠 날이 없을 것이다.
   언젠가 나는 향 한 개비를 꽂아놓고 그것이 다 타는 것을 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가 늘 그저 그러하여 나아진 것도 퇴보한 것도 없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하루에 몇 개비의 향이 타겠으며 1년이면 얼마만큼의 향이 타겠는가?"
   그러고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데 생사문제를 아직 밝히지 못했으니 어느 날에나 공부를 마치고 깨닫게 될 것인가?"
   이런 생각으로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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