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1. 생사심을 해결할 발심을 하라

   참선할 때에는 가장 먼저 생사심을 해결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내야 한다. 그리고는 바깥 세계와 나의 신심이 모두 인연으로 이룩된 거짓 존재일 뿐 그것을 주재하는 실체는 없다는 사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만약 누구에게나 본래 갖추어져 있는 큰 이치를 깨치지 못하면 생사에 집착하는 마음을 깨뜨릴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죽음을 재촉하는 귀신이 순간 순간 멈추지 않고 따라다니게 되니, 문득 이것을 어떻게 쫓아버릴 수 있겠는가?
   오직 이 한 생각만을 가지고 수단 방편으로 삼아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살아날 길을 찾듯 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걸어나가려 해도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고, 가만히 있자니 그럴 수도 없으며,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한 생각도 일으킬 수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으니,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겠는가.
   모름지기 타오르는 불도 돌아보지 말고 목숨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남이 도와주기를 바라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도 말고 잠시 머물러 있을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는 곧장 앞으로 달아나 우선 불길 밖으로 뛰어나오는 것만이 묘수이다.

2. 의정을 일으켜라

   참선하는 데에는 의정(疑情)을 일으키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을 의정이라 하는가? 예컨대 우리가 어디로부터 태어났는지 모르니 그 온 곳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가는 곳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생사문제라는 관문을 뚫지 못했을 때 문득 의정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맺혀서 눈꺼풀 위에 머물고 있어, 내치려 해도 떨어져 나가지 않고 두고 달아나려 해도 갈 수가 없다. 그러다가 홀연히 하루 아침에 의정의 뭉치를 때려 깨고 나면,
   "이 '생사'라는 두 글자가 어느 집 구석에 한가하게 놓인 가구란 말이냐?"
라고 외치게 된다.
   아! 옛날 큰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닫고, 작게 의심하면 작게 깨달으며, 의심하지 않으면 아예 깨닫지 못한다."

3. 일념으로 정진하라

   참선할 때 '죽음' 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늘 염두에 두면서 자기의 몸과 마음을 죽은 상태와 똑같이 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오직 이 문제를 밝혀야겠다는 그 한 생각만이 눈앞에 남아있게 된다. 이 때의 한 생각이란 하늘을 찌를 정도의 긴 칼과 같아서 무엇이든 갖다 대는 족족 베어지므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막힌 것을 걸러내고 둔한 것을 갈다보면 칼은 사라진 지 오랜 뒤가 될 것이다.

4. 고요한 경계를 조심하라

   참선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은 고요한 경계에 빠져들어 사람을 말라 죽은 듯한 적막 속에 갇히게 하는 태도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은 번거로운 곳을 싫어하고 고요한 곳에서는 대부분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 도를 닦는 수행인의 경우도 그러하다. 시끄러운 바닥에서만 내내 살던 이가 일단 조용한 경계를 맛보고 나면 그것이 꿀이나 되는 양 달갑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사람은 권태가 오래되면 잠자기를 좋아할 것이니, 자기가 이런 병통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어떤 외도는 자기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없애어 딱딱한 돌처럼 되게 하였다 하니 이것도 고요한 경계를 통해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날이 갈수록 마를대로 마르고 적막할대로 적막해져서 아예 인식작용이 없는 상태까지 가버렸으니 목석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들이 혹 고요한 경계에 처할 때는 오직 법복 속에서 벌어지는 한 가지 큰 일, 즉 육신의 생사를 깨치는 데 힘써야 한다. 자기가 고요한 곳에 있는 줄을 몰라야만 비로소 옳다. 하겠다. 생사대사에서 고요한 모습을 구하려 해도 정말로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으면 이야말로 된 것이다.

5. 자기 공부에만 매진하라

   참선할 때에는 마음을 똑바르고 곧게 하여 남의 사정을 봐주지 말아야 한다. 남의 인정 사정 다 봐주다가는 자기 공부가 향상되지 못한다. 공부가 향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세월이 오래 가면 반드시 속세에 물들어 스승에게 아부까지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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