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임금님의 창고 안에 이런 칼이 전혀 없다'고 하셨는데, 바라옵건대 그 뜻을 가르쳐 주십시오."
   "임금님의 창고란 바로 허공의 성품[虛空性]이니라. 그것은 시방의 허공세계를 받아들여 모두가 다 너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 또 다른 말로는 임금님의 창고를 허공장보살이라고도 일컫는다. 네 만약 그것에 대해 있고 없음과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음을 말한다면, 모두가 양의 뿔이 되느니라. 양의 뿔이란 바로 네가 구하여 찾는 것이니라."
   배상공이 물었다.
   "임금님의 창고 속에는 진짜 칼이 있습니까?"
   "그것도 역시 양의 뿔이니라."
   "임금님의 창고 속에 애초부터 진짜 칼이 없다면, 왕자가 그 창고에서 진짜 칼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나간 것이어늘,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그저 없다고만 말씀하십니까?"
   "칼을 가지고 나갔다는 것은 여래의 심부름꾼에 비유한 것이다. 네 만약 임금님의 창고 속에서 왕자가 진짜 칼을 가지고 나갔다고 말한다면, 창고 안에 있는 허공도 함께 따라 갔을 것이니라. 그러나 본원의 허공성(虛空性)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말이겠느냐? 설령 네가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양의 뿔이니라."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