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배상공이 불상 한 구를 대사 앞에 내밀면서 호궤(胡 )합장하며 말씀드렸다.
   "청하옵건대 스님께서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배휴!"
   "예!"
   "내 너에게 이름을 다 지어 주었노라."
   그러자 배상공은 곧 바로 절을 올렸다.
   하루는 상공이 시(詩) 한 수를 대사께 지어올리자 대사께서 받으시더니 그대로 깔고 앉아 버리면서 물었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몰라야만 조금은 낫다 하겠지만, 만약 종이와 먹으로써 형용하려 한다면 우리 선문(禪門)과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상공의 시가 이러하였다.

대사께서 심인을 전하신 이후로
이마에는 둥근 구슬 몸은 칠척 장신이로다.
석장을 걸어 두신 지 십년 촉나라 물가에서 쉬시고
부배(浮杯)에서 오늘날 장( )의 물가를 건너왔네.
일천 무리의 용상대덕들은 높은 걸음걸이 뒤따르고
만리에 뻗친 향그런 꽃은 수승한 인연을 맺었도다.
스승으로 섬겨 제자 되고저 하오니
장차 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시렵니까?

   대사께서 대답하여 읊으셨다.

마음은 큰 바다와 같아 가이 없고
입으론 붉은 연꽃을 토하여 병든 몸 기르네.
비록 한 쌍의 일 없는 손이 있으나
한가한 사람에게 일찍이 공경히 읍(揖)한 적이 없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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