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上堂)

선어록/임제록 2009. 10. 30. 17:56

상당(上堂)

1. 전쟁의 시작

   하북부의 부주 왕상시가 여러 관료들과 더불어 임제 스님께 법상에 오르시기를 청하니 스님이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산승이 오늘 어쩔 수 없이 인정에 따라서 겨우 이 자리에 올랐으나 만일 조사들이 면면히 이어온 전통에 입각하여 큰일을 드날려 본다면 곧바로 입을 열 수가 없다.
   또한 그대들이 발붙일 곳도 없다. 그런데 산승에게 오늘 왕상시가 간곡히 청하니 어찌 근본종지를 숨길 수 있겠는가. 여기에 이름난 장군[作家]이 있다면 곧바로 진을 펼치고 깃발을 열어서 대중들에게 그 증거를 보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교의 대의입니까?”
   임제 스님이 곧 “할!”을 하시니, 그 스님이 절을 하였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스님과는 법담(法談)을 나눌 만하구나.”

   스님이 물었다.
   “선사께서는 누구 집의 노래를 부르며 어느 분의 종풍을 이었습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황벽 스님 처소에서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다.”
   그 스님이 우물쭈물 머뭇거리자 임제 스님이 “할!”을 하고 뒤이어 내리치며 말하였다.
   “허공에 말뚝을 박을 수는 없느니라.”

   어떤 좌주(坐主)가 물었다.
   “삼승 십이분교(三乘十二分敎)가 어찌 불성을 밝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거친 풀을 두고 호미질을 하지 않았구나.”
   다시 좌주가 말하였다.
   “부처님이 어찌 사람을 속였겠습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부처님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좌주가 말을 못하므로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상시 앞에서 노승을 속이려 하는구나. 어서 빨리 물러나라. 다른 사람이 묻는 것에 방해된다.”

   임제 스님이 다시 말했다.
   “오늘의 법회는 일대사(一大事)를 위한 것이니 다시 묻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빨리 물어라.
   그대들이 막 입을 열면 일대사와는 벌써 교섭할 수 없게 된다. 왜 그럴까? 보지 못했는가.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법은 문자를 떠났으며 인(因)에도 속하지 않고 연(緣)에도 있지 않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믿음이 모자라는 까닭에 오늘 이렇게 어지러이 갈등을 하는 것이다. 왕상시와 여러 관원들을 꽉 막히게 하고 불성을 어둡게 할까 염려된다. 물러가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하시며, “할!”을 한 번 하시고는 말했다.
   “믿음의 뿌리가 적은 사람들은 마침내 일대사의 일을 마칠 날이 없다. 오래 서 있었으니 편히 쉬어라.”

2. 정안(正眼)

   임제 스님이 어느 날 하북부에 갔더니 부주 왕상시가 스님을 청해서 법좌에 오르게 했다. 그 때에 마곡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대비보살의 천수천안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 눈입니까?”
   임제 스님이말했다.
   “대비보살의 천수천안 중에서 어느 것이 바른 눈인가 빨리 말하라.”
   그러자 마곡 스님이 임제 스님을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대신 법좌에 올랐다. 임제 스님은 마곡 스님 앞으로 가까이 가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하니, 마곡 스님이 어리둥절하여 머뭇거렸다.
   임제 스님 또한 마곡 스님을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마곡 스님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임제 스님도 곧 법좌에서 내려왔다.
   
3. 무위진인(無位眞人)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붉은 몸뚱이에 한사람의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다.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서 출입한다. 아직 증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아라.”
   그때에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무위진인(無位眞人)입니까?”
   임제스님이 법상에서 내려와서 그의 멱살을 꽉 움켜잡고
   “말해봐라. 어떤 것이 무위진인가.”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스님은 그를 밀쳐버리며 말했다.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인가.” 라고 하시고는 곧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
   
4. 할! 할! 할!

   임제 스님이 법상에 오르니 한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였다.
   임제 스님이 곧바로 ‘할’을 하였다.
   그 스님이 말했다.
   “노화상께서는 사람을 떠보지 마십시오.”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네가 말해보아라. ‘할’의 의도가 무엇인가?”
   그 스님이 곧바로 ‘할’을 했다.
   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임제 스님이 문득 ‘할’을 하니, 그 스님이 예배를 하였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네가 한 번 말해봐. 이 할이 훌륭한 할인가?”
   그 스님이 말했다.
   “초야의 도적[草賊]이 크게 패했습니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 스님이 말했다.
   “두 번 잘못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임제 스님이 곧바로 ‘할’을 했다.

   이 날은 양당의 두 수좌가 서로 보고 동시에 ‘할’을 하였다. 어느 스님이 임제 스님에게 물었다.
   “그 ‘할’에 손님과 주인이 있습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손님과 주인이 분명히 있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대중들아, 임제의 손님과 주인의 도리[賓主句]를 알고 싶으면 승당의 두 수좌에게 물어보아라.” 하시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5. 불교의 대의

   법상에 오르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교의 대의입니까?”
   임제 스님이 벌레를 쫓는 불자(拂子)를 세워들었다. 그러자 스님이 곧 ‘할’을 하니, 임제 스님이 바로 후려쳤다.
   또 다른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교의 대의입니까?”
   임제 스님이 또 불자(拂子)를 세워들자, 그 스님도 곧 ‘할’을 하였다. 임제 스님이 또 ‘할’을 하니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 스님이 곧 후려쳤다.
   
   그리고,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대중들아! 대저 법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은 몸과 목숨을 잃는 것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20년 전에 황벽 스님의 회상에 있을 적에 세 번이나 불법의 확실한 대의[不法的的大意]를 물었다가 황벽 스님이 세 번이나 몽둥이 하사하는 것을 얻어맞았다. 그 때 마치 부드러운 쑥대가지로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 한 번 그 몽둥이를 얻어맞고 싶구나. 누가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겠는가?”
   그 때 한 스님이 대중 가운데에서 나와 말하였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임제 스님은 몽둥이를 건네주려 하고 그 스님은 받으려고 하는데, 임제 스님이 곧바로 후려쳤다.
   
6. 칼날 위의 일

   임제 스님이 법상에 오르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칼날 위의 일입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큰일 났다. 큰일 났어.”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 스님이 곧바로 후려쳤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 석실 행자가 방아를 찧다가 다리 옮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하니 어느 곳으로 간 것입니까?”
   임제 스님이 말하였다.
   “깊은 우물 속에 빠져버렸다.”
   
   임제 스님이 이어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을 나는 조금도 잘못 보지 않는다. 그가 온 곳(견해. 공부의 수준)을 모두 안다. 만약 그와 같이 [석실 행자처럼 되어] 온다면 마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같고, 그와 같지 않게 온다면 그것은 밧줄도 없이 스스로를 묶은 것이다. 언제든지 함부로 이리저리 짐작하지 마라. ‘안다, 모른다.’ 하는 것은 모두 착각이다. 나는 분명히 이와 같이 말하거니와, 천하 사람들이 헐뜯고 비방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 오래 서 있었으니 돌아가 쉬어라.”

7. 고봉정상과 네거리

   임제 스님이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한 사람은 고봉정상에 있어서 몸이 더 나아갈 길이 없고, 한 사람은 네거리에 있으면서 또한 앞뒤 어디든 갈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앞에 있고 어떤 사람이 뒤에 있는가[누가 더 나은가]?
   유마힐도 되지말고 부대사도 되지말라. 편히 쉬어라.”

8. 집안과 길거리

   임제스님이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한 사람은 영원히 길에 있으면서도 집을 떠나지 않고, 한사람은 집을 떠나 있으나 길에도 있지 않다. 어느 쪽이 최상의 공양[人天供養]을 받을 만한가?” 하시고는 곧바로 법상에서 내려 오셨다.

9. 삼구(三句)

   임제 스님이 법상에 오르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제일구입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삼요(三要)의 도장[印]을 찍었으나 붉은 글씨는 그 간격이 좁아서 숨어 있으니, 주객이 나누어지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 스님이 또 물었다.
   “어떤 것이 제이구입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묘해[문수]가 어찌 무착 선사의 물음을 용납하겠는가마는 방편상 어찌 뛰어난 근기[무착]를 저버릴 수 있으랴.”
   그 스님이 또 물었다.
   “어떤 것이 제삼구입니까?”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무대 위의 꼭두각시 조종하는 것을 잘 보아라. 밀었다 당겼다 하는 것이 모두 그 속에 사람이 있어서 하는 것이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셨다.
   “한 구절의 말에 반드시 삼현문(三玄門)이 갖춰져 있고, 일현문(一玄門)에는 반드시 삼요(三要)가 갖춰져 있어서 방편도 있고 작용도 있다. 그대들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시고는 법상에서 내려오셨다.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