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본 단경(敦煌本壇經) 머리말
조계육조(曺溪六祖) 이후 선(禪)은 천하를 풍미(風靡)하여 당·송·원·명 시대에 불교가 꽃을 피우게 한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육조 본연의 종지가 많이 변하여 육조의 정통 사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대저 육조의 종지는 육조가 항상 주창한 "오직 돈법만을 전한다[唯傳頓法]"고 하는 것으로서, 점문(漸門)은 일체 용납치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교가(敎家)의 점수사상(漸修思想)이 혼입되어 선문(禪門)이 교가화 됨으로써, 순수선(純粹禪)은 없는 실정이다.
「단경」은 육조의 법문을 전하는 유일한 자료이나, 그 유통 과정에서 첨삭(添削)이 많아 학자들을 곤혹케 하였다. 다행히도 최고본(最古本)인 「돈황본단경」은 천여 년 동안 석굴에 비장되어 뒷사람들의 첨삭을 면할 수 있었으므로, 육조의 성의(聖意)를 잘 전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가운데서 오락(誤落)된 부분은 각 유통본을 참조하여 엄정교정(嚴正校訂)하고 사의(私意)는 개입시키지 않았으며, 토를 달고 번역을 하였다. 그리고 약해(略解)를 붙여 거룩한 뜻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니, 권두(卷頭)의 지침과 함께 읽기 바란다.
「선교결」은 서산(西山) 만년(晩年)의 명저(名著)로서「단경」이해에 도움이 되겠기에 더불어 실으니, 참학고류(參學高流)는「단경」을 근본삼아 육조정법을 선양하기 바란다.
불기 이천오백삼십일년 가을
가야산 해인사 퇴설당에서
퇴옹 성철 씀
일러두기
*○는 제I편에서는 엮은이의 평석(評釋)을, 제II편과 제III편에서는 약해(略解)를 말한다.
*제I편과 제II편에서, 보기를 들어 性(姓)은 원문의 姓자를 性자로 바로잡은 것이고, [心]은 원문에는 心자가 빠진 것을 보충해 넣은 것이며, '頓漸'은 원문의 頓漸을 삭제해야 할 것으로 부호를 일치시켰다.
*제I편에서 원문 끝의 敦·大·興·德·宗은 각각 돈황본·대승사본· 흥성사본·덕이본·종보본을, 그리고 끝에 표시된 숫자는 ? 맨塤П?(고마자와대학 선종사연구회 1978년 간행)의 면(面) 수를 말한다.
*제II편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임의로 제목을 붙이고 단락을 나누었다.
1. 序言 - 머리말
혜능(慧能)대사가 대범사(大梵寺) 강당의 높은 법좌(法座)에 올라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고 무상계(無相戒)를 주시니, 그 때 법좌 아래에는 스님·비구니·도교인(道敎人)·속인 등, 일 만여 명이 있었다.
소주(韶州) 자사 위거와 여러 관료 삼십여 명과 유가(儒家)의 선비 몇몇 사람들이 대사(大師)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해주기를 함께 청하였고, 자사는 이윽고 문인 법해(法海)로 하여금 설법 내용을 모아 기록하게 하였으며, 후대에 널리 행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이 종지(宗旨)를 이어받아서 서로서로 전수케 한지라, 의지하여 믿는 바가 있어서 이에 받들어 이어받게 하기 위하여 이 <단경(壇經)>을 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