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유전돈법(唯傳頓法)

   오조(五祖)가 <금강경>을 강설하심에 혜능이 한 번 듣고 말 끝에 문득 깨치니라. 그 밤에 법을 받으니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문득 돈법(頓法)과 가사를 전하며 '너를 육대조(六代祖)로 삼는다'고 하였다.

  五祖說金剛經 惠能 一聞 言下 便悟(伍) 其夜 受法 人盡不
知 便傳頓法 衣 汝爲六代(伐)祖-敦 二八五
  *이는 오도전법(悟道傳法 도를 깨치고 법을 전함)을 대강 서술한 것으로 돈법은 돈오법(頓悟法)이라는 말이다.

   말 끝에 모든 법이 자기의 성품을 떠나지 않음을 문득 깨닫고 내가 말씀드렸다.
   "어찌 자성이 본래 청정함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본래 생멸 없음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본래 스스로 갖추어져 있음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움직임이 없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오!"
   오조스님은 내가 본래의 성품을 깨쳤음을 아시고 내게 말씀하셨다.
   "본래 마음을 알지 못하면 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느니라. 만약 말 끝에 스스로 본래 마음을 알아 스스로 본래 성품을 보면 곧 '인천의 스승, 부처[人天師佛]'니라."
   삼경(三更)에 법을 받으니, 사람들이 다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는 곧 심인(心印)의 돈법과 의발(衣鉢)을 전하고, '너를 육대조사로 삼는다'고 하였느니라.

言下 便悟一切萬法 不離自性 某甲 啓言 何期自性 本自淸淨
何期自性 本不生滅 何期自性 本自具足 何期自性 無動無搖
能生萬法 五祖知悟本性 乃報某甲(38) 言 不識本心 學法無益
若言下 自識本心 自見本性 卽名人天師佛 三更 受法 人盡不
知 便傳心印頓法 及衣鉢 汝爲六代祖-大.興.德.宗 二八五(39)
  *이는 돈황본보다 상세하다.
   대승사본의 '모갑(某甲)'과 돈법(頓法)]을 다른 본에서는 각각 '혜능(慧能)'과 '돈교(頓敎)'라고 하였다. 돈법은 돈오법문(頓悟法門)이요, 돈교는 돈오교시(頓悟敎示)이므로, 내용은 동일하다.
   '하기(何期)'이하는 깨친 법[悟法]의 내용인데, 오조가 인가(印可)하며 말씀하시기를 식심견성하면 곧 이름이 '인천의 스승, 부처'라고 단언하였다. 그리하여 식심견성하면 불지(佛地 부처님의 지위)임을 선언하였으며, 지위(地位)와 점차(漸次)를 거치지 않고 한 번 뛰어넘어 여래지(여래의 지위)에 들어가는[一超直入如來地] 돈오법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견성하면 내외 명철인 묘각불지(妙覺佛地)임을 말한 것이니, 불지가 아닌 삼현(三賢), 십성(十聖)은 모두 견성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오직 돈교법만을 전하여 세상에 나와 삿된 종을 부수는도다.

唯傳頓敎法 出世破邪宗-敦 三二七

   오직 견성법만을 전하여 세상에 나와 삿된 종을 부수는도다.

唯傳見性法 出世破邪宗-大.興.德.宗 三二七(41)
  *돈황본에는 돈교법(頓敎法)이라 하고 다른 본에는 견성법(見性法)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교가(敎家)의 돈교가 아니요 선무느이 '견성돈오교법'을 지칭하는 것이어서, 견성법이 곧 돈교이며 돈교법이 곧 견성법이다. <단경>에서 많이 언급한 돈교는 견성하는 돈오교시(頓悟敎示)이다.

   대사가 이 돈오교법을 전하니 배우는 사람들은 같은 한 몸이기를 바라노라.

大師令傳此頓敎 願學之人同一體-敦 三二十

   우리 조사가 오직 이 돈법을 전하니 배우는 사람들이 같은 한 몸이기를 바라노라.

吾祖唯傳此頓法 願學之人同一體-大.德.興.宗 三二十
  *조조상전(祖祖相傳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함)은 견성하는 돈오교법뿐이다.

   이는 다만 돈교라, 또한 대승(大乘)이라 이름하나니, 미혹할 때는 수많은 세월을 지나지만 깨치면 잠깐 사이로다.

此但是頓敎 亦名爲大乘 迷來經累劫 悟卽刹那間-敦 三二九
(42)

   이 게송은 돈오 법문이요 또한 큰 법의 배[大法船]이니, 미혹하여 들으면 수많은 세월을 지나지만 깨치면 잠깐 사이로다.

此頌 是頓敎 亦名大法船 迷聞經累劫 悟則刹那間-興.德.宗 三
二九(43)
  *여러 겁을 잘못 헤매다가도 찰나 사이에 오달하므로 '돈(頓)'이라고 한다. 육조의 법문은 유돈무점(唯頓無漸 오직 '돈'만 있고 '점'은 없는 것)이어서 돈오하면 곧 바로 불지에 들어가[直入佛地] 지위, 점차를 없애는 것이 <단경>의 근본 방침이니, 육조는 이를 '직료성불(直了成佛 당장 성불해 마침)'이라고 표현하였다.

   나는 오조인(五祖忍)화상의 회하에서 한 번 듣고 말 끝에 크게 깨쳐 진여의 본래 성품을 단박에 보았다. 그러므로 이 돈법을 뒷날에 널리 퍼지게 하여 도를 배우는 이로 하여금 보리를 돈오케 하여 저마다 스스로 마음을 관찰하여 자기의 본성을 단박에 깨치도록 하는 것이니라.

我於忍和尙處 一聞 言下 大悟(伍) 頓見眞如本性 是故 將此
(汝)頓法 流行後代 令(今)學道者 頓悟菩提 各自觀心 令自本
性 頓悟-敦 三一七
  *돈견본성(頓見本性 본성을 단박에 봄)과 돈오보리(頓悟菩提 보리를 단박에 깨달음)는 같은 뜻이니, 이것이 육조의 돈교법문이다.

   내가 오조스님 밑에서 한 번 듣고 말 끝에 문득 깨쳐 진여의 본래 성품을 단박에 보았으니, 이러므로 이 교법이 널리 퍼져 도를 배우는 이로 하여금 보리를 돈오하여 저마다 스스로 마음을 살펴 자기의 본래 성품을 보게 하느니라.

我於忍和尙處 一聞 言下 便悟 頓見眞如本性 是以 將此敎法
流行 令學道者 頓悟菩提 各自觀心 自見本性(44)-大.興.德.宗
三二七
  *다섯 본이 표현에 있어 자구의 차이는 조금 있으나, 근본 뜻은 같으므로 상관이 없다.

   법에는 '돈'과 '점'의 구별이 없으나 사람에게는 영리함과 우둔함이 있으니, 미혹하면 차츰차츰 계합하고 깨친 이는 단박에 닦느니라.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 바로 본래 성품을 보는 것이니, 깨치면 원래로 차별이 없느니라.

法無頓漸 人有利鈍 迷(明)漸契(勸) 悟人 頓修 識自(白)本
<心> 是見本性 頓卽元無差別-敦 二九五(45)
  *'明'은 각 본에 '迷'로, '勸'은 '契'로, '本'은 '本心'으로 되어 있으므로, 잘못되고 빠진 것이 분명하여 바로잡는다. 오인돈수(悟人頓修 깨친 사람은 단박에 닦음)는 분명하게 있으므로 식심견성이 곧 돈수임을 말한다. 그리고, 깨달은 뒤에는 영리함과 어리석음[利鈍]의 차별도 있을 수 없다.

   미혹한 사람은 점차로 계합하고 깨친 이는 단박에 닦으니, 스스로 본래 마음을 알고 스스로 본래 성품을 보면 곧 차별이 없느니라.

迷人 漸契 悟者 頓修 自識本心 自見本性 卽無差別-大.興.德
二九五(46)
  *종보본에는 <미혹한 사람은 점차로 닦고 깨친 이는 단박에 계합한다[迷人漸修悟人頓契]>로 되어 있으나, 근본 뜻은 앞의 항목과 같다.

   "청하오니 대사의 세우지 않는다[不立]하심은 어떤 것입니까?"
   대사는 말씀하였다.
   "자성은 잘못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어서 생각 생각이 반야 지혜로 관조하여 항상 법의 모양을 떠났으니 무엇을 가히 세우리오. 자성은 단박에 닦는 것이니 세우면 점차가 있으므로 세우지 않느니라."

請大師 不立 如何 大師言 自性(姓) 無非無亂無痴 念念般若
觀照 常(當)離法相 有何可立 自性頓修 立有漸 此所(契)以不
立-敦 三三八(47)

   "어떤 것이 세우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스님이 말씀하셨다.
   "자성은 잘못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으며 어지러움도 없어서 생각마다 지혜가 밝게 비춰 항상 법의 모양을 떠나서 자유자재하여 거침이 없으니 무엇을 세운단 말인가? 자기의 성품을 스스로 깨쳐서 돈오돈수(頓悟頓修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음)하여 점차가 없느니라."

如何是不立義 師曰自性 無非無痴無亂 念念般若觀照 常離法
相 自由自在 縱橫盡得 有何可立 自性自悟 頓悟頓修 亦無漸
次-大.興.德.宗 339
  *식심, 견성, 대오(大悟), 돈오는 원해 묘각인 내외명철을 내용으로 한다. 그리하여 삼현(三賢), 십성(十聖)을 뛰어넘었으므로 돈오돈수라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선(六祖禪)의 근본 사상이다. 그러므로 돈법, 돈교로써 일체의 점문(漸門)을 배제한 것이다.

   마땅히 반야로 관조하면 찰나 사이에 망념이 다 없어져 이것이 곧 나의 진정한 선지식이라, 한 번 깨침에 곧 부처님을 아느니라. 자기의 성품의 마음자리에 지혜로 관조하여 내외명철하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요 곧 해탈이니라. 이미 해탈을 얻으면 곧 반야삼매니, 반야삼매를 깨치면 이것이 무념이니라.

當起般若觀照 刹那間 妄念 俱滅 卽是自眞正善知識 一悟 卽
知佛也 自性心地 以智慧觀照 內外明(名)徹 識自本心 卽是解
脫 旣得解脫 卽是般若三昧 悟班若三昧 卽是無念-敦 三一八
(49)

   반야지혜가 일어나 비추면 한 찰나 사이에 망념이 다 없어지나니, 만약 자기의 성품을 알면 한 번 깨침에 곧 부처님 지위에 이르느니라. 지혜로 비춰서 내외명철하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나니, 본래 마음을 알면 곧 본래 해탈이요, 만약 해탈을 얻으면 곧 반야삼매니, 이것이 무념이니라.

起般若觀照 一刹那間 妄念 俱滅 若識自性 一悟 卽至佛地 智
慧觀照 內外明徹 識自本心 若識本心 卽本解脫 若得解脫 卽
是般若三昧 卽是無念-大.興.德.宗 三一八(50)
  *돈황본에는 '한 번 깨침에 부처님을 안다[一悟知佛]'고 하였고, 각 본에서는 '한 번 깨침에 부처님 지위에 이른다[一悟佛地]'고 하여 표현이 서로 다른 것 같으나, 반야로 관조하여 망념이 다 없어지면 내외명철하여 불지[佛地 부처님의 지위]가 아닐 수 없으므로, '부처님을 안다[知佛]'함은 곧 '부처님 지위[佛地]'인 것이다. 또한 네 본에서 '만약 자기의 성품을 알면 곧 부처님 지위에 이른다[若識自性하면 卽至佛地]'고 한 것은 '식심견성'이 곧 부처님 지위임을 육조가 친히 말씀한 중요한 법문이니, 식심 견성하면 묘각(妙覺)인 내외명철임을 더욱 더 뚜렷이 하였다.

   법달이 말 끝에 크게 깨치고 말하기를 "이후로 생각생각 부처님 행을 수행하겠습니다"하니, 대사가 말씀하시기를 "부처님 행이 곧 부처님이니라"하였다.

法達 言下 大悟 自言 已後 念念修行不行 大師言 卽佛行 是
佛-敦 三四五(51)
  *대승사본에는 '부처님 행 닦기를 원한다[願修佛行]', 흥성사본에는 '바야흐로 부처님 행을 닦는다[方修佛行]'고 하였으나 뜻은 같다. 덕이본과 종보본에는 이 구절이 빠졌으나, 다른 세 본에는 수록되어 있으므로 상관이 없다.

   이 법을 깨친 이는 곧 무념이니 기억과 집착이 없는지라, 광망(?妄)을 일으키지 말라. 곧 스스로 진여의 성품이니라. 지혜로써 관조하여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나니, 이것이 곧 성품을 보아 부처님 도를 이루는 것이니라.
   돈오견성(頓悟見性)하면 불지(佛地)이므로 오후점수(悟後漸修 깨친 뒤에 점차로 닦음)는 필요없고 부처님 행을 수행하는 것이니, 이는 교가의 점수사상으로 어지럽게 된 종문(宗門)에 일대 활로(活路)가 되는 것이다.

   자성이 삼신(三身 법신, 보신, 화신의 세 몸)을 갖추어 밝음을 빛내어 사지(四智 부처가 갖추는 세 가지 지혜)를 이루나니, 보고 듣는 인연을 여의지 않고 초연히 부처님 지위에 오르느니라.

自性 具三身 發明成四智 不離見聞緣 超然登佛地-德.宗 三五
十(52)
  *이 항(項)은 뒷 날 덧붙인 '참청기연편(參請機緣編)'에 들어 있는 것으로 돈황본에는 없으나 <전등록> 등에 육조의 법문으로서 많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육조의 법문임을 의심할 수 없는 유명한 구절이다. 돈오견성하면 삼신, 사지를 이루어 초연히 부처님 지위에 오르니[超然登佛地] 오인돈수, 유전돈법(唯傳頓法 오직 돈법만을 전함)을 항상 주장한 육조의 면목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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