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경 지침 서언

   「단경(壇經)」은 육조(六祖)의 법손인 동토(東土) 선종의 근본이 되는 성전(聖典)이다. 「단경」은 전래되는 과정에서 다른 본(本)이 많이 나와 학자들을 곤혹케 하였으나, 돈황고본(敦煌古本)이 발견되어 천고의 의심이 해결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리하여 근래 일본의 고마자와대학(駒澤大學) 선종사연구회(禪宗史硏究會)에서는 그 중 기본이 되는 다섯 본을 서로 대조하여 「혜능연구(慧能硏究)」라는 책을 발간함으로써 단경연구에 공헌하였다.
   다섯 본은 돈황본(敦煌本), 대승사본(大乘寺本), 흥성사본(興聖寺本), 덕이본(德異本), 종보본(宗寶本)이다. 또한 열두 종류의 다른판(版)들을 영인 수록한 「육조단경제본집성(六祖壇經諸本集成)」도 좋은 자료이다. 이에 가장 오래된 돈황본을 중심으로 네 본을 서로 대조하고 다른 여러 본을 참고하여 「단경지침(壇經指針)」을 작성하여 보았다.
   돈황본을 베껴 쓸 때 부주의하여 글자를 잘못 쓰거나 빠뜨린 것이 많으나, 다른 본들을 참조하면 성의(聖意)를 파악하는 데 별로 지장이 없다. 각 본의 자구(字句) 차이는 대강의 뜻만 취하고 하나하나 지적하지 않았으니 양해하기 바란다.
   「단경」의 근본 사상은 식심견성(識心見性 마음을 알아 성품을 봄)이요, 식심견성은 법신불(法身佛)인 내외명철(內外明徹 안팎이 사무쳐 밝음)이어서 견성(見性 성품을 봄)이 곧 성불(成佛 부처를 이룸)이므로, 깨달은 뒤[悟後]에는 부처님 행을 수행한다[修行佛行]고 분명히 하였다. 뒷날 교가(敎家)의 점수사상(漸修思想)이 섞여 들어와 오후점수론(悟後漸修論 깨친 뒤 점차로 닦는다는 이론)이 성행하나, 이는 「단경」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니, 육조대사의 법손인 선가(禪家)는 「단경」으로 되돌아와 육조대사 본연의 종풍을 떨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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