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경상(鏡像)과 정혜(定慧)


   "말이 없고 설함이 없음이 곧 선정이라 하니, 바로 말하고 설할 때도 선정이라 할 수 있습니까?"
   "지금 선정이라고 하는 것은 말함과 말하지 않음을 논하지 않고 항상 선정인 것이니라. 왜냐하면 선정의 본성을 쓰기 때문에 말하거나 분별할 때에 곧 말하거나 분별함도 선정이기 때문이니라. 만약 공(空)한 마음으로 색(色)을 볼 때에는 색을 볼 때도 또한 공이며, 만약 색을 보지 아니하고 말하지 않고 분별하지 않을 때도 또한 공이며, 내지 보고 듣고 깨닫고 알 때에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왜냐하면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곧 일체처에 있어서 모두 공한 것이니, 공이란 곧 집착이 없음이며 집착이 없음이 곧 선정과 지혜를 함께 쓰는 것이니라.
   보살이 항상 이와 같이 공 그대로[等空]의 법을 써서 구경에 이르는 까닭에 선정과 지혜가 함께 함을 곧 해탈이라고 하느니라.  
   지금 다시 그대들을 위하여 비유로써 나타내 보여 그대들로 하여금 분명하게 알아서 의심을 끊게 하리라.
   '비유컨대 밝은 거울이 모습을 비출 때에 그 밝음이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추지 아니할 때도 또한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밝은 거울의 작용에는 밝게 비친다는 정(情)이 없으므로 비출 때도 움직이지 않고 비추지 아니할 때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니라. 어째서 그러냐 하면 분별의 정(情)이 없는 가운데에는 움직이는 것도 없고 움직이지 않는 것도 없기 때문이니라. 또,
   '햇빛이 세상을 비출 때 그 빛이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만약 비추지 않을 때도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빛이 분별의 정(情)이 없기 때문이니 정이 없음으로써 빛이 비추므로 움직이지 아니하며 비추지 않을 때도 또한 움직이지 아니 하느니라. 비춘다 함은 지혜요, 움직이지 아니한다 함은 선정이니 보살이 선정과 지혜를 함께한 법을 써서 삼먁삼보리를 얻는 까닭에 선정과 지혜를 함께 씀이 곧 해탈이라고 하느니라. 지금 정(情)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범부의 정이 없음이요, 성인의 정이 없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것이 범부의 정이며 어떤 것이 성인의 정입니까?"
   "만약 두 가지 성품을 일으키면 곧 범부의 정이요, 두 가지 성품이 공(空)하기 때문에 곧 성인의 정이니라."

又問 無言無說 卽名爲定 正言說之時 得名定否
答 今言定者 不論說與不說常定 何以故 爲用定性 言說分
別時 卽言說分別 亦定 若以空心 觀色時 卽觀色時 亦空
若不觀色不說不分別時 亦空 乃至見聞覺知 亦復如時 何以
故 爲自性空 卽於一切處悉空 空卽無著 無著 卽是等用 爲
菩薩 常用如是等空之法 得至究竟故 云定慧等者 卽名解脫
今更爲汝譬喩顯示 令汝惺惺得解斷疑 譬如明鑑照像之時
其明 動否 否也 不照時 亦動否 不也 何以故 爲明鑑用 無
情明照 所以照時 不動 不照 亦不動 何以故 爲無情之中
無有動者 亦無不動者 又如日光 照世之時 其光 動否 不也
若不照時 動否 不也 何以故 爲光無情故 用無情光照 所以
不動 不照亦不動 照者 是慧 不動者 是定 菩薩 用是定慧
等法 得三菩提故 云定慧等用 卽是解脫也 今言無情者 無
凡情 非無聖情也
問 云何是凡情 云何是聖情
答 若起二性 卽是凡情 二性空故 卽是聖情

22. 언어도단 심행처멸(言語道斷 心行處滅)


   "경에 이르기를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다'고 하니 그 뜻이 어떠합니까?"
   "말로써 뜻을 나타냄에 뜻을 얻으면 말이 끊어지니 뜻이 곧 공함이요, 공함이 곧 도인지라, 도는 곧 말이 끊어진 까닭에 언어의 길이 끊어졌다고 하느니라.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중도실제의 뜻을 얻어서 다시 관(觀)을 일으키지 아니함을 말함이니, 관(觀)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곧 나는 것이 없음(無生)이니라. 나는 것이 없는 까닭에 곧 모든 색의 성품이 공한 것이니 색의 성품이 공한 까닭에 곧 만 가지 인연이 함께 끊어짐이요, 만 가지 인연이 함께 끊어짐이 곧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 것이니라."

問 經云 言語道斷心行處滅 其義如何
答 以言顯義 得義言絶 義卽是空 空卽是道 道卽是絶言故
云言語道斷 心行處滅 謂得義實際更不起觀 不起觀故 卽是
無生 以無生故 卽一切色性空 色性空故 卽萬緣 俱絶 萬緣
具絶者 卽是心行處滅

23. 여여(如如)


   "여여란 어떤 것입니까?"
   "여여(如如)란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이니 마음이 진여인 까닭에 여여라고 하느니라. 과거 모든 부처님들도 이 여여행을 행해서 성도하셨고 현재의 부처님도 이 여여행을 행해서 성도하시고 미래의 부처님도 이 여여행을 행해서 또한 성도하실 것이니, 삼세에 닦아 증한 바의 도가 다름이 없으므로 여여라 함을 알지니라. [유마경]에 이르기를 '모든 부처님들도 또한 같으며 미륵에 이르러도 또한 같으며 내지 일체 중생에 이르러도 모두 같다. 왜냐하면 불성이란 끊어지지 아니하고 있는 성품이기 때문이니라'고 하였느니라."

問 如如者 云何
答 如如 是不動義 心眞如故名如如也 是知過去諸佛 行此
行 亦得成道 現在佛 行此行 亦得成道 未來佛 行此行 亦
得成道 三世所修證道 無異故 名如如也 維摩經云 諸佛 亦
如也 至於彌勒 亦如也 乃至一切衆生 悉皆如也 何以故 爲
佛性 不斷有性故也

24. 즉색즉공(卽色卽空)


   "색에 즉하고 공에 즉하며 범에 즉하고 성에 즉함이 돈오입니까?"
   "그러하니라."
   "어떤 것이 색에 즉하고 공에 즉함이며 어떤 것이 범부에 즉하고 성인에 즉한 것입니까?"
   "마음에 물듦이 있음이 곧 색이요, 마음에 물듦이 없음이 곧 공이며, 마음에 물듦이 있음이 곧 범부요 마음에 물듦이 없음이 곧 성인이니라. 또한 진공묘유이므로 곧 색이요, 색을 얻을 수 없으므로 곧 공이니, 지금 공이라고 말한 것은 이 색의 성품이 스스로 공함이요 색이 없어져서 공한 것은 아니니라. 지금 색이라고 하는 것은 이 공의 성품이 스스로 색이요, 색이 능히 색인 것은 아니니라."

問 卽色卽空 卽凡卽聖 是頓悟否
答 是
問 云何是卽色卽空 云何是卽凡卽聖
答 心有染 卽色 心無染 卽空 心有染 卽凡 心無染 卽聖
又云 眞空妙有故 卽色 色不可得故 卽空 今言空者 是色性
自空 非色滅空 今言色者 是空性自色 非色能色也

25. 진(盡)과 무진(無盡)


   "경에 이르기를 '다함과 다함 없음의 법문'이란 무슨 뜻입니까?"
   "두 가지 성품이 공한 까닭에 보고 들음이 나지 않음이 다함[盡]이니 다함이란 모든 망루(妄漏)가 다함이며, 다함이 없음은 남이 없는 본체 가운데 항하사의 묘용을 갖추고 있어서 일을 따라 응하여 나타나서 모두 다 구족하여, 본체 가운데에 손감이 없음을 다함이 없다고 하는 것이니, 이것이 곧 다함과 다함 없음의 법문인 것이니라."
   "다함과 다함 없음이 하나입니까, 다릅니까?"
   "본체는 하나이나 말하면 다름이 있느니라."
   "본체가 이미 하나일진댄 어째서 다름을 말씀하십니까?"
   "하나라 함은 말의 본체[體]요, 말함은 본체의 작용이니 일을 따라서 응용하는 까닭에 본체는 같으나 말함은 다르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천상의 한 해[日] 아래 여러 가지 그릇들을 놓아두고 물을 채우면 하나하나의 그릇 가운데 모두 해가 있어서, 모든 그릇 가운데의 해가 다 원만하여 하늘 위의 해와 아무런 차별이 없는 까닭에 본체는 같다고 말하는 것이요, 그릇에 따라 이름을 세워서 곧 차별이 있으므로 다른 것이니라. 그러므로 본체는 같으나 말하면 곧 다름이 있다고 하느니라.
   그릇에 나타난 모든 해가 모두 원만하여 하늘의 본래 해와 또한 손감이 없는 까닭으로 다함이 없다고 하느니라."

問 經云 盡無盡法門如何
答 爲二性空故 見聞無生 是盡 盡者 諸漏盡 無盡者 於無
生體中 具恒沙妙用 隨事應現 悉皆具足 於本體中 亦無損
滅 是名無盡 卽是盡無盡法門也
問 盡與無盡 爲一 爲別
答 體是一 說卽有別
問 體旣是一 云何說別
答 一者 是說之體 說是體之用 爲隨事應用故 云體同說別
喩如天上一日下 置種種盆器盛水 一一器中 皆有於日 諸器
中日 悉皆圓滿 與天上日 亦無差別故 云體同 爲隨器立名
卽有差別 所以有別 故云體同 說卽有別 所現諸日 悉皆圓
滿 於上本日 亦無損滅故 云無盡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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