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 머리말 - 퇴옹 성철

   이 논을 지은이는 마조 도일(馬祖道一) 스님의 제자인 대주 혜해(大株慧海)스님입니다.  스님의 전기는 명확하게 기록된 것이 없고 다만 [조당집(祖堂集)] 권14,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6 등에 단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해 보면 마조스님을 6년간 모시고 살았다는 사실 만이 스님의 생존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입니다.
 
**마조 도일 대선사 행장
 
   혜해스님은 건주(福建省) 사람으로 성은 주[朱]씨이며 월주(浙江省)의 대운사 도지(道智)스님에게 출가 득도하였습니다. 그 후 스님은 강서(江西)에 있는 마조스님을 찾아가 뵈오니, 마조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디서 오는가?"
   "월주 대운사에서 왔습니다"
   "여기 와서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가?"
   "불법(佛法)을 구하러 왔습니다."
   "자기 집의 보배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집을 떠나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나에게는 한 물건도 없는데 어떤 불법(佛法)을 구하려 하는가?"
   그러자 혜해스님이 절을 하고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혜해 자신의 보배창고 입니까?"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 너의 보배창고이다. 일체가 구족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고 사용[使用]이 자재한데 어찌하여 밖에서 구하려 하는가?"
   
   이 말 끝에 혜해스님은 크게 깨쳐서 자신의 본래 마음을 알았는데, 그것은 지적인 이해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님은 뛸듯이 기뻐서 절을 올려 감사를 드리고 6년 동안 마조스님을 시봉하였습니다.
   그 후 도지스님이 연로하시므로 대운사로 다시 돌아와서 도지스님을 봉양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취와 활동을 감춘 채 겉으로는 어리석게 살면서 [돈오입도요문론 (頓悟入道要門論)] 한 권을 저술하였습니다. 이 책을 조카 상좌인 현안(玄晏)스님이 훔쳐서 마조스님에게 보이니 스님이 이것을 보시고 대중들에게
   "월주(越州)에 큰 구슬이 있으니 둥글고 밝은 광명이 비추어 자유자재로와 걸림이 없구나"
   하고 감탄하시었습니다. 대중 가운데 혜해스님이 주씨임을 알고 있던 자가 있어서 큰 구슬(大珠)은 바로 혜해스님을 크게 칭찬하는 말임을 알아차리고,
   "옛날 같이 살았을 때는 그렇게 훌륭한 스님인 줄 몰랐는데 이제 보니 큰 도인임에 틀림 없구나."
   하고 다시 스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도반을 이루어 앞을 다투어 월주의 스님 문하에 들어와서 공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혜해스님을 대주(大珠) 스님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마조스님 문하에서 대주스님의 위치를 본다면 마조스님 비문에서나 [경덕전등록], [조당집]에서나 모두 스님을 마조스님 수제자(首第子)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덕전등록]에 1,700여명의 큰 스님 법문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주 스님의 법문이 가장 많이 실려있고, 제 28권에도 다시 스님의 긴 법어가 따로 실려 있습니다.
   
   마조스님의 정맥은 백장(百丈)스님에게로 내려갔다고 하는 것이 선가의 정설로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백장(百丈)스님, 남전(南泉)스님, 법상(法常)스님들보다 대주스님이 더 유명하였으며 천하에 이름을 더 날렸습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돈오입도요문론]은 당대에 명성을 떨친 대주스님의 저술이고 또 선가의 대조사이신 마조스님이 극찬한 책이므로 선종(禪宗)의 정통사상을 아는데 있어서 말할 수 없이 귀중한 자료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육조단경(六祖壇經)] 이라든가, [전심법요(傳心法要)]라든가, [백장광록(百丈廣錄)]이라든가 하는 선종의 어록들이 많이 있지만, 이러한 어록들은 당시 사람들이나 후세 사람들이 그 스님이 입적하신 뒤에 그 법문을 기록하거나 수집한 것이지 본인들이 직접 편찬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돈오입도요문론]은 대주스님이 직접 저술하였으므로 거기에 가필이나 착오가 없다고 보며 다른 어떠한 어록보다도 완전한 것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마조스님이 인가하신 논(論)이니 만큼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정확하게 기술한 것으로서, 선종 초기의 근본사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증도가(證道歌)와 함께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오(頓悟)란 구경각(究竟覺)을 말합니다. 즉 제8 아뢰야 근본 무명이 완전히 끊어져서 중도(中道)를 정등각(正等覺)하여 진여본성(眞如本性)을 깨친 증오(證悟)를 말하는 것입니다. 중도를 정등각한 구경각을 돈오라고 하는 만큼, 입도(入道)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성불과 같은 뜻으로서 증도라는 말과 뜻이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돈오입도요문론]은 영가 스님의 [증도가]와 그 사상과 내용이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례
머리말
1. 불보살(佛菩薩)께 헌사(獻辭)
2. 돈오(頓悟)
3. 선정(禪定)
4. 무주처(無住處)와 무주심(無住心)
5. 자성견(自性見)
6. 열반경(涅槃經)의 이구(二句)
7. 불견유무(不見有無)가 진해탈(眞解脫)
8. 무소견(無所見)
9. 돈오문(頓悟門)의 종지(宗旨)와 체용(體用)
10. 돈오(頓悟)는 단바라밀(檀波羅蜜)로부터
11. 삼학(三學)을 힘쓰다
12. 무생심(無生心)
13. 상주(常住)
14. 오종법신(五種法身)
15. 등각(等覺)과 묘각(妙覺)
16. 설법(說法)
17. 금강경(金剛經)의 경전(輕賤)
18. 여래(如來)의 오안(五眼)
19. 대승(大乘)과 최상승(最上乘)
20. 정혜(定慧)를 함께 씀
21. 경상(鏡像)과 정혜(定慧)
22. 언어도단심행처멸(言語道斷心行處滅)
23. 여여(如如)
24. 즉색즉공(卽色卽空)
25. 진(盡)과 무진(無盡)
26. 불생불멸(不生不滅)
27. 불계(佛戒)는 청정심(淸淨心)
28. 불(佛)과 법(法)의 선후(先後)
29. 설통(說通)과 종통(宗通)
30. 도(度)와 부도(不度)
31. 부진유위(不盡有爲)며 부주무위(不住無爲)
32. 지옥유무(地獄有無)
33. 중생(衆生)과 불성(佛性)
34. 삼신사지(三身四智)
35. 불진신(佛眞身)
36. 항상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함
37. 무위법(無爲法)
38. 중도(中道)
39. 오음(五陰)
40. 이십오유(二十五有)
41. 무념(無念)과 돈오(頓悟)
42. 중생자도(衆生自度)
43. 동처부동주(同處不同住)
44. 일체처(一切處)에 무심(無心)
45. 필경정(畢竟淨)
46. 필경증(畢竟證)
47. 진해탈(眞解脫)
48. 필경득(畢竟得)
49. 필경공(畢竟空)
50. 진여정(眞如定)
51. 중도(中道)는 일체처무심(一切處無心)
52. 일체처무심(一切處無心)이 해탈(解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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