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38권
  우전국삼장 실차난타한역
  이운허 번역
   
26. 십지품 [5]
  8) 부동지(不動地)
  이 때에 천왕들과 하늘 무리들
  이 좋은 행을 듣고 모두 기뻐서
  자비하신 부처님과 한량이 없는
  거룩한 보살들께 공양하려고,
   
  묘한 꽃과 깃발과 당기와 일산
  향과 화만, 영락과 옷을 내리니
  한량없고 끝없는 천만 가진데
  모두 다 마니로써 곱게 꾸미고,
   
  천녀들은 같은 때에 하늘 풍류로
  가지가지 음성을 두루 내어서
  부처님과 불자들께 공양하면서
  한꺼번에 말을 내어 찬탄하기를,
   
  모든 세간 보시는 부처님께서
  중생을 애민(哀愍)하사 신력 나투어
  여러 가지 모든 하늘 음악 속에서
 
[1006 / 2062] 쪽  
  아름다운 소리 내어 듣게 하신다.
   
  백천만억 나유타 많은 국토를
  부수어 가루 만든 티끌수처럼
  그렇게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한 털 끝에 계시어 법문을 연설.
   
  한 털구멍 들어 있는 수없는 세계
  세계마다 사천하와 바다가 있고
  수미산과 철위산도 그러하거늘
  털구멍에 있어도 비좁지 않고,
   
  한 털 끝에 여섯 갈래 들어 있으니
  삼악도 인간과 천상
  용왕과 신중들과 아수라들이
  제각기 업을 따라 과보 받으며
   
  저러한 모든 세계 국토 가운데
  부처님 계시어서 묘한 소리로
  수없는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가장 높은 법륜을 운전하시며,
   
  세계 안에 가지가지 중생 몸 있고
  몸 가운데 가지가지 세계가 있어
  천상 인간 여러 갈래 각각 다른데
  부처님이 다 아시고 법문을 연설,
   
  큰 세계가 생각 따라 작게 변하고
  작은 세계 마음대로 크게 되나니
 
[1007 / 2062] 쪽  
  이러한 신통 변화 한량이 없어
  온 세상이 다 말해도 끝낼 수 없어.
   
  이와 같은 묘한 음성 두루 내어서
  여래의 크신 공덕 찬탄하고는  
  모든 대중 환희하며 잠자코 앉아
  일심으로 앙모하고 법을 듣더니,
   
  그 때에 해탈월이 청하는 말씀
  여기 모인 대중이 적정하오니
  바라건대 이 다음에 들어가려는  
  제팔지의 행상을 말씀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칠지에서 방편 지혜를 잘 닦으며, 모든 도를 잘 깨끗케 하며,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으며, 큰 원력으로 붙들어 유지하고 여래의 힘으로 가피하고, 자기 선근의 힘으로 유지하므로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항상 생각하며, 깊은 마음으로 생각함을 청정케 하며, 행덕과 지혜를 성취하며, 대자대비로 중생을 버리지 않고 한량없는 지혜의 도에 들어가게 합니다.
  일체 법에 들어가니, 본래 나는 일도 없고 일어남도 없고 모양도 없고 이룸도 없고 무너짐도 없고 다함도 없고 옮아감도 없으며, 성품이 없는 것으로 성품을 삼으며,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모두 평등하며, 분별이 없는 진여와 같은 지혜[如如智]로 들어갈 곳입니다.
  모든 마음[心]과 뜻[意]과 식(識)으로 분별하는 생각을 여의었으며, 집착함이 없으며, 허공과 같으며, 일체 법에 들어가 허공의 성품과 같나니, 이것을 말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인(忍)을 성취하고는 즉시로 제팔 부동지(不動地)에 들어가, 깊이 행하는 보살이 되나니, 알기 어려우며, 차별이 없으며, 일체  
 
[1008 / 2062] 쪽  
  모양과 일체 생각과 일체 집착을 여의며, 한량이 없고 끝이 없으며,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미칠 수 없으며, 모든 시끄러움을 여의어서 적멸(寂滅)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마치 비구가 신통을 구족하고 마음이 자재하게 되어, 차례로 멸진정(滅盡定)에까지 들어가면 모든 동하는 마음과 기억하는 분별이 모두 쉼과 같나니, 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부동지에 머물면, 일체 공들여 작용하는 행을 버리고 공들여 작용함이 없는 법에 들어가서, 몸과 입과 뜻으로 하는 업과 생각과 일이 모두 쉬고 과보의 행에 머뭅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꿈에 큰 강에 빠졌는데, 건너가기 위하여 큰 용기를 내어 방편을 베풀었고, 용기를 내어 방편을 베풀었으므로 꿈을 깨게 되었는데, 꿈을 깨고 나니 하는 일이 모두 쉬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의 몸이 네 가지 폭류[四流]에 있음을 보고 제도하기 위하여 큰 용기를 내어 크게 정진하며, 큰 용맹으로 정진하므로 이 부동지에 이르나니, 이 지에 이르면 일체 공들여 작용함이 모두 쉬어서, 두 가지 행[二行]과 형상 있는 행[相行]이 앞에 나타나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마치 범천에 태어나면 욕계의 번뇌가 앞에 나타나지 아니함과 같나니, 부동지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든 마음과 뜻과 식으로 하는 행이 앞에 나타나지 아니합니다.
  이 보살마하살은 보살의 마음, 부처님 마음, 보리란 마음, 열반이란 마음도 일으키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다시 세간의 마음을 일으키겠습니까.
  불자여, 이 지의 보살은 본래의 원력으로 여러 부처님 세존이 그 앞에 나타나 여래의 지혜를 주어서 법의 흐르는 문[法流門]에 들어가게 하고 이러한 말을 합니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이 인(忍)은 제일에 부처님의 법을 순종하는 것이니라. 그러나 선남자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 가지 힘과, 두려움이 없음과, 열여덟 가지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의 법은 그대가 아직 얻지 못하였으니 그대는 이 법을 성취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정진할 것이요, 이 인의 문에서 방일하지 말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비록 이 고요한 해탈을 얻었지마는, 범부들은 능히  
 
[1009 / 2062] 쪽  
  증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여러 가지 번뇌가 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깨닫고 관찰함이 항상 침노하나니, 그대는 이런 중생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본래에 세운 서원을 기억하고 일체 중생을 모두 이익케 하여 부사의한 지혜의 문에 들어가게 하라.
  또 선남자여, 이 모든 법의 성품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거나 나지 않았거나 간에 항상 있어 다르지 아니하며, 부처님께서 이 법을 얻었다고 해서 여래라 이름하는 것은 아니니, 일체 이승도 이 분별없는 법을 능히 얻느니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몸이 한량없고 지혜가 한량없고 국토가 한량없고 방편이 한량없고 광명이 한량없고 청정한 음성이 한량없음을 보나니, 그대는 이제 이 일을 성취하도록 하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다만 한 가지 법에 밝음[一法明]을 얻었나니 일체 법의 남이 없고 분별이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여래의 법에 밝음[如來法明]은 한량없는 데 들어가서 한량없이 작용하고 한량없이 굴러가며,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알 수 없나니, 그대는 마땅히 수행하여 이 법을 성취하라.
  또 선남자여, 그대는 시방의 한량없는 국토와 한량없는 중생과 한량없는 법의 가지가지로 차별한 것을 보나니, 모두 사실과 같이 그런 일을 통달하라.'
  불자여, 부처님 세존께서는 이 보살에게 이렇게 한량없이 지혜를 일으키는 문을 주어서, 한량없고 끝이 없이 차별한 지혜의 업을 일으키게 합니다. 불자여, 만일 부처님께서 이 보살에게 지혜를 일으키는 문을 주지 아니하였으면, 그 때에 구경의 열반에 들어서 모든 중생을 이익하는 업을 버렸을 것이언만, 여러 부처님께서 이렇게 한량없고 끝이 없이 지혜를 일으키는 문을 주었으므로, 잠깐 동안에 내어진 지혜의 업은 처음 발심한 때부터 칠지에 이르도록 닦은 행으로는 백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지 백천억 나유타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와 같이 아승기분·가라분(歌羅分)·산수분·비유분·우파니사타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1010 / 2062] 쪽  
  무슨 까닭인가. 불자여, 이 보살이 먼저는 한 몸으로 행을 일으켰지마는, 이제 이 지(地)에서는 한량없는 몸과 한량없는 음성과 한량없는 지혜와 한량없이 태어남과 한량없이 깨끗한 국토를 얻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고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한량없는 법문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신통을 갖추고 한량없는 대중이 모인 도량을 가졌으며, 한량없는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에 머물러서 모든 보살의 행을 모으되 동요하지 않는 법으로써 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마치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갈 적에, 바다까지 이르지 못하여서는 많은 공력을 써야 하지마는, 바다에 나아가서는 바람을 따라다니고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과 같나니, 바다에 이르러서 하루 동안 행하는 것을, 바다에 이르지 못하였을 적에 백년 동안 가는 것으로도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광대한 선근의 양식[資粮]을 모아가지고 대승의 배를 타고서, 보살행의 바다에 이르면 잠깐 동안에 공력을 쓰지 않는 지혜[無功用智]로 온갖 지혜의 지혜 경계에 들어가는 것을, 본래에 공력을 쓰는 행[本有功用行]으로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내더라도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제팔지에 머물러서는 큰 방편과 교묘한 지혜로 일으킨 공용이 없는 지혜[無功用覺慧]로써 온갖 지혜의 지혜로 행할 경계를 관찰하나니, 이른바 세간이 이루어짐을 관찰하고 세간이 망가짐을 관찰하며 이 업이 모임으로써 이루어지고 이 업이 다함으로써 망가지며 얼마 동안 이루어지고 얼마 동안 망가지며, 얼마 동안 이루어 머물고 얼마 동안 망가져서 머무는 것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지대 경계[地界]의 작은 모양과 큰 모양과 한량없는 모양과 차별한 모양을 알고, 수대·화대·풍대 경계의 작은 모양과 큰 모양과 한량없는 모양과 차별한 모양을 알며, 작은 티끌의 미세한 모양과 차별한 모양과 한량없이 차별한 모양을 알며, 어떠한 세계에 있는 티끌의 무더기와 티끌의 차별한 모양이라도 모두 사실대로 알며, 어떠한 세계에 있는 지대·수대·화대·풍대의 경계가 각각 얼마만한 티끌인 것과, 거기 있는 보물의 티끌이 얼마인 것과, 중생의 몸의 티끌이 얼마인 것과, 국토들의 티끌이 얼마인 것을 사실대
 
[1011 / 2062] 쪽  
  로 알며, 중생의 큰 몸과 작은 몸이 각각 얼마의 티끌로 이루어졌는지를 알며, 지옥의 몸과 축생의 몸과 아귀의 몸과 아수라의 몸과 하늘의 몸과 인간의 몸이 각각 얼마의 티끌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아서, 이렇게 티끌의 차별을 아는 지혜를 얻습니다.
  또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이루어짐을 알고,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망그러짐을 알며,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작은 모양·큰 모양·한량없는 모양·차별한 모양을 알아서 이렇게 삼계의 차별을 관찰하는 지혜를 얻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다시 지혜의 광명을 일으켜서 중생을 교화하나니, 이른바 중생의 차별한 몸을 잘 알며, 중생의 몸을 잘 분별하며, 태어나는 곳을 잘 알아서, 그 마땅한 대로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성숙케 합니다.
  이 보살은 한 삼천대천세계에서 중생의 몸과 믿고 아는 차별을 따라서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태어나는 일을 나타내며, 이와 같이 둘이나 셋이나 내지 백천이나 내지 말할 수 없는 삼천대천세계에서 모든 중생의 몸과 믿고 아는 차별을 따라서 그 가운데서 널리 태어남을 나타냅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를 성취하였으므로, 한 부처님 세계에서 몸이 동요하지 아니하며, 내지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대중이 모인 가운데서 그 몸을 나타냅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중생들의 몸과 마음과 믿음과 아는 일이 가지가지로 차별함을 따라서 그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서 몸을 나타내나니, 이른바 사문 대중 가운데서는 사문의 형상을 보이고, 바라문 대중 가운데서는 바라문의 형상을 보이고, 찰제리 대중 가운데서는 찰제리의 형상을 나타내며, 이와 같이 비사(毘舍) 대중, 수타(首陀) 대중, 거사 대중, 사천왕 대중, 삼십삼천 대중, 야마천 대중, 도솔타천 대중, 화락천 대중, 타화자재천 대중, 마군 대중, 범천 대중과, 내지 아가니타천(阿迦尼天) 대중 가운데서도 각각 그들의 종류를 따라서 형상을 나타냅니다.
  또 성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형상을 나타내고,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형상을 나타내고, 보살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보살의 형상을 나타내고, 여래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여래의 형
 
[1012 / 2062] 쪽  
  상을 나타내나니,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말할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서 중생들의 믿고 좋아하는 차별을 따라서 이렇게 몸을 나타냅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모든 몸이란 분별을 아주 여의고 평등한 데 머물며, 이 보살이 중생인 몸과 국토인 몸과 업으로 받는 몸과 성문의 몸과 독각의 몸과 보살의 몸과 여래의 몸과 지혜인 몸과 법인 몸과 허공인 몸을 압니다.
  이 보살은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알고는, 중생인 몸으로써 자기의 몸을 짓기도 하고, 국토인 몸과 업으로 받는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기도 하며, 또 중생들의 좋아함을 알고는, 국토인 몸으로써 자기의 몸을 짓기도 하고, 중생인 몸과 업으로 받는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기도 하며, 또 중생들의 좋아함을 알고는, 업으로 받는 몸으로써 자기의 몸을 짓기도 하고, 중생인 몸과 국토인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기도 하며, 또 중생들의 몸과 국토인 몸과 내지 허공인 몸을 짓나니, 중생들의 좋아함이 같지 아니함을 따라서 이 몸으로 이러한 형상을 나타냅니다.
  이 보살이 중생들의 업이 모인 몸[集業身]과 갚아진 몸[報身]과 번뇌의 몸과 형상 있는 몸[色身]과 형상 없는 몸[無色身]을 알며, 또 국토인 몸의 작은 모양·큰 모양·한량없는 모양·더러운 모양·깨끗한 모양·넓은 모양·거꾸로 있는 모양·바로 있는 모양·널리 들어간 모양·사방으로 그물처럼 차별한 모양을 압니다.
  또 업으로 갚아진 몸이 붙인 이름으로 차별한[假名差別] 것과, 성문의 몸과 독각의 몸과 보살의 몸이 붙인 이름으로 차별한 것을 알며, 여래의 몸에 보리의 몸[菩提身]·서원의 몸[願身]·나툰몸[化身]·힘으로 유지하는 몸[力持身]·몸매로 장엄한 몸[相好莊嚴身]·위엄과 세력 있는 몸[威勢身]·뜻대로 나는 몸[意生身]·복덕의 몸·법의 몸·지혜의 몸이 있음을 압니다.
  또 지혜의 몸에 잘 생각하는 모양·사실대로 결정하는 모양·결과와 행에 거두어진 모양·세간과 출세간의 차별한 모양·삼승이 차별한 모양·함께하는 모양·함께하지 않는 모양·뛰어난 모양·뛰어나지 않은 모양·배우는 모양·배울 것 없는 모양·뛰어나지 않은 모양·배우는 모양·배울 것 없는 모양을 압니다.
 
[1013 / 2062] 쪽  
  또 법의 몸에 평등한 모양·깨뜨릴 수 없는 모양·때를 따르고 시속을 따라 붙인 이름이 차별한 모양·중생과 중생 아닌 법의 차별한 모양·부처님 법과 거룩한 스님의 법이 차별한 모양을 압니다.
  또 허공인 몸에 한량없는 모양·두루한 모양·형상 없는 모양·다르지 않은 모양·그지없는 모양·형상 몸을 나타내는 모양을 압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러한 몸과 지혜를 성취하고는, 목숨에 자유롭고 마음에 자유롭고 재물에 자유롭고 업에 자유롭고 나는 데 자유롭고 서원에 자유롭고 아는 데 자유롭고 뜻대로 하는 데 자유롭고 지혜에 자유롭고 법에 자유로움을 얻나니, 이 열 가지 자유로움을 얻었으므로, 헤아릴 수 없이 지혜로운 이[不思議智者]·한량없이 지혜로운 이[無量智者]·넓고 크게 지혜로운 이[廣大智者]·깨뜨릴 수 없이 지혜로운 이[無能壞智者]가 됩니다.
  이 보살은 이렇게 들어가고 이렇게 성취하고는 필경 허물 없는 몸의 업과 허물 없는 말의 업과 허물 없는 뜻의 업을 얻으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이 지혜를 따라 행하여 반야바라밀이 늘어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머리가 되어 공교한 방편으로 잘 분별하며 큰 서원을 일으키고, 부처님의 힘으로 보호함이 되어 중생을 이익할 지혜를 부지런히 닦으며 그지없이 차별한 세계에 널리 머뭅니다.
  불자여, 요점을 들어 말하면, 보살이 이 부동지에 머물러서는 몸과 말과 뜻의 업으로 하는 일이 모두 온갖 부처의 법을 쌓아 모읍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지에 머물고는, 잘 머무른 깊은 마음의 힘을 얻나니 모든 번뇌가 행하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훌륭한 마음의 힘을 얻나니 도를 여의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대비의 힘을 얻나니 중생을 이익하기를 버리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대자의 힘을 얻나니 모든 세간을 구호하는 연고며, 잘 머무른 다라니 힘을 얻나니 법을 잊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변재의 힘을 얻나니 모든 법을 관찰하여 분별하는 연고며, 잘 머무른 신통의 힘을 얻나니 그지없는 세계에 널리 머무는 연고며, 잘 머무른 큰 서원의 힘을 얻나니 모든 보살의 지을 것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잘 머무른 바라밀의 힘을 얻나니 모든 불법을 성취하는 연고며, 여래의 호념하시는 힘을 얻나니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가 앞에 나타나는 연고입니다.
 
[1014 / 2062] 쪽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의 힘을 얻고는 모든 지어야 할 일을 능히 나투며, 모든 일에 허물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지혜의 지[智地]를 부동지라 이름하나니 깨뜨릴 수 없는 연고며, 굴러가지 않는 지라 이름하나니 지혜가 물러나지 않는 연고며, 얻기 어려운 지라 이름하나니 일체 세간에서 헤아릴 수 없는 연고며, 동진지(童眞地)라 이름하나니 모든 허물을 여의는 연고며, 내는 지[生地]라 이름하나니 따라 즐거워함이 자유로운 연고며, 이루어진 지[成地]라 이름하나니 다시 지을 것이 없는 연고며, 한껏 간 지[究竟地]라 이름하나니 지혜가 결정한 연고며, 변화하는 지라 이름하나니 소원을 따라 성취하는 연고며, 힘으로 유지하는 지[力持地]라 이름하나니 다른 이가 흔들지 못하는 연고며, 힘의 작용이 없는 지[無功用地]라 이름하나니 이미 성취한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런 지혜를 이루고는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며, 부처님의 공덕을 비쳐보며, 부처님의 위의를 따르며, 부처님 경지가 앞에 나타나며, 항상 여래의 호념하심이 되며, 범천과 제석천과 사천왕과 금강역사가 항상 따라 모시고 호위하며, 여러 큰 삼매를 떠나지 아니하며, 한량없는 여러 가지 몸의 차별함을 나타내며, 낱낱 몸마다 큰 세력이 있으며, 과보로 신통을 얻으며, 삼매에 자유로우며, 교화할 중생이 있는 데를 따라서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룹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와 같이 대승의 모임에 들어가서 큰 신통을 얻으며, 큰 광명을 놓으며, 걸림이 없는 법계에 들어가며, 세계의 차별함을 알며, 모든 큰 공덕을 나타내며, 마음대로 자유로우며, 앞세상 뒷세상을 잘 통달하며, 모든 마군과 외도들을 굴복하며, 여래의 행하시는 경지에 깊이 들어갑니다.
  한량없는 국토에서 보살의 행을 닦아서 물러나지 않는 법을 얻었으므로 부동지에 머물렀다고 이름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부동지에 머물고는, 삼매의 힘으로써 한량없는 부처님을 항상 뵈오며, 항상 떠나지 않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합니다. 이 보살이 모든 겁마다 낱낱 세계에서 한량없는 백 부처님, 한량없는 천 부처님과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뵙고 공경하고 존중하며 섬기고 공양하며, 온갖 필수품을 모두 이바지하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여래의 깊고 깊은 법장을 얻고 차별한 세계들과 같은 한량없는 법을 밝게 알게 되었으므로 세계의 차별함을 묻는 이가 있더라도 그런 이치로는 굽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한량없는 백 겁 한량없는 천 겁과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내었으므로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비유컨대 진금으로 보배관을 만들어 염부제 임금이 머리에 쓰면, 모든 신하들의 장엄거리로는 같을 이가 없나니, 이 지 보살이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모든 이승(二乘)이나 내지 제칠지 보살이 가진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이 지에 머물러서는 큰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들의 캄캄한 번뇌를 멸하고 지혜의 문을 잘 여는 까닭입니다.
  불자여, 마치 천세계(千世界)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자비한 마음을 널리 운전하고 광명을 두루 놓아서 천세계에 가득함과 같나니, 이 지의 보살도 그와 같아서 광명을 놓아 백만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비추어,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의 불길을 멸하고 서늘하게 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는 서원[願]바라밀이 더욱 느나니, 다른 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이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팔 부동지를 간략히 말함이라 하거니와, 만일 자세히 말하자면 한량없는 겁을 지나더라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대범천왕이 되어 천세계를 주관하며, 가장 훌륭하고 자유롭게 여러 이치를 말하여 성문이나 벽지불에게 보살의 바라밀을 일러주며, 만일 세계의 차별을 힐난하는 이가 있더라도 능히 굽히지 못합니다.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크게 정진하는 힘을 내면, 잠깐 동안에 백만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같은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만 삼천대천세계의 티끌 수 보살로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1016 / 2062] 쪽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지 못합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칠지에서 방편 지혜 닦아 행하며
  도를 돕는 큰 원력을 잘 모두었고
  세존의 거둬주심 다시 얻어서
  나은 지혜 구하려고 팔지에 올라,
   
  공덕을 성취하고 늘 사랑하며
  지혜가 넓고 크기 허공과 같고
  법 듣고 결정한 힘 능히 내나니
  이것이 적멸(寂滅)하온 무생의 법인
   
  법이 나고 일어남이 없음을 알며
  이루고 파괴하고 다함도 없고
  생사 없고 평등하고 분별도 없어
  마음 작용 초월하여 허공과 같네.
   
  이 인(忍)을 성취하고 희론(戱論)을 넘어
  매우 깊고 동요 없어 늘 적멸하니
  모든 세간 아무도 알지 못하며
  마음으로 집착함도 모두 여읜다.
   
  이 지에 머무르면 분별이 없어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간 비구와 같고
  꿈에 물을 건너도 깨면 없어져
  범천에 난 사람이 욕심 없듯이,
   
  본래의 원력으로 권장도 하고
 
[1017 / 2062] 쪽  
  좋은 인(忍)을 찬탄하고 관정(灌頂)하면서
  우리의 여러 불법, 그대가 아직  
  다 얻지 못했으니 노력하시오.
   
  그대는 번뇌의 불 비록 껐으나
  세간에는 아직도 번뇌 성하니
  본래 원을 생각하고 중생 건지어
  좋은 인을 닦아서 해탈케 하라.
   
  법의 성품 참되고 생각 여의어
  이승들도 이런 것 능히 얻으매
  이것으로 세존이 되진 못하니
  매우 깊고 걸림없는 지혜뿐이라.
   
  천상 인간 공양받는 부처님께서
  이렇게 지혜 주어 관찰케 하니
  그지없는 부처님 법 다 성취하고
  한 생각에 예전 수행 뛰어넘더라.
   
  보살이 묘한 지혜 이 지에 있어
  광대한 신통의 힘 금방 얻고서
  한 찰나에 몸을 나눠 시방에 두루
  바다에 떠 있는 배 순풍 만난 듯,
   
  마음은 작용 없는 지혜 힘으로
  국토가 성취하고 무너지는 일
  여러 세계 갖가지로 모두 다르며
  작고 크고 무량함을 능히 다 알고,
   
 
[1018 / 2062] 쪽  
  삼천대천세계의 사대종(種)들과
  여섯 갈래 중생의 몸 각각 다르며
  여러 가지 보배와 티끌의 수효
  지혜로 살펴보아 남지 않으니
   
  보살이 여러 종류 몸을 다 알고
  중생을 교화하려 그 몸 같게 해.
  한량없는 국토도 각각 다른데
  형상을 나타내어 모두 두루하네.
   
  비유하면 허공에 뜬 해나 달이
  모든 강물 가운데 영상 비치듯
  법계에 있는 보살 변동 없지만
  마음 따라 나투는 영상도 그래.
   
  좋아함이 각각 다른 마음을 따라
  여러 중생 가운데 몸을 나투되
  성문이나 독각이나 보살들이나
  부처님 몸까지도 모두 나타내,
   
  중생 몸과 국토 몸과 업보의 몸과
  성인들의 지혜 몸과 법의 몸들과
  허공인 몸까지도 모두 평등해
  중생을 위하여서 두루 나투네.
   
  열 가지 성지(聖智)를 널리 살피며
  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업 짓고
  여러 가지 불법도 성취하여서
  계행도 수미산과 같이 부동해,
 
[1019 / 2062] 쪽  
  열 가지 힘 이루어 동요 않으니
  모든 마군 어찌할 길이 없으며
  부처님이 호념하고 천왕이 경례
  비밀한 금강신이 항상 지키네.
   
  이 지의 큰 공덕이 그지없으며
  천만억겁 말하여도 다할 수 없고
  부처님께 공양하여 더욱 밝으니
  전륜왕 머리 위의 장엄과 같네.
   
  보살이 제팔지에 머무르고는
  흔히는 범왕되어 천세계 주인
  삼승법 연설하기 다함이 없고
  자비 광명 널리 비쳐 번뇌 없애네.
   
  한 찰나에 얻은 바 모든 삼매가
  백만 세계 티끌수 같이 많으며
  여러 가지 짓는 사업 다 그렇거든
  원력으로 나투는 일 이보다 많아,
   
  보살들의 여덟째 부동지 공덕
  그대에게 간략히 말했거니와
  차례차례 자세하게 분별한다면
  억만겁 지내어도 다할 수 없다.
   
  9) 선혜지(善慧地)
  보살이 제팔지를 말씀할 적에
  여래께서 큰 신통 나타내시어
  시방의 모든 국토 진동하나니
 
[1020 / 2062] 쪽  
  한량없는 억천만 부사의하고,
   
  일체를 알고 보는 부처님께서
  몸으로 큰 광명을 널리 놓아서
  한량없는 저 국토 밝게 비추며
  중생들로 하여금 안락 얻게 해,
   
  한량없는 백천억 저 보살들이
  한꺼번에 허공에 솟아 있으며
  하늘보다 더 좋은 공양거리로
  가장 설법 잘하는 이에게 공양.
   
  대자재(大自在)천왕들과 자재천왕이
  모두 같이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제각기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깊고깊은 공덕바다 공양하오며,
   
  또 다시 억천만 명 하늘 여인들
  온 몸에 기쁜 마음 가득하여서
  한량없는 가지가지 풍류를 잡혀
  천상 인간 대도사(大導師)께 공양하더라.
   
  여러 종류 음악을 동시에 연주
  가지각색 곡조가 각각 다르나
  모두 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묘한 음성 내어서 찬탄하는데,
   
  고요하고 부드럽고 때 없는 이들
  들어가는 지위 따라 닦아 익히니
 
[1021 / 2062] 쪽  
  마음이 허공같이 시방에 가서
  부처님 법 말하여 중생 깨닫게,
   
  천상이나 인간에 가는 곳마다
  독특하게 묘한 장엄 나타내시니
  여래의 공덕으로 생겨나는 것
  보는 이들 부처 지혜 즐겨하도다.
   
  한 나라 떠나잖고 각국에 가니
  한 달이 여러 세간 비추이듯이
  음성이나 생각이 모두 없지만
  골짜기에 메아리 울려 퍼지듯,
   
  어떤 중생 생각이 용렬하거든
  그에게는 성문법을 연설해 주고
  마음이 총명하고 영리한 이겐
  벽지불의 도리를 말하여 주며,
   
  자비로 이익하기 좋아하거든
  보살의 행할 일을 말하여 주고
  가장 나은 지혜를 가진 이에겐
  위없는 여래의 법 보여 주나니,
   
  요술장이 여러 일을 지어내는데
  가지각색 형상이 참이 아니듯
  보살의 지혜들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것 나투지만 있는 것 없어,
   
  이렇게 아름다운 여러 음성들
 
[1022 / 2062] 쪽  
  부처님 찬탄하고 잠잠했는데
  이제 대중 청정하니 구지에 올라
  행할 도를 말하소서, 해탈월의 말.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한량없는 지혜로 생각하며 관찰하고는, 다시 더 좋은 적멸한 해탈을 구하며, 또 여래의 지혜를 닦으며, 여래의 비밀한 법에 들어가며, 부사의한 큰 지혜의 성품을 관찰하며, 다라니와 삼매의 문을 깨끗이 하며, 광대한 신통을 갖추며, 차별한 세계에 들어가며,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법을 닦으며, 부처님들을 따라 법륜을 굴리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본래의 원력을 버리지 아니하려고 보살의 제구 선혜지(善慧地)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선혜지에 머물러서는 선과 불선과 무기(無記)의 법의 행과, 새고[漏] 새지 않는[無漏]법의 행과, 세간과 출세간법의 행과, 헤아리고 헤아릴 수 없는 법의 행과, 결정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법의 행과, 성문과 독각법의 행과, 보살행법의 행과, 여래지(如來地)의 법의 행과, 함이 있는[有爲] 법의 행과 함이 없는[無爲] 법의 행을 사실대로 압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지혜로써, 중생들의 마음의 빽빽한 숲[稠林]과 번뇌의 빽빽한 숲과, 업의 빽빽한 숲과, 근기의 빽빽한 숲과, 지혜의 빽빽한 숲과, 근성의 빽빽한 숲과, 욕망의 빽빽한 숲과, 수면(隨眼)의 빽빽한 숲과, 태어나는 빽빽한 숲과, 버릇[習氣]이 계속하는 빽빽한 숲과 세 종류 차별의 빽빽한 숲을 사실대로 압니다.
  이 보살은 중생들의 마음의 가지가지 모양을 사실대로 아나니, 이른바 섞이어 일어나는 모양과, 빨리 구르는 모양과 헐리고 헐리지 않는 모양과, 바탕이 없는 모양과 가이없는[無邊際] 모양과, 청정한 모양과, 때묻고 때묻지 않은 모양과, 얽매고 얽매지 않은 모양과, 요술처럼 지어지는 모양[幻所作相]과 여러 갈래에 나는 모양 등이 백천만억이며 내지 무량한 것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러 번뇌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오래도록 멀리 따라다니
 
[1023 / 2062] 쪽  
  는 모양[久遠隨行相]과, 그지없이 끌어 일으키는 모양[無邊引起相]과, 함께 나서 버리지 못하는 모양[俱生不捨相]과, 자는 것과 일어남이 한 뜻인 모양[眼起一義相]과, 마음과 서로 응하거나 응하지 않는 모양과, 갈래를 따라 태어나서 머무는 모양과, 삼계가 차별한 모양과, 애정과 소견과 어리석음과 교만이 화살처럼 깊이 들어가 걱정되는 모양과, 세 가지 업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는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러 업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선과 악과 선도 악도 아닌[無記] 모양과, 표시할 수 있고[有表示] 표시할 수 없는 모양과, 마음과 함께 나서 떠나지 않는 모양과, 인의 성품이 찰나에 헐어지지마는 차례로 결과가 모여 잃어지지 않는 모양과, 갚음이 있고 갚음이 없는 모양과, 검고 검은 따위의 여러 가지 갚음을 받는 모양과, 밭과 같아 한량없는 모양과, 범부와 성인이 차별한 모양과, 이승에 받고 저승에 받고 뒷승에 받는 모양[現受生受後受相]과, 승(乘)과 승 아닌 것이 결정하고 결정하지 않은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 가지를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여러 근기의 둔하고 중간이고 승한 모양과, 먼저와 나중이 차별하고 차별하지 않은 모양과, 상품이요 중품이요 하품인 모양과, 번뇌가 함께 나서 서로 여의지 않는 모양과, 승과 승 아닌 것이 결정하고 결정하지 않은 모양과 잘 성숙되어 부드러운 모양과, 따르는 근[隨根]의 속박하고 가볍고 점점 무너지는 모양과, 더 늘어서 파괴할 수 없는 모양과, 물러나고 물러나지 않는 차별한 모양과, 함께 남을 멀리 따라서 같지 않은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 가지를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또 지혜[解]가 하품이고 중품이고 상품인 모양과, 근성이 하품이고 중품이고 상품인 모양과, 욕망이 하품이고 중품이고 상품인 모양 등으로 간략히 말하노니, 내지 팔만 사천 가지를 압니다.
  또 따라다니며 자게 하는 것[隨眼]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깊은 마음과 함께 나는 모양과,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나는 모양과, 마음과 서로 응하고 서로 응하지 않는 것이 차별한 모양과, 오래 전부터 따라다니는 모양과, 비롯함이 없는 적부터 뽑지 못한 모양과, 온갖 선정·해탈·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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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마발저·신통과 서로 어기는 모양과, 삼계에 계속하여 태어나서 얽매이는 모양과, 그지없는 마음이 계속하여 현재에 일어나게 하는 모양과, 여러 처소[諸處]의 문을 여는 모양과, 굳고 진실하여 다스리기 어려운 모양과, 지처(地處)에 성취하고 성취하지 못한 모양과 오직 성인의 도로써 뽑아 내는 모양입니다.
  또 태어나는[受生]의 차별한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업을 따라 태어나는 모양과, 여섯 갈래가 차별한 모양과, 형상 있고 형상 없음이 차별한 모양과, 생각 있고 생각 없음이 차별한 모양과, 업의 밭에 사랑의 물로 축이고 무명으로 덮어서 식(識)이란 종자가 뒷세상 싹을 내게 하는 모양과, 마음과 물질로 함께 나서[名色俱生] 서로 떠나지 않는 모양과, 무명과 사랑으로 계속하여 있기를 희구하는 모양과, 받아들이려 하고 태어나려 하여 끝없는 때부터 좋아하여 집착하는 모양과, 허망하게 삼계에 나려고 욕구하는 모양입니다.
  또 버릇[習氣]의 가지가지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행하고 행하지 않는 차별한 모양과, 갈래를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중생의 행을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업과 번뇌를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선과 악과 무기의 익힌 버릇[熏習]의 모양과, 뒷세상[後有]에 들어감을 따라 익힌 버릇의 모양과, 차례로 익힌 버릇의 모양과, 번뇌를 끊지 않고 멀리 가면서 버리지 않고 익힌 버릇의 모양과, 진실하고 진실하지 않은 익힌 버릇의 모양과, 성문·독각·보살·여래를 보고 듣고 친근하여 익힌 버릇의 모양입니다.
  또 중생이 바르게 결정[正定聚]되고 잘못 결정[邪定聚]되고 결정되지 못한[不定聚] 모양을 아나니, 이른바 바른 소견으로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삿된 소견으로 삿되게 결정된 모양과, 두 가지가 모두 결정되지 않은 모양[二俱不定相]과, 오역(五逆)의 잘못 결정된 모양[五逆邪定相]과, 오근(五根)으로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이 두 가지가 모두 결정되지 않은 모양과, 팔사(八邪)로 삿되게 결정된 모양과, 바른 성품으로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다시 두 가지를 짓지 않고 다 여의어서 결정되지 않은 모양과, 삿된 법에 물들어 삿되게 결정된 모양과, 성인의 도를 행하여 바르게 결정된 모양과, 두 가지를 다 버려서 결정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런 지혜를 따라 순종함을 선혜지에 머문다 하니 이 지에 머물러서는 중생들의 여러 행의 차별을 알고 교화하고 조복하여 해탈을 얻게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성문승의 법과 독각승의 법과 보살승의 법과 여래 지위의 법을 잘 연설하는데, 온갖 행할 곳에서 지혜가 따라 행하므로, 중생의 근기와 성품과 욕망과 지혜와 행할 바가 다름과 여러 갈래의 차별을 따르며, 또한 태어난 번뇌와 자게 하는 속박[眼縛]과 여러 업의 버릇[習氣]을 따라서, 그들에게 법을 말하여 믿고 이해함을 내고 지혜를 늘게 하여 각각 그 승법[乘]에서 해탈을 얻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선혜지에 머물러서는 큰 법사가 되고 법사의 행을 갖추어서 여래의 법장(法藏)을 잘 수호하나니, 한량없이 공교한 지혜로 네 가지 걸림없는 변재를 일으키고 보살의 말로써 법을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항상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를 따라서 연설하고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나니, 무엇이 넷인가. 이른바 법에 걸림없는 지혜[法無?智]와, 뜻에 걸림없는 지혜[義無?智]와, 말에 걸림없는 지혜[辭無?智]와,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樂說無?智]입니다.
  이 보살은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제 모양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차별한 모양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그릇되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끊어짐이 없이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제 성품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의 나고 사라짐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온갖 법을 안돈하여 세우고 끊지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안돈하여 세움을 따라 파괴할 수 없고 그지없이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지금 있는 법의 차별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지나간 법과 오는 법의 차별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지나간 법과 오는 법과 지금 법을 그릇되지 않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세상에서 그지없는 법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법의 차별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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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의 차별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그들의 말을 따라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그들의 좋아함을 따라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는 법의 지혜[智慧]로 차별함이 다르지 않음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는 견주는 지혜[比智]로 차별함이 실상과 같음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는 세상 지혜로 차별하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데 걸림없는 지혜는 첫째가는 지혜[第一義智]로 공교하게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법이 한 모양이어서 무너지지 않음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온(?)과 계(界)와 처(處)와 제(諦)와 인연이 교묘함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세간에서 알기 쉽고 미묘한 음성과 글자로써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더욱 수승하고 그지없는 법에 밝은 지혜로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승의 평등한 성품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여러 승의 차별한 성품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온갖 승의 차별없음을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헤로는 낱낱 승마다 그지없는 법을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체 보살의 행인 지혜행[智行]과 법행(法行)과 지혜로 따라 증득함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십지의 나누어진 위치[分位]의 뜻이 차별함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십지의 길이 차별없는 모양을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낱낱 지의 그지없는 행의 모양을 말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모든 여래께서 한 생각에 바른 깨달음을 이룸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여러 때와 여러 곳들이 각각 차별함을 알고, 말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차별을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낱낱 글귀의 법을 한량없는 겁에 말하여도 다하지 못합니다.
  또 법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일체 여래의 말씀과 힘과 두려울 것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과 대자비와 변재와 방편과 법륜을 굴리는 온갖 지혜의 지혜로 따라 증득함을 알고, 뜻에 걸림없는 지혜로는 여래께서 팔만 사천 중생의 마음과 행과 근기와 이해를 따르는 차별한 음성을 알고, 말에 걸
 
[1027 / 2062] 쪽  
  림없는 지혜로는 일체 중생의 차별을 따라 여래의 음성으로써 차별하게 말하고, 말하기 즐기는 데 걸림없는 지혜로는 중생의 믿음과 이해를 따라서 여래의 지헤로써 청정한 행을 원만하게 말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제구지에 머물면 이러한 공교하고 걸림없는 지혜를 얻으며, 여래의 미묘한 법장을 얻어서 큰 법사가 되나니, 뜻 다라니와 법 다라니와 지혜 다라니와 광명이 비치는 다라니와 선한 지혜 다라니와 여러 재물 다라니와 위덕(威德)다라니와 걸림없는 문 다라니와 그지없는 다라니와 가지가지 이치 다라니와 이러한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을 얻어 모두 원만하고, 백만 아승기의 공교한 음성과 변재의 문으로 법을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이러한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을 얻고는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부처님 앞에서마다 이러한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으로 바른 법을 들으며, 듣고는 잊어버리지 않고 한량없이 차별한 문으로 다른 이를 위하여 연설합니다.
  이 보살은 처음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경하고, 부처님 계신 데서 한량없는 법문을 얻었으니, 이 법문은 저 듣고 기억하는[聞持] 큰 성문들이 백천 겁 동안에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보살이 이러한 다라니와 이러한 걸림없는 지혜를 얻고 법상에 앉아서 법을 말할 적에, 대천세계에 가득한 중생들에게 그 좋아하는 마음의 차별함을 따라서 연설하였으니, 여러 부처님과 직위를 받은[受職] 보살들을 제하고는 다른 대중들은 그 위덕과 광명을 비길 이가 없습니다.
  이 보살은 법상에 앉아서, 한 음성으로써 모든 대중이 다 알게 하려면 곧 알게 되며, 어떤 때에는 가지가지 음성으로써 모든 대중이 다 깨닫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큰 광명을 놓아서 법문을 연설하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그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모두 법을 연설하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형상이 있거나 형상이 없는 물건들이 모두 법문하는 음성을 내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한 말을 내어도 법계에 가득 퍼져서 여럿이 알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온갖 음성이 모두 법문의 소리가 되어 항상 머물고 없어지지 않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모든 세계의 퉁소·저·종·북과 노래와 모든 풍류 소리가 다 법문을 연설하게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한  
 
[1028 / 2062] 쪽  
  글자 가운데 온갖 법문 구절과 음성과 말의 차별한 것을 모두 구족케 하려 하며, 어떤 때에는 마음으로 말할 수 없이 한량없는 세계의 땅·물·불·바람 등 사대의 덩어리에 있는 티끌들마다 모두 말할 수 없는 법문을 연설하게 하려 하거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이 모두 그 앞에 와서 제각기 한량없는 말로 문난을 일으키는데, 그 낱낱 문난이 각각 같지 않더라도, 이 보살이 한 생각 동안에 모두 듣고, 바로 한 음성으로 두루 해석하여 그들의 마음을 따라서 제각기 환희케 합니다.
  이와 같이 내지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한 찰나 동안에 낱낱이 한량없는 말과 음성으로 문난을 일으키는데, 낱낱 문난이 각각 같지 않더라도, 이 보살이 한 생각 동안에 모두 듣고, 또한 한 음성으로 두루 해석하여 그들의 마음을 따라서 제각기 환희케 하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보살이 모두 그 마음을 따르고 근성을 따르고 지혜를 따라서 법을 말하며,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들고 불사를 널리 지어 일체 중생의 의지할 바가 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다시 정진하여 밝은 지혜를 성취하나니, 가령 한 털 끝만한 곳에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부처님의 대중들이 모였고, 대중들이 모인 데마다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중생이 있고, 낱낱 중생마다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근성과 욕망이 있는데, 저 부처님들이 그들의 근성과 욕망을 따라서 각각 법문을 일러 주어 한 털 끝만한 곳에서와 같이, 일체 법계처마다 모두 그러하나니, 이와 같이 말하신 바 한량없는 법문을, 보살이 한 생각에 모두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제구지에 머물러서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정근하고 다른 생각이 없으며, 다만 부처님 경지에 들어가서 여래를 친근하며, 보살들의 매우 깊은 해탈에 들어가서 항상 삼매에 있으면서 여러 부처님을 뵙고 잠깐도 떠나지 아니하며, 낱낱 겁마다 한량없는 부처님과 한량없는 백 부처님과 한량없는 천 부처님과,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뵙고 공경하
 
[1029 / 2062] 쪽  
  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가지가지로 문난하여 설법(設法) 다라니를 얻어 그러한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마치 공교한 은장이가 진금으로 보배관을 만들어 전륜성왕의 머리에 장엄하면 사천하 안에 있는 모든 왕들과 신하들의 여러 장엄거리로는 그와 같을 것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 제구지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아래 지위에 있는 보살들이 가진 선근으로는 능히 대등할 수가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이천세계 중에 있는 깊고 먼 곳을 모두 비추어서 그 어둠을 제하는 것과 같나니, 이 지의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능히 광명을 내어 중생의 마음에 비치어 번뇌의 어둠을 모두 없어지게 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힘[力]바라밀이 가장 승하니, 다른 바라밀을 닦지 않는 것이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구 선혜지를 간략히 말함이라 하거니와 만일 자세히 말하자면 한량없는 겁에도 다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이천세계의 임금인 대범천왕이 되어 잘 통치하며 자유롭게 이익하고, 모든 성문과 연각과 보살들을 위하여 바라밀행을 분별하여 연설하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문난하더라도 능히 굽힐 수 없습니다.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모든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만 아승기 국토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만 아승기 국토의 티끌 수 같이 많은 보살을 나투어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겁에도 세어서 알지 못합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1030 / 2062] 쪽  
  한량없는 지혜로 자세 살피니
  가장 높고 미묘하여 알기 어려워
  여래의 비밀하온 곳에 들어가
  중생들 이익 주려 구지에 들고,
   
  다라니와 삼매에 다 자재하고,
  신통으로 한량없는 세계에 들며
  힘과 지혜, 두렴 없고, 함께 않는 법
  원력과 자비로써 구지에 드네.
   
  이 지에 머물고는 법장을 호지(護持)
  선하고 불선하고 둘이 아닌[無記] 법
  샘이 있고 샘이 없고 세간 출세간
  사의(思議)와 부사의를 모두 잘 알고,
   
  결정하고 결정하지 못한 법이나
  삼승의 할 일들을 다 관찰하며
  함이 있고 함이 없는 행의 차별을
  이렇게 다 알고서 세간에 들며,
   
  중생들의 마음을 알고자 하면
  지혜로써 사실대로 모두 아나니
  빨리 굴고 헐리고 헐리지 않고
  바탕 없고 끝이 없는 여러 모양들,
   
  그지없는 번뇌와 함께 있으며
  자고 일어남 한 뜻이고 갈래가 계속
  업의 성질 가지가지 차별한 것과
  인이 가고 과가 모임 모두 다 알고,
 
[1031 / 2062] 쪽  
  여러 근기 하품 중품 상품되는 것
  앞과 뒤가 한량없이 차별한 일과
  지혜나 근성이나 욕망도 그래
  팔만 사천 가지를 모두 다 알고,
   
  중생은 번뇌 소견 따라 얽히고
  비롯없는 빽빽한 숲 찍지 못하니
  깊은 뜻과 마음과 함께 나면서
  항상 서로 얽혀서 끊지 못하며,
   
  허망한 생각이란 참이 아니니
  마음을 안 여의나 처소가 없고
  선정 경계 등지고 물러나나니
  금강도(金剛道)에 멸해야 끝이 나리라.
   
  여섯 갈래 태어남에 각각 다르고
  업 밭에 사랑 붓고 무명 덮으며
  식이란 종자에서 후생 싹[名色芽] 나서
  삼계가 언제나 계속하더라.
   
  번뇌 업과 습기로 육도에 나니
  이것만을 여의면 다시 안 나며
  중생들이 세 종류[三聚]의 가운데 있어
  소견에도 빠지고 도(道)도 행하네.
   
  이 지에 머물러서 잘 관찰하고
  그 마음과 근성과 이해를 따라
  모두 다 걸림없이 묘한 변재로
  적당하게 분별하여 연설하는데,
 
[1032 / 2062] 쪽  
  법상에 앉아 있어 사자도 같고
  우왕(牛王)이나 보배산의 왕도 같으며
  용왕이 빈틈없는 구름을 펴고
  큰 비내려 바다에 가득하듯이,
   
  법의 성품 깊은 이치 모두 잘 알고
  여러 가지 말을 따라 연설하오며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은
  큰 바다가 많은 비를 받아들이듯,
   
  다라니와 삼매가 모두 청정해
  한 생각에 많은 부처 모두 뵈오며
  부처님께 낱낱이 법문을 듣고
  미묘한 음성으로 연설하더라.
   
  언제나 삼천대천 넓은 세계서
  수많은 중생들을 교화하려면
  구름이 온 세계에 널리 퍼지듯
  근기와 욕망 따라 기쁘게 하며,
   
  털 끝에 부처 대중 수가 없으며
  중생의 욕망들도 끝이 없거든
  그 마음 모두 따라 법 일러 주며
  한량없는 법계에도 그와 같더라.
   
  보살이 부지런히 더 정진하면
  더 훌륭한 공덕을 다시 얻어서
  저러한 모든 법문 들어 가지기
  땅덩이가 온갖 만물 받들고 있듯,
 
[1033 / 2062] 쪽  
  시방세계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
  모두 와서 회중(會中)에 친근히 앉아  
  마음 따라 제각기 문난하는 일
  한 소리로 응대하여 만족케 하네.
   
  이 지에 머물러선 법왕이 되어
  근기 따라 일러주기 게으름 없고
  밤낮으로 부처 뵙고 버리지 않아
  깊은 적멸(寂滅) 지혜 해탈 들어가도다.
   
  부처님들 공양하여 밝음 더하니
  전륜왕이 보배관을 머리에 쓴 듯
  또다시 중생들의 번뇌 멸하니
  대범천왕 밝은 광명 널리 비치듯,
   
  이 지에서 흔히는 대범왕 되어
  삼승의 법문으로 중생을 교화
  수행한 선업으로 이익케 하니
  마땅히 온갖 지혜 이루게 되리.
   
  한 생각에 들어간 여러 삼매들
  아승기 세계 안에 티끌수 같고
  부처 뵙고 법 말함도 그러하거늘
  원력으로 짓는 것은 그보다 많아,
   
  이런 것이 제구의 선혜지에서
  큰 지혜 보살들이 행하는 데니
  매우 깊고 미묘하여 볼 수 없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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