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37권
  우전국삼장 실차난타한역
  이운허 번역
   
26. 십지품 [4]
  6) 현전지(現前地)
  보살이 뛰어난 행 듣고 나서는
  마음이 환희하여 꽃비 내리며
  깨끗한 광명 놓고 진주를 흩어
  여래께 공양하고 칭찬 올리네.
   
  백천의 하늘 무리 기뻐 날뛰며  
  공중에서 여러 가지 보배를 흩고  
  화만과 영락이며 당기와 깃발  
  일산과 향으로써 부처님 공양,
   
  자재천의 천왕과 여러 권속들
  환희한 마음으로 공중에 있어  
  보배 흩어 구름되어 공양하면서
  불자여, 좋은 법문 말씀하시네.
   
  한량없는 천녀들 허공 중에서  
  풍악 잡혀 부처님 찬탄하더니
  음악 속에 이러한 말을 내어서  
 
[980 / 2062] 쪽  
  부처 말씀 번뇌와 병 덜어주시다.  
   
  법의 성품 고요하고 형상이 없어
  허공이 모든 분별 없는 것 같이
  모든 집착 초월하고 말이 끊어져  
  진실하고 평등하여 항상 청정해,
   
  모든 법의 성품을 통달한다면  
  있건 없건 마음이 동하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려 수행하나니
  부처님 입으로 난 참 불자로다.  
   
  겉모양 집착 않고 보시 행하며  
  모든 악이 끊긴 채 계행 지니고  
  법에 해(害)가 없는 데 항상 참으며  
  법의 성품 여읜 줄 알고 정진해,
   
  번뇌가 다했는데 선정에 들고
  공한 성품 잘 알고 분별해  
  지혜와 힘 구족하고 널리 건지니  
  모든 악을 제멸하여 대사(大士)라 한다.  
   
  그렇게 묘한 음성 천만 가지로  
  찬탄하고 부처님 우러러보니  
  해탈월이 금강장께 여쭙는 말씀
  다음 지에 드는 행상 어떠합니까.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오지를 구족하고 제육 현전지(現前地)에 들려
 
[981 / 2062] 쪽  
  면, 열 가지 평등한 법을 관찰하여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일체 법이 형상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자체가 없으므로 평등하고, 나는 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성장함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본래부터 청정하므로 평등하고, 희롱의 말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취하고 버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고요하므로 평등하고, 요술 같고 꿈 같고 영상 같고 메아리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의 모습 같고 아지랑이 같고 화현과 같으므로 평등하며, 있고 없음이 둘이 아니므로 평등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일체 법을 관찰하여 제 성품이 청정하고, 따라 순종하며 어김이 없으면 제육 현전지에 들어가나니 밝고 이로운 수순인(隨順忍)은 얻었으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은 얻지 못하였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다시 대비(大悲)를 으뜸으로 하여 대비가 늘어나고 대비가 만족하며, 세간의 나고 멸함을 관찰하여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간에 태어나는 것이 모두 나에 집착한 탓이니, 만일 나를 여의면 날 곳이 없으리라.'
  또 생각하기를 '범부는 지혜가 없어 나에 집착하여 항상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하며,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허망한 행을 일으키어 사특한 도를 행하므로, 죄 받을 업[罪業]과 복 받을 업[福業]과 변동하지 않는 업[不動業]이 쌓이고 증장하며, 여러 가지 행에 마음의 종자를 심고 번뇌[漏]도 있고 취함[取]도 있으므로, 다시 오는 생의 나고 늙고 죽음을 일으키나니, 이른바 업은 밭이 되고, 식(識)은 종자가 되는데, 무명(無明)이 덮이고, 애정의 물이 축여주고, 나[我]라는 교만이 물을 대어주므로 소견이 증장하여 명색(名色)이란 싹이 나느니라.
  명색이 증장하여 오근(五根)이 생기고, 여러 근(根)이 상대하여 촉(觸)이 생기고, 촉과 상대하여 수(受)가 생기고, 수(受) 뒤에 희망하여 구하므로 애(愛)가 생기고, 애가 증장하여 취(取)가 생기고, 취가 증장하여 유(有)가 생기고, 유가 생겨 여러 갈래 중에 오온으로 된 몸[五?身]을 일으키는 것을 난다[生] 하고, 나서는 변하고 쇠하는 것을 늙는다[老] 하고, 필경에 없어지는 것을 죽는다[死] 하며, 늙어서 죽는 동안에 여러 가지 시끄
 
[982 / 2062] 쪽  
  러움[熱惱]이 생기고, 시끄러움으로 인하여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고 탄식하는 여러 가지 고통이 모이느니라.
  이는 인연으로 모이는 것이요 모으는 이가 없으며, 그와 같이 멸하는 것이요 멸하는 이가 없나니, 보살이 이런 인연으로 생기는 모양을 따라서 관찰하느니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알지 못하므로 무명이라 하고, 지어놓은 업과(業果)를 행(行)이라 하고, 행을 의지한 첫 마음이 식(識)이요, 식과, 함께 난 사취온(四取?)을 명색(名色)이라 하고, 명색이 증장하여 육처(六處)가 되고, 근(根)과 경(境)과 식(識)의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을 촉(觸)이라 하고, 촉과 함께 생긴 것을 수(受)라 하고, 수에 물드는 것을 애(愛)라 하고, 애가 증장한 것을 취(取)라 하고, 취가 일으킨 유루업(有漏業)이 유(有)가 되고, 업으로부터 온(?)을 일으키는 것을 나는 것[生]이라 하고, 온이 성숙함을 늙음[老]이라 하고, 온이 무너짐을 죽음[死]이라 하고, 죽을 적에 이별하는 것을 어리석어 탐내고 그리워하여 가슴이 답답한 것을 걱정이라 하고, 눈물 흘리며 슬퍼함을 탄식이라 하나니, 오근에 있어서는 괴로움이라 하고, 뜻에 있어서는 근심이라 하고, 근심과 괴로움이 점점 많아지면 시달림이라 하나니, 이리하여 괴로움이란 나무가 자라거니와, 나도 없고 내 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도다.'
  또 생각하기를 '만일 짓는 이가 있으면 짓는 일이 있을 것이요, 만일 짓는 이가 없으면 짓는 일도 없을 것이니, 제일가는 이치에는 모두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로다'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삼계에 있는 것이 오직 한 마음뿐인데, 여래가 이것을 분별하여 십이유지(十二有支:十二緣起)라 말하였으니, 다 한 마음을 의지하여 이렇게 세운 것이로다.
  무슨 까닭인가. 일을 따라서 생기는 탐욕이 마음과 함께 나나니, 마음은 식(識)이요, 일은 행(行)이라. 행에 미혹함이 무명(無明)이며, 무명과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나는 것이 명색(名色)이요, 명색이 증장한 것이 육처
 
[983 / 2062] 쪽  
  (六處)요, 육처의 셋이 합한 것이 촉(觸)이요, 촉과 함께 생긴 것이 수(受)요, 수가 싫어함이 없는 것이 애(愛)요, 애가 거두어 버리지 아니함이 취(取)요, 이 여러 존재의 가지[支]가 생기는 것이 유(有)요, 유가 일으킨 것이 태어남[生]이요, 나서 성숙함이 늙음[死]이요, 늙어서 무너짐을 죽음[死]이라 하도다' 합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에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중생으로 하여금 반연한 바를 미혹하게 함이요, 둘은 행(行)이 생겨나는 인(因)이 됩니다. 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장래의 과보를 내는 것이요, 둘은 식(識)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식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유(有)를 서로 계속하게 함이요, 둘은 명색(名色)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명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서로 도와서 성립케 함이요, 둘은 육처(六處)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육처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각각 제 경계를 취함이요, 둘은 촉(觸)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반연할 것을 능히 부딪침이요, 둘은 수(受)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수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사랑스러운 일과 미운 일을 받아들임이요, 둘은 애(愛)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애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사랑할 만한 일에 물듦이요, 둘은 취(取)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취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가지 번뇌를 서로 계속케 함이요, 둘은 유(有)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유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다른 갈래에 태어나게 함이요, 둘은 태어남[生]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태어남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온(?)을 일으킴이요, 둘은 늙음[老]이 오게 하는 인이 됩니다. 늙음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근(根)이 변동하게 함이요, 둘은 죽음[死]이 이르게 하는 인이 됩니다. 죽음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모든 행(行)을 파괴함이요, 둘은 알지 못하므로 서로 계속되어 끊어지지 않습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은 행의 연이 되고, 내지 나는 것은 늙어 죽음의 연이 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이 되어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지지 않게 하고 도와서 이루게 하는 연고입니다.
 
[984 / 2062] 쪽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내지 태어남이 멸하면 늙어 죽음이 멸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緣)이 되지 않아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져 없어져서 도와서 이루게 하지 않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과 애와 취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번뇌의 길이요, 행과 유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업의 길이요, 다른 것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고통의 길입니다. 앞의 것[前際]이라, 뒤의 것[後際]이라 하는 분별이 멸하면 삼도(三道)가 끊어지나니, 이렇게 삼도가 나와 내 것을 여의고, 나고 멸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마치 묶어 세운 갈대[束蘆]와 같습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과거를 관(觀)함이요, 식과 내지 수는 현재를 관함이요, 애와 내지 유는 미래를 관함이니, 이 뒤부터 차츰차츰 서로 계속합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관찰하고 의지하여 끊는[觀待斷] 것입니다.
  또 십이유지(十二有支)를 세 가지 괴로움[三苦]이라 하나니, 이 가운데서 무명과 행과 내지 육처는 변천하는 괴로움[行苦]이요, 촉과 수는 괴로운 데 괴로움[苦苦]이요, 다른 것들은 무너지는 괴로움[壤苦]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세 가지 괴로움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무명의 인연으로 여러 행을 내는 것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무명이 없으므로 여러 행도 멸함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繫縛]을 내는 것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을 멸하는 것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아무것도 없는 관찰을 따름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다하여 멸하는 관찰을 따름이니, 다른 것도 역시 그러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열 가지의 역순(逆順)으로 모든 연기(緣起)를 관찰하나니, 이른바 십이유지(十二有支)가 계속하는 연고며, 한 마음에 포섭되는 연고며, 자기의 업이 다른 연고며, 서로 여의지 않는 연고며,  
 
[985 / 2062] 쪽  
  삼도(三道)가 끊어지지 않는 연고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찰하는 연고며, 세 가지 괴로움이 모이는 연고며, 인연으로 나고 없어지는 연고며, 얽매여 속박됨을 내고 멸하는 연고며, 아무것도 없고 다함을 관하는[無所有盡觀]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열 가지 모양으로 연기를 관찰하여 내가 없고[無我]사람이 없고[無人] 수명이 없고[無壽命], 제 성품이 공하고[自性空] 짓는 이[作者]가 없고 받는 이[受者]가 없음을 알면, 곧 공해탈문(空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모든 유지(有支)가 다 제 성품이 멸함을 관찰하여, 필경까지 해탈하고 조그만 법도 서로 내는 것[相生]이 없으면, 곧 모양 없는 해탈문[無相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공하고 모양 없는 데 들어가서는, 원하는 것이 없고, 다만 대비를 으뜸으로 하여 중생을 교화할 뿐이니, 곧 원이 없는 해탈문[無願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세 해탈문을 닦으면, 남이라 내라는 생각을 여의고, 짓는 이라 받는 이라는 생각을 여의며,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을 여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대비가 점점 더하여서 부지런히 닦나니, 아직 원만하지 못한 보리분법을 원만케 하려는 연고며, 이렇게 생각하나니 '모든 하염 있는 법이 화합하면 생겨나고[轉], 화합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못하며, 연이 모이면 생겨나고, 연이 모이지 않으면 생기지 못하도다. 내가 하염 있는 법이 이렇게 허물이 많은 줄을 알았으니, 마땅히 이 화합하는 인연을 끊을 것이나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므로, 끝까지 여러 행을 멸하지 않으리라'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렇게 하염 있는 법이 허물이 많고 제 성품이 없어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관찰하고는 대비심을 항상 일으키어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면, 곧 반야(般若)바라밀이 앞에 나타나나니, 이름이 장애가 없는 지혜의 광명[無障?智光]이라, 이러한 지혜의 광명을 성취하고는, 비록 보리의 부분인 인연을 닦더라도 하염 있는[有爲] 가운데 머물지 아니하며, 비록 하염 있는 법의 성품이 적멸함을 관찰하더라도 적멸한 가운데도 머물지  
 
[986 / 2062] 쪽  
  아니하나니, 보리분법이 아직 원만치 못한 까닭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들어감에 공한[入空] 삼매와, 제 성품이 공한 삼매와, 제일가는 이치의 공한[第一義空] 삼매와 첫째 공[第一空] 삼매와, 크게 공한[大空] 삼매와, 합함이 공한[合空] 삼매와, 일어남이 공한[起空] 삼매와, 실상과 같이 분별하지 않음이 공한[如實不分別空] 삼매와, 떠나지 않음이 공한[不捨離空] 삼매와, 떠남과 떠나지 않음이 공한[離不離空] 삼매를 얻습니다.
  이 보살이 이렇게 열 가지 공한 삼매문을 얻은 것이 머리가 되어, 백천 가지 공한 삼매가 모두 앞에 나타나며, 이와 같이 열 가지 모양 없는 삼매문과, 열 가지 원이 없는 삼매문이 머리가 되어, 백천 가지 모양 없고 원이 없는 삼매문이 모두 앞에 나타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다시 닦아서 파괴하지 못할 마음을 만족하여, 결정한 마음, 순전하게 선한 마음, 매우 깊은 마음, 퇴전하지 않는 마음, 쉬지 않는 마음, 광대한 마음, 그지없는 마음, 지혜를 구하는 마음, 방편 지혜와 서로 응하는 마음이 모두 원만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마음으로 부처님의 보리를 따르고 다른 논리[異論]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혜의 지위에 들어가, 이승(二乘)의 길을 여의고 부처님 지혜에 나아가며, 여러 번뇌의 마군이 능히 저해하지 못하고, 보살의 지혜 광명에 머물며, 공하고 모양 없고 원이 없는 법 가운데서 잘 닦아 익히며, 방편의 지혜와 서로 응하며, 보리분법을 항상 행하고 버리지 않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반야바라밀행이 증장하고, 제삼의 밝고 이로운 수순인[明利順忍]을 얻나니, 모든 법의 실상과 같은 것을 따르고 어기지 않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현전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보는 데, 모두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실상과 같은 삼매
 
[987 / 2062] 쪽  
  와 지혜의 광명을 얻고, 따라 수행하며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또 부처님의 매우 깊은 법장을 얻으며 백 겁을 지나고 천 겁을 지나고,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나더라도 갖고 있는 선근은 점점 더 밝고 청정합니다.
  마치 진금을 비유리(毘瑠璃)로 자주 갈고 닦으면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는 것과 같나니, 이 지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따르고 관찰하므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고, 다시 적멸하여서 능히 가리워 무색케 할 것이 없습니다.
  마치 달빛이 중생의 몸에 비치어 서늘하게 함을, 네 가지 바람둘레[風輪]로도 깨뜨릴 수 없는 것과 같나니, 이 지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중생의 번뇌불을 능히 멸하거니와, 네 가지 마군의 도술로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반야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육 현전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선화천왕(善化天王)이 되며, 하는 일이 자재하여 모든 성문(聲聞)의 문난으로는 굴복할 수 없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아만심을 제하고 연기(緣起)에 깊이 들어가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모든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은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억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천억 보살을 나타내어 권속을 삼으며, 만일 서원하는 힘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헤아려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988 / 2062] 쪽  
  보살이 제오지를 원만하고는  
  법을 보니 모양 없고 성품도 없어  
  나도 않고 죽도 않고 본래 청정해  
  희론(戱論)이나 들고 버릴[取捨] 것도 없으며,
   
  성품·형상 고요하여 요술과 같고  
  있고 없고 둘 아니어 분별 떠났네.
  법의 성품 따라서 이렇게 관찰  
  이 지혜로 제육지에 들어가도다.  
   
  밝고 이익한 수순인과 지혜를 구족
  생멸하는 세간 모양 보아 살피니  
  무명의 힘으로써 세간에 나고  
  무명이 없어지면 세간도 없어,  
   
  인연법 관찰하니 참 이치 비고  
  이름을 빌린 것이 작용에 화합해
  짓는 이도 받는 이도 생각도 없어  
  모든 행이 구름처럼 일어나도다.  
   
  참 이치 모르는 것 이름이 무명이라네.
  생각으로 지은 업은 우치(愚癡)의 과보  
  식(識)이 생겨 함께 난 것 이름과 물질  
  이와 같이 필경은 고통덩어리,
   
  마음으로 삼계가 생긴 것이고
  열두 가지 인연도 그런 것이며  
  나고 죽음 마음으로 짓는 것이니  
  마음이 다한다면 생사도 없어,  
무명의 짓는 업이 둘이 있으니
  반연을 미혹하고 행의 인 되며  
  이와 같이 나중엔 늙어 죽나니  
  이로부터 고통 생겨 다함이 없다.  
   
  무명이 연이 되어 끊지 못하나  
  저 연이 없어지면 모두 멸하며  
  무명과 사랑, 취함 번뇌가 되고  
  행과 유는 업이요, 다른 건 고통,
   
  우치에서 육처까진 변천의 고통[行苦]
  받아들임, 촉이 자라 고통에 고통[苦苦]
  남은 것은 무너지는 괴로움[壞苦]이니  
  나 없는 줄 본 이는 세 고통 없어,  
   
  무명과 행의 인연 과거가 되고  
  식에서 받아들임 현재가 되며  
  애욕·취함·유(有)로는 미래의 고통  
  보고 대해[觀待] 끊으면 가도 없어져,
   
  무명이 연이 되어 속박 생기고  
  인연을 여의면 속박이 다해  
  인으로 생긴 과보 여의면 끊겨  
  이것을 관찰하고 공한 줄 알고  
   
  무명을 따르므로 유지(有支) 생기니
  따르지 아니하면 유지 끊길 것  
  이 유지와 저 유지 없음도 그래  
  열 가지 생각는 맘 집착 여의며,
 
[990 / 2062] 쪽  
  십이인연 계속함과 한 마음 포섭  
  자기 업과 안 여읨과 세 가지 길과  
  세 세상, 세 괴로움, 인연의 생멸  
  속박이 생겨나고, 없어 다한다.  
   
  이렇게 연기(緣起)함을 두루 관찰해  
  짓고 받는 이 없고 진실치 않고  
  요술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바보가 아지랑이 따라다니듯,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공에 들어가  
  인연 성품 여의어 모양이 없고  
  허망한 줄 알고 보니 원이 없으나  
  자비로 중생 제도 문제 밖이라,
   
  보살이 해탈문을 닦아 행하니
  대비심 더욱 늘어 불법 구하며  
  모든 법이 화합으로 생긴 줄 알고  
  즐기는 맘 결정하여 도를 행하네.  
   
  공하다는 삼매문 백천 갖추고  
  모양 없고 원 없는 문 역시 그러해  
  반야와 수순인(隨順忍)이 점점 더 늘고  
  해탈한 지혜들도 만족해진다.
   
  정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부처님 교법에서 도를 닦아서  
  부처님의 법장 언어 선근 늘리니  
  진금을 비유리로 연마하듯이.
 
[991 / 2062] 쪽  
  밝은 달이 서늘하게 중생을 비춰  
  네 가지 바람으로 셀 수 없나니  
  육지 보살 마의 길을 초월했으며  
  중생들의 번뇌도 쉬게 하더라.  
   
  이 지에선 선화천왕이 되어서  
  중생을 교화하여 교만 없애고  
  짓는 일은 온갖 지혜 모두 구하여  
  모두 다 성문도를 뛰어넘더라.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여서  
  백천억 많은 삼매 이미 얻었고  
  한량없는 부처님 뵈옵게 되니
  삼복 여름 허공 중에 해와 같도다.  
   
  매우 깊고 미묘한 법 보기 어려워  
  성문이나 독각도 알지 못하니  
  이러한 보살들의 제육지 법을  
  내가 지금 불자들께 펴서 말했다.  
   
  7) 원행지(遠行地)
  이 때에 하늘 무리 환희한 마음  
  흩은 보물 구름 되어 공중에 있고  
  가지가지 묘한 음성 두루 내어서  
  가장 청정한 이에게 여쭙는 말씀,
   
  좋은 이치 통달하고 자재한 지혜
  백천억 공과 덕을 성취하시고  
  사람 중의 연화로서 집착이 없어  
 
[992 / 2062] 쪽  
  중생 위해 깊은 수행 연설하시네,
   
  자재천 임금님은 허공에 있어  
  광명 놓아 부처님 몸에 비치고  
  가장 묘한 향기 구름 널리 흩어져  
  근심 번뇌 없는 이를 공양하더라,
   
  이 때에 하늘 무리 모두 기뻐서  
  아름다운 음성으로 찬탄하는 말  
  우리들이 이 지의 공덕을 듣고  
  크게 착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천녀들도 마음이 기뻐 날뛰며
  천만 가지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들도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음악 속에 이런 말이 새어 나온다.  
   
  위의가 고요하사 비길 데 없고  
  왈패들을 조복하며 공양 받을 이  
  모든 세간 미리부터 초월했으나  
  세상에 다니시며 도를 밝히고,
   
  한량없는 여러 몸 나타내지만  
  낱낱 몸이 공한 줄 이미 아시고  
  여러 말로 모든 법 연설하시나
  음성과 글자에는 집착이 없고  
   
  백천 세계 여러 국토 두루 나아가
  좋은 공양 부처님께 이바지하나  
 
[993 / 2062] 쪽  
  지혜가 자재하고 집착이 없어  
  내 부처님 국토라는 생각 안 내고,
   
  모든 중생 부지런히 교화하여도  
  저라 내라 분별하는 마음 없으며
  많은 선근 이미 닦아 이루었지만  
  선한 법에 집착을 내는 일 없고,
   
  일체 세간 중생들을 살펴보건대  
  삼독 불이 언제나 치열하거늘  
  여러 가지 생각을 모두 여의고  
  대자비로 정진하는 힘을 내시네.  
   
  수없는 천상 사람 하늘 여인들
  가지가지 공양하며 칭찬하고는  
  고요하게 보살을 첨앙하면서  
  다음 법문 듣자오려 기다리는데,
   
  그 때에 해탈월이 청하는 말씀
  이 대중의 마음이 청정하오니
  제칠지에 행하는 모든 공덕을
  바라건대 불자시여 말씀하소서.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육지의 수행을 구족하고, 제칠 원행지(遠行地)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방편 지혜를 닦으며 수승한 도를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공하고 모양 없고 원이 없는 삼매를 닦지마는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며,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얻었지마는 항상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좋아하며, 공함을 관찰하는 지혜의 문에 들었지마
 
[994 / 2062] 쪽  
  는 복덕을 부지런히 모으며, 삼계를 멀리 떠났지마는 그래도 삼계를 장엄하며, 모든 번뇌의 불꽃을 끝까지 멸하였지마는 일체 중생을 위하여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번뇌의 불꽃을 일으키며, 모든 법이 요술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아지랑이 같고 변화와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에 영상 같아서 성품이 둘이 없는 줄 알지마는 마음을 따라 한량없이 차별한 업을 짓습니다.
  비록 일체 국토가 허공과 같은 줄을 알지마는 청정하고 묘한 행으로 부처님 국토를 장엄하며, 부처님의 법신은 본 성품이 몸이 없는 줄 알지마는 상(相)과 호(好)로 몸을 장엄하며, 부처님의 음성은 성품이 적멸하여 말할 수 없는 줄을 알지마는 일체 중생을 따라서 여러 가지 차별한 맑은 음성을 내며, 부처님을 따라서 삼세가 오직 한 생각인 줄을 알지마는 중생들의 뜻으로 이해하는 분별을 따라서 여러 가지 모양, 여러 가지 시기, 여러 가지 겁으로써 모든 행을 닦습니다.
  보살이 이렇게 열 가지 방편 지혜로 수승한 행을 일으키므로, 제육지로부터 제칠지에 들어가는 것이며, 들어간 뒤에는 이 행이 항상 앞에 나타나는 것을 제칠 원행지에 머문다 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칠지에 머물고는, 한량없는 중생계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들의 중생을 교화하는 업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세계 그물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가지가지 차별한 법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현재에 깨닫는 지혜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겁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부처님의 삼세를 깨닫는 지혜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중생이 차별하게 믿고 이해하는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가지가지 이름을 나타내는 색신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중생의 욕망과 좋아함과 근성이 차별한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말씀과 음성으로 중생을 즐겁게 하는 데 들어가며, 한량없는 중생의 여러 가지 마음과 행동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분명하게 아시는 광대한 지혜에 들어갑니다.
  한량없는 성문들의 믿고 이해하는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 지혜의 도를 말하여 믿고 이해하게 하는 데 들어가며, 한량없는 벽지불이 성취하는 데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매우 깊은 지혜문을 말하여 나아가게 하는  
 
[995 / 2062] 쪽  
  데 들어가며, 한량없는 보살의 방편행에 들어가고, 한량없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승을 모아서 집대성하는 일에 들어가서 보살로 하여금 들어가게 합니다.
  이 보살은 생각하기를 '이와 같이 한량없는 여래의 경계는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알 수 없는 것이니, 내가 마땅히 공용(功用)이 없고 분별이 없는 마음으로 원만하게 성취하리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깊은 지혜로 이렇게 관찰하고, 방편 지혜를 부지런히 닦고 수승한 도를 일으키어 편안히 머물고 동하지 않으며, 한 생각도 쉬거나 폐하지 아니하고, 가고 서고 앉고 눕거나 내지 꿈에라도 번뇌와 업장으로 더불어 서로 응하지 않으며, 이런 생각을 언제나 버리지 않습니다.
  이 보살은 생각마다 열 가지 바라밀을 항상 구족하나니, 왜냐 하면 생각마다 대비를 으뜸으로 하여 부처님 법을 수행하여 부처님 지혜에 향하는 까닭입니다.
  자기에게 있는 선근을 부처님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중생에게 주는 것은 보시[檀]바라밀이라 하고, 일체 번뇌의 뜨거움을 능히 멸하는 것은 지계[尸]바라밀이라 하고, 자비를 으뜸으로 하여 중생을 해롭히지 않는 것은 인욕[提]바라밀이라 하고, 훌륭하고 선한 법을 구하여 만족함이 없는 것은 정진[毘梨耶]바라밀이라 하고, 온갖 지혜의 길이 항상 앞에 나타나서 잠깐도 산란하지 않는 것은 선정[禪那]바라밀이라 하고, 모든 법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능히 인정하는 것은 반야(般若)바라밀이라 하고, 한량없는 지혜를 능히 내는 것은 방편(方便)바라밀이라 하고, 상상품의 수승한 지혜를 구하는 것은 서원[願]바라밀이라 하고, 모든 이단의 언론과 마군들이 능히 깨뜨릴 수 없는 것은 힘[力]바라밀이라 하고, 일체 법을 실제와 같이 아는 것은 지혜[智]바라밀이라 합니다.
  불자여, 이 열 가지 바라밀은 보살이 찰나찰나마다 모두 구족하였으며, 이와 같이 사섭법[四攝], 사총지[四持], 삼십칠조도법(三十七助道法), 삼해탈문(三解脫門)과 내지 일체 보리분법을 찰나찰나마다 모두 원만히 합니다.”
  그 때 해탈월보살이 금강장보살에게 물었다.
 
[996 / 2062] 쪽  
  “불자시여, 보살이 제칠지에서만 일체 보리분법을 만족합니까, 여러 지에서도 모두 만족합니까?”
  금강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이 십지 중에서 보리분법을 모두 만족하지마는, 제칠지에서 가장 수승합니다. 왜냐 하면 이제 칠지에서 공용의 행[功用行]이 만족하여서 지혜의 자재하는 행에 들어가게 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초지에서는 일체 불법을 상대하고 원을 세워 구하므로 보리분법을 만족하며, 제이지에서는 마음의 때를 여의는 연고며, 제삼지에서는 원이 더욱 증장하여 법의 광명을 얻는 연고며, 제사지에서는 도에 들어가는 연고며, 제오지에서는 세상의 하는 일을 따르는 연고며, 제육지에서는 깊은 법문에 들어가는 연고며, 제칠지에서는 일체 불법을 일으키는 연고로, 모두 보리분법을 만족합니다.
  왜냐 하면 보살이 초지로부터 제칠지에 이르도록 지혜의 공용 있는 부분을 성취하는 것이며, 이 공용의 힘으로 제팔지에 들어가서 제십지에 이르도록 공용이 없는 행을 모두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여기 두 세계가 있는데, 한 곳은 물들었고, 한 곳은 청정하거든, 두 세계의 중간은 지나가기 어렵거니와, 다만 보살로서 큰 방편과 신통과 원과 힘이 있는 이는 말할 것 없습니다. 불자여, 보살의 여러 지도 이와 같아서 물든 행도 있고 청정한 행도 있거든, 이 두 지의 중간은 지나가기 어렵거니와, 오직 보살로서 큰 원과 힘과 방편과 지혜가 있는 이라야 능히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해탈월보살이 물었다.
  “불자시여, 이 제칠지 보살은 물든 행입니까, 청정한 행입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초지로부터 제칠지에 이르도록 수행하는 여러 행이, 모두 번뇌의 업을 떠나서 위없는 보리로 회향하는 것이므로, 부분적으로 평등한 도를 얻었거니와, 그러나 번뇌를 초월한 행이라고는 이름하지 못합니다.
  불자여, 마치 전륜성왕이 하늘 코끼리를 타고 사천하로 다닐 적에, 빈궁하고 곤란한 사람이 있는 줄을 알면서도 그들의 걱정에 물들지 않지마는 그래
 
[997 / 2062] 쪽  
  도 인간의 지위를 초월하였다고는 이름하지 않습니다. 만일 전륜성왕의 몸을 버리고 범천에 태어나서 하늘 궁전을 타고 천 세계를 보면서 천 세계에 다닐 적에, 범천의 광명과 위력을 나타내면, 그제야 인간의 지위를 초월하였다고 이름합니다.
  불자여, 보살도 그와 같습니다. 처음 초지로부터 제칠지에 이르도록 바라밀을 타고 세간에 다닐 적에, 세간의 번뇌와 근심을 알면서도, 바른 도를 탔으므로 번뇌의 허물에 물들지는 않지마는, 번뇌를 초월한 행이라고는 이름하지 못합니다. 만일 일체 공용 있는 행을 버리고 제칠지로부터 제팔지에 들어가서 보살의 청정한 법을 타고 세간에 다닐 적에는, 번뇌의 허물을 알지마는 거기에 물들지 아니하여, 그 때에야 번뇌를 초월한 행이라 이름하리니, 온갖 것을 모두 초월한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 제칠지 보살이 탐욕이 많은 따위의 번뇌들을 모두 초월하여 이 지에 머물면, 번뇌가 있는 이라 이름하지도 않고 번뇌가 없는 이라 이름하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 번뇌가 현재에 행하지 아니하므로 있는 이라 하지도 않고, 여래의 지혜를 구하는 마음이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없는 이라 하지도 않습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제칠지에 머물러서는, 깊고 깨끗한 마음으로 몸의 업을 성취하고, 말의 업을 성취하고, 뜻의 업을 성취하여 선하지 못한 일체 업으로서 여래가 꾸짖으신 것은 모두 여의었고, 선한 일체 업으로서 여래가 칭찬하신 것은 항상 닦아 행하며, 세간에 있는 경전이나 기술이나 제오지에서 말한 것들을 모두 자연으로 행하게 되어 일부러 공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보살이 삼천대천세계에서 크게 밝은 스승이 되나니, 여래와 제팔지 이상 보살을 제외하고, 다른 보살의 깊은 마음과 묘한 행으로는 동등할 이가 없으며, 모든 선정의 삼매와 삼마발저와 신통과 해탈이 모두 앞에 나타나거니와, 그러나 그것은 닦아서 이루어진[修成] 것이고, 제팔지와 같이 과보로 얻은[報得] 것이 아닙니다. 이 지의 보살이 찰나찰나마다 구족하게 닦아 모은 방편 지혜와 모든 보리분법이 점점 더 원만해집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지에 머무르면, 보살의 잘 관찰하여 선택하는[善觀擇]  
 
[998 / 2062] 쪽  
  삼매와, 이치를 잘 선택하는[善擇義] 삼매와, 가장 승한 지혜[最勝慧] 삼매와, 이치의 장을 분별하는[分別義藏] 삼매와, 실제와 같이 뜻을 분별하는[如實分別義] 삼매와, 견고한 뿌리에 잘 머무는[善住堅固根] 삼매와, 지혜와 신통의 문[智慧神通門] 삼매와, 법계의 업[法界業] 삼매와, 여래의 수승한 이익[如來勝利] 삼매와, 가지가지 뜻을 갈무리한 생사 열반의 문[種種義藏生死涅槃門] 삼매에 들어가며, 이와 같이 큰 지혜와 신통의 문을 구족한 백천 삼매에 들어가서 이 지를 깨끗하게 다스립니다.
  이 보살은 이 삼매를 얻고는, 방편 지혜를 잘 다스리어 깨끗이하는 연고와, 크게 자비한 힘으로, 이승의 지위를 뛰어넘어 지혜의 지(地)를 관찰하게 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지에 머물러서 몸으로 짓는 한량없는 업의 모양 없는 행을 잘 깨끗이 하며, 말로 짓는 한량없는 업의 모양 없는 행을 깨끗이 하며, 뜻으로 짓는 한량없는 업의 모양 없는 행을 깨끗이 하므로, 무생법인의 광명을 얻습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보살이 초지로부터 닦은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한량없는 업은 어찌하여 이승을 뛰어넘지 못하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저것들도 뛰어넘었지마는, 다만 부처님 법을 구하기 원하여 하는 일이고, 자기의 지혜로 관찰하는 힘이 아니었거니와, 이제 제칠지는 자기 지혜의 힘으로 하는 것이므로 모든 이승이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치 왕자가 왕의 가문에 태어나면, 왕후가 나았고 왕의 모습을 갖추었으므로, 나면서부터 모든 백성들보다 승하거니와, 그것은 오직 왕의 힘이요, 자기의 힘이 아니지마는 몸이 자라고 기예를 모두 이루면 자기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과 같습니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처음 발심할 때부터 대승법을 뜻 두어 구하므로 일체 성문과 독각을 초과하였지마는, 이 지에 머물러서는 자신이 행하는 지혜의 힘으로 일체 이승들의 위에 지나가는 것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제칠지에 머물러서는 매우 깊고 멀리 여의었으며, 행함
이 없이 항상 행하는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을 얻고, 윗자리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여 버리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이 비록 실제를 행하지마는 증(證)하지는 아니합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시여, 보살이 어느 지로부터 적멸한 선정에 드나이까?”
  금강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보살이 제육지로부터 적멸한 선정에 들어가거니와, 지금 이 지에서는 찰나찰나마다 들어가고, 찰나찰나마다 일어나면서도 증하지는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이 보살을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부사의한 업을 성취하고, 실제를 행하지마는 증하지는 않는다' 합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으나 교묘한 방편의 힘으로 물의 재난을 만나지 아니함과 같나니, 이 지의 보살도 그러하여 바라밀의 배를 타고 실제라는 바다에 다니면서도, 서원의 힘으로 열반을 증하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이러한 삼매의 지혜를 얻고는 큰 방편으로써, 비록 생사를 나타내지마는 항상 열반에 머물며, 권속들이 둘러 앉았지마는 항상 멀리 여의기를 좋아하며, 원력으로써 삼계에 태어나지마는 세상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항상 적멸하지마는 방편의 힘으로 도로 치성하며, 비록 불사르지마는 타지 아니하며, 부처님의 지혜를 따르지마는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들어가며, 부처님 경계의 장을 얻었지마는 일부러 마군의 경계에 머물며, 마군의 도를 초월하였지마는 지금에 마군의 법을 행하며, 외도의 행과 같이하지마는 부처님의 법을 버리지 아니하며, 일부러 모든 세간을 따르지마는 출세간법을 항상 행하며, 일체 장엄하는 일이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과, 제석·범천왕·사천왕이 가진 것보다 지나가지마는 법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지 아니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런 지혜를 성취하여 원행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저 부처님 계신 데서 광대한 마음과 더욱  
 
[1000 / 2062] 쪽  
  승한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의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또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실상과 같은 삼매와 지혜의 광명을 얻고, 따라 수행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바른 법을 보호하여 지니므로 항상 여래의 찬탄을 받나니, 모든 이승의 문난으로는 능히 퇴굴케 하지 못합니다.
  중생에 이익 주며 법인(法忍)이 청정하여,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나도 갖고 있는 선근은 점점 더 훌륭하게 되나니, 마치 진금에다 묘한 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면 더욱 훌륭하여지고 광명이 많아져서, 다른 장엄거리로는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이 제칠지에 머물러서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 지혜의 힘으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나니, 이것은 이승으로는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햇빛은 달이나 별 따위의 빛으로는 미칠 수 없으며, 염부제에 있는 진창들을 모두 말리나니, 이 원행지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일체 이승으로는 미칠 수 없으며, 모든 중생의 번뇌 진창을 모두 말립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는 방편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제칠 원행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자재천왕이 되며, 중생들에게 증한 지혜의 법[證智法]을 말하여 증득하여 들어가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짓는 업이 모두 부처님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一切種智]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억 나유타 삼매를 얻으며, 내지 백천억 나유타 보살로 권속을 삼거니와, 만일 보살의 수승한 원력으로 자유롭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1001 / 2062] 쪽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첫째가는 지혜와 삼매의 길을  
  육지에서 수행하여 마음이 만족  
  그 자리에 방편 지혜 성취하여서  
  보살이 제칠지에 들어가나니,
   
  삼해탈 밝혔으나 자비심 내고  
  여래와 평등해도 부처님 공양
  공함을 관찰코도 복덕 모으니  
  보살이 제칠지에 올라가도다.
   
  삼계를 여의고도 삼계를 장엄
  번뇌 불 멸했으나 불꽃 일으켜  
  둘 없는 법 알고도 업을 지으며  
  세계가 공하지만 장엄 좋아해.  
    
  법신이 부동(不動)하나 상호 갖추고  
  소리 성품 떠났지만 연설 잘하며  
  한 생각에 들었지만 일은 갖가지  
  지혜론 이 제칠지에 올라가더라.  
   
  이런 법 관찰하여 분명히 알고  
  중생들 위하여서 이익을 내며  
  그지없는 중생계에 들어갔는데  
  부처님의 교화 사업 한량이 없고,
   
  국토와 모든 법과 한량없는 겁
  이해 욕망 마음과 행 다 들어가서
 
[1002 / 2062] 쪽  
  삼승법을 말하기 한량없나니
  이렇게 모든 중생 교화하더라.  
   
  보살이 가장 나은 도를 구하여  
  어느 때나 방편 지혜 버리지 않고  
  부처님의 보리로 회향하여서  
  찰나마다 바라밀 성취하는데,
   
  발심하여 회향함은 보시가 되고  
  번뇌 끊고 침해 않는 계행과 인욕
  선을 구해 만족 없어 정진이라고  
  보리도에 부동(不動)하니 선정이 되며,
   
  무생법인 아는 것 반야라 하고  
  회향은 방편이요 구함은 서원  
  꺾지 못할 힘이며 잘 아는 지혜
  이렇게 온갖 것을 모두 만족해.  
   
  초지에선 반연으로 공덕이 만족  
  이지는 때 여의고 삼지에 쉬고  
  사지는 도에 들고 오지 순종코  
  육지에는 남이 없는 지혜 빛나며  
   
  칠지에서 보리의 공덕 원만코  
  가지가지 큰 원을 모두 구족해  
  이것으로 팔지에 오르게 되면  
  여러 가지 짓는 일이 청정하리라.  
   
  지나갈 수 없는 칠지 지혜로 초월  
 
[1003 / 2062] 쪽  
  비유하면 두 세계의 중간 같으며  
  전륜왕이 물들지 않았지마는  
  인간을 초월했다 이름 아니해,
   
  지혜인 제팔지에 머문 뒤에야  
  마음의 경계들을 뛰어넘나니  
  범천에서 인간을 초월하듯이  
  연꽃에 물이 묻지 아니하는 듯.  
   
  이 지에서 모든 번뇌 초월했으나  
  번뇌 있다 번뇌 없다 하지 않나니
  번뇌 없이 그 속에서 행하지마는  
  부처 지혜 구하는 맘 만족치 못해,  
   
  세간에서 행하는 모든 기예와  
  경전이나 언론을 두루 다 알고  
  선정이건 삼매건 모든 신통을  
  이렇게 수행하여 성취하더라.  
   
  보살이 칠지의 도 닦아 이루어  
  일체의 이승행을 초월하나니  
  초지에선 원력이요 이 지는 지혜  
  왕자의 자기 힘이 구족하는 듯,
   
  깊은 법을 성취하고 도에 나아가  
  마음이 적멸하나 증치 않나니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가듯이  
  물 속에 있으면서 빠지지 않아,  
   
 
[1004 / 2062] 쪽  
  방편 지혜 행하여 공덕 갖추니
  일체 세간 사람을 아는 이 없고  
  많은 부처 공양하여 마음 밝으니  
  보배로써 진금을 장엄한 듯이,
   
  칠지 보살 지혜가 가장 밝아서  
  햇빛이 애욕 진창 말리우는 듯  
  흔히는 자재천의 임금이 되어  
  중생들을 바른 지혜 닦게 하더라.  
   
  이 보살이 용맹하게 정진한다면  
  많은 삼매 얻고서 많은 부처님  
  백천억 나유타를 보게 되지만  
  자재한 원력으론 이보다 많아,
   
  이것은 보살들이 원행지에서  
  방편 지혜 청정한 공덕들이니  
  모든 세계 천인이나 여러 사람과  
  성문과 독각들도 알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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