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황지현 자여에게 답함


  편지를 받고 이 일대사인연을 위하여 매우 노력함을 알았습니다.

  대장부의 하는 일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합니다.

  무상(無常)함이 빠르고 나고 죽는 일이 크니 하루가 지나면 하루의 좋은 일이 없어지는 것이니 두렵고 두렵습니다.

  그대가 나이가 한창이어서 바로 무슨 일을 함에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는 때에 이 마음을 돌이켜 무상보리(無上菩提)를 배우니 이것은 세상에서 일등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리한 사람입니다.

  오탁악세(五濁惡世)에 무슨 기특한 일이 이것보다 나은 것이 있겠습니까?

  기력이 강건함을 따라 일찍이 (수행함에) 생각을 돌리면 늙어서 마음을 돌이킴과 비교하면 그 역량이 백 천 만억 배(百千萬億倍) 뛰어난 것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대를 위해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써준 법어를 일찍이 때때로 들어봅니까? 첫째로 기억할 것은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여서 마음이 초초함으로 급하게 깨닫고자 하지 마십시오.

  막 이런 생각이 일어나면 곧 이 생각이 길을 막아 끊어서 영원히 깨달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조사가 이르시되 “집착하여 정도(正度)를 잃으면 반드시 삿된 길에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그것을 놓으면 근본(體)은 가고 머무름이 없다.”고 하셨으니 이것이 곧 조사가 심장과 쓸개를 내보여 사람을 위한 곳이니 다만 일상에 힘을 소비하는 곳에 공부를 지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이 문중은 힘을 소비함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내가 항상 사람들을 위하여 이 말을 하되 힘을 얻은 곳이 곧 힘을 든 곳이며 힘을 든 곳이 곧 힘을 얻은 곳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 생각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으켜 깨달아 들어가는 곳을 구한다면 사람이 자기 집에 앉아 있으면서 도리어 다른 사람에게 물어 머물 곳을 찾음과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생사(生事) 두 글자를 잡아 편안히 코끝에 두어 잊어버리지 말고 수시로 이 화두를 들으십시오.

  들다가 보면 생소한 곳은 자연히 익고 익은 곳은 자연히 생소해질 것입니다.

  이 말은 이미 공상도인(空相道人)의 편지에 적어 두었으니 청컨대 같이 이 편지를 서로 바꾸어 보면 곧 분명히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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