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임판원 소첨에게 답함


  편지를 받으니 한 말씀을 구하여 신도인(信道人)과 더불어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이미 원각경(圓覺經)을 보았다면 경에는 어찌 한 마디 말뿐이겠습니까?

  모든 대보살들이 각기 스스로 의심하는 곳을 따라 묻거늘 세존께서 의심하는 것에 의거하여 낱낱이 분명히 분석하신 큰 단락(段落)이 분명하고 명확하며 전에 주었던 화두도 또한 그 속에 있습니다.

  경전에 이르시되 모든 때에 있으면서 망령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며 또한 모든 망상에 대해 쉬어 없애려고 하지 말며 망상의 경계에 있으면서 분명히 앎을 보태지 말며(이 말은 가장 친절하다) 분명히 앎이 없는데서 진실을 가리지 말라고 했으니 내가 옛날에 운문암(雲門庵)에 거처할 때 일찍이 송(頌)하여 말하기를

   연잎은 둥글고 둥글기가 거울과 같고
   마름뿔은 뾰족뾰족하기가 송곳과 같다
   바람이 불면 버들강아지 털이 날리고
   비가 배꽃을 때리니 나비가 날아간다

  다만 이 게송을 원각경에다 두고 다시 원각경의 글을 옮겨 송(頌)에 두면 송(頌)이 도리어 경(經)이요, 경(經)이 도리어 송(頌)이니 시험 삼아 이와 같이 공부하되 깨닫고 깨닫지 못함은 상관하지 마십시오.

  마음에 초초하거나 애달음을 쉬고 또한 놓아 느슨하게도 하지 말지니 마치 거문고 줄을 고르는 방법과 같이하여 팽팽하고 느슨함이 알맞으면 곡조는 자연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돌아가서 오직 충밀(?密)의 무리와 더불어 서로 친하여 번갈아 서로 탁마(琢磨)하면 불도의 수행은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빌고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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