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유시랑 계호에게 답함(2)


  우리 부처님 대성인께서 모든 상(相)을 비우시어 모든 법(法)에 대한 지혜를 이루셨으나 정업(定業)은 바로 없애지 못하셨거늘 하물며 땅에 묶여있는 범부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거사는 이미 불법에 들어온 사람이니 아마 또한 이 삼매(三昧)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한 노숙(老宿)에게 묻기를 “세계가 이렇게 뜨거우니 어느 곳으로 회피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노숙(老宿)이 이르시되 “끓는 가마 속이나 화로 숯불 속에 회피하라” “끓는 가마 속이나 화로 숯불 속으로 어떻게 피하겠습니까?” “모든 고통이 이를 수가 없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원하건대 거사는 일상의 생활하는 가운데 다만 이와 같이 공부하여서 노숙의 말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내가 효험을 얻은 처방입니다.

  거사와 더불어 이 도가 서로 계합하고 이 마음을 서로 알지 못했다면 또한 쉽게 전수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직 일념이 상응한 약을 쓰지 다시 별도의 탕약(湯藥)은 쓰지 않습니다.

  만약 다른 탕약을 쓴다면 사람으로 하여금 미치게 할 것이니 알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념이 상응한 탕약은 다른 곳에서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거사의 일상생활 가운데 있어 밝은 곳은 밝기가 해와 같고 어두운 곳은 어둡기가 옻칠한 것과 같으니 만약 손을 펴서 잡고 본지풍광(本地風光)으로 한 번 비추면 어긋남이 없어 또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또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부처님과 조사들이 항상 이 약으로써 끓는 가마 속과 화로 숯불 속에서 고뇌하는 중생의 나고 죽는 큰 병을 치료하시니 대의왕(大醫王)이라고 부릅니다.

  거사는 또한 믿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나는 스스로 부자(父子)가 전하지 못하는 묘한 처방이 있어 끓는 가마 속과 화로 숯불 속에서 회피할 묘술(妙術)은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면 도리어 거사의 보시(布施)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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