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유시랑 계호에게 답함


  받아보니 납월삼십일(臘月三十日)이 이미 이르렀다고 하니 요컨대 일상에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하면 세간의 잡다한 마음들이 자연히 녹아 없어질 것입니다.

  잡다한 마음이 이미 녹아 없어지면 다음 해(來日)도 예전처럼 초봄은 여전히 차가울 것입니다. 고덕(古德)이 이르시되 “불성(佛性)의 뜻을 알고자 할진대 마땅히 시절인연을 살펴보라.”고 하셨으니 이 시절은 곧 부처님께서 세속을 벗어나 부처를 이루어 금강좌(金剛座)에 앉으셔서 마군중(魔軍衆)을 항복 받고 법륜(法輪)을 굴리어 중생을 제도하며 열반에 드신 시절이 그대가 말한 납월삼십일(臘月三十日)의 시절로 다름이 없습니다.

  이 속에 이르러 다만 이와 같이 살펴볼 것이니 이렇게 보는 것을 이름하여 바른 관이라고 하며 이와 달리 관하는 것을 이름하여 삿된 관이라고 합니다.

  삿되고 바름을 가리지 못하면 저 시절을 따라 뒤바뀜을 면치 못할 것이니 시절을 따르지 않고자 할진대 다만 한꺼번에 놓아버려서 놓아도 놓을 수 없는 곳에 이르면 이 말도 또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전과 같이 다만 그대이지 다시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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