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증종승 천은에게 답함


  그대가 천성이 도에 가까워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다른 반연의 장애됨이 없으니 단지 이러한 것은 어떤 사람이 미칠 수 있겠습니까!

  또한 행주좌와(行住坐臥)에 내가 보인 바 힘을 드는 요긴한 곳에서 수시로 공부하십시오.

  일념(一念)이 서로 맞아 모든 공안에 막힘이 없을 때만이 곧 옳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금생(今生)에 깨치지 못하더라도 다만 이렇게 지어 죽음에 이르면 염라대왕도 마땅히 도리어 삼천리 밖으로 물러나야 비로소 옳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각 생각이 반야(般若) 속에 있어 다른 생각도 없고 끊어짐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도가(道家)와 같은 무리들은 망령된 마음으로써 생각에 두더라도 날이 오래되고 달이 깊어지면 오히려 공적(功績)을 이룰 수 있어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부림을 당하지 않는데 하물며 온 생각을 반야의 가운데에 머물러 있으면 죽음이 이르렀을 때 어찌 업을 굴릴 수 없겠습니까!

  지금 사람들이 대개가 (깨달음을) 얻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도를 배우니 이것은 망상 가운데 진짜 망상하는 것입니다.

  다만 놓아 자유롭게 하십시오.

  그러나 너무 급하게 해서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하게 해서도 안 되니 다만 이렇게 공부를 하면 무한히 마음의 힘을 들 것입니다.

  그대는 생소한 곳은 이미 익고 익은 곳은 이미 생소해지면 온 종일 가운데 자연히 묵조선의 수행이나 관법의 수행에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깨우치지 못했다 할지라도 모든 마구니와 외도가 이미 그 틈을 엿볼 수 없고 또 스스로 모든 마(魔)와 외도와 더불어 손을 맞추고 눈을 맞추어 저 일을 이루더라도 그 무리에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대 한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 있으나 다른 사람은 그대의 수행과 같지 못할 뿐 아니라 또한 반드시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화두를 드십시오.

  들다보면 단서도 없고 재미도 없음을 느껴 마음이 답답할 때에 바로 잘 힘을 쓸지언정 절대로 다른 것을 따라가지 마십시오.

  다만 이렇게 답답한 곳이 곧 부처를 이루고 조사가 되어 천하 사람들의 시비를 끊는 곳이니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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